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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란시아서. 예수의 일생과 가르침. 제 143편. 사마리아를 거쳐서







5. 시카의 여인







주와 열두 사도가 야곱의 우물에 다다랐을 때,  여행에 지쳤기 때문에 예수는 우물가에서 머물렀고,  그 동안에 빌립은 시카에서 먹을 것과 텐트 가져오는 것을 도우려고 사도들을 데리고 갔는데,  한동안 이 근처에서 머무를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드로와 세베대의 아들들은 예수와 함께 남아 있었을 터이지만,  예수는 형제들과 함께 가라고 부탁하며 말했다:



"나를 조금도 걱정하지 말라,  이 사마리아인들은 친절하리라.   오직 우리 형제인 유대인들이,  우리를 해치려 하느니라."    예수가 우물가에서 사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앉았을 때는 이 여름 날 저녁,  거의 6시가 되었다.



야곱의 우물 물은 시카의 우물 물보다 광물(鑛物)이 적었고,  따라서 마실 물로 훨씬 높게 쳤다.    예수는 목이 말랐지만,  우물에서 물을 길을 방도(方道)가 없었다.   그래서 시카의 어느 여인이 물그릇을 가지고 와서 우물에서 물을 길으려고 준비했을 때,  예수는 말했다.   "내게 물을 다오."   이 사마리아 여인은 모습과 옷차림으로 예수가 유대인인 줄 알았고,  사투리로 보아 갈릴리 유대인이라 짐작했다.   그 여자의 이름은 날다였고,  잘생긴 인물이었다.   유대인 남자가 이렇게 우물가에서 말을 걸고 물을 달라 하는 것에 많이 놀랐는데,  자존심 있는 남자가 버젓이 여자에게 말 거는 것,  더군다나 유대인이 사마리아인과 이야기하는 것을 그 시절에 괜찮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날다는 예수께 물었다:



"당신은 유대인이면서,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마실 물을 달라 하시니 어인 일이니이까?"    예수는 대답했다:



"내가 정말로 너에게 마실 물을 달라 하였으나,  네가 알 수만 있다면,  생명의 물 한 모금을 달라 내게 청하리라."    그러자 날다가 말했다:



"하지만 주여,  당신은 물을 길을 그릇이 없고,  그 우물은 깊나이다.   그러니 어디에 이 생명(生命)의 물을 가지셨나이까?    우리 조상 야곱보다 당신은 더 위대하시나이까?    그는 우리에게 이 우물을 주었고 자기와 아들들과 가축도 거기서 마셨나이다."



예수는 대답했다:



"이 물을 마시는 자마다 목이 다시 마르려니와 살아 있는 영(靈)의 물을 마시는 자는 누구나 결코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이 생명의 물은 그 사람 속에서,  바로 영생(永生)에 이르기까지 솟아오르는 시원한 샘물이 되리라."   그러자  날다가 말했다.  

"내게 이 물을 주시사 나로 하여금 목마르지도 않고 물 길으러 여기까지 멀리 오지도 않게 하소서.   게다가 사마리아 여인이 그런 훌륭한 유대인에게 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기쁨이 되리이다."



날다는 예수가 기꺼이 자기와 이야기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그 여자는 주의 얼굴에서 올바르고 거룩한 사람의 빛을 보았지만,  친절을 보통 친숙함으로 잘못 생각했고,  그 비유를 자기에게 추파(秋波)를 던지는 방법으로 잘못 해석했다.   품행이 단정치 않은 여인이었으니까,  드러내 놓고 희롱할 생각이 있었는데,  그 여자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예수는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자여,  가서 네 남편을 여기로 데려오라."   이 명령은 날다가 정신을 차리게 했다.   주의 친절함을 그릇 판단했음을 깨달았고,  자기가 말투를 잘못 판단했음을 알아차렸다.   놀라서 자기가 특별한 사람 앞에 서 있음을 비로소 깨닫고,  머리 속에서 적당한 대답을 더듬으며,  크게 산만하여 말했다.



"그러나 주여,  남편을 부를 수 없사오니,  남편이 없음이니이다."    그러자 예수는 말했다:



"네가 진실을 말하였으니,  네가 한때는 남편이 있었는가 싶으나,  네가 이제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은 네 남편이 아님이라.   내 말을 가지고 장난하지 말고 내가 오늘 너에게 내민 생명의 물을 구하는 것이 더 좋으리라."



이 때가 되어서 날다는 정신이 퍼뜩 들었고,  선한 자아(自我)가 깨어났다.   전적으로 선택해서 부도덕한 여자는 아니었다.   남편에게 무자비하게 부당하게 버림받고,  막다른 골목에서 어떤 그리스인의 아내로서,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같이 살기로 동의했다.   날다는 이제 예수에게 생각 없이 말한 것을 크게 부끄럽게 느꼈고,  몹시 뉘우치는 마음으로 주를 향하여 말했다:



"내 주여,  당신께 버릇없이 말씀드린 것을 뉘우치오니,  당신은 거룩한 사람이든지,  아마도 선지자인 것을 깨닫기 때문이나이다."    주께 바로 개인적인 도움을 막 구하려고 할 때,  그 여자는 허다한 사람이 그 전에도 그 후에도 한 일을 했다ㅡ신학과 철학 토론에 주의를 돌림으로 개인이 구원받는 문제를 피한 것이다.   재빨리 자신의 필요로부터 신학(神學) 논쟁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게리짐 산을 가리키면서 말을 이었다:



"우리의 조상은 이 산에서 예배하였는데,  그래도 당신은 예루살렘이 사람들이 예배해야 할 곳이라고 말씀하리이다.   그렇다면 어디가 하나님을 예배할 바른 장소이니이까?"



예수는 그 여자의 혼이 조물주와 직접 탐구하는 접촉을 피하려 애쓰는 것을 알아챘지만,  또한 더 좋은 생명의 길을 알려는 소망이 그 혼 속에 있음을 보았다.   결국,  날다의 가슴 속에 생명의 물을 바라는 참된 목마름이 있었다.   그래서 참을성 있게 다루며 말했다:



"여자여,  네게 이르노니,  이 산에서도 예루살렘에서도 너희가 아버지를 예배하지 않을 날이 곧 다가오리라.   그러나 네가 알지 못하는 것을 지금 예배하니,  여러 이교도 신(神)들의 종교와 이방의 철학이 섞인 것이라.   유대인들은 적어도 누구를 예배하는지 알고,  예배를 한 분의 하나님,  야웨에 집중하여 모든 혼란을 없애 버렸느니라.   그러나 모든 진지한 예배자가 영으로,  진실로 아버지를 예배할 때가 곧 오리라ㅡ지금도 그런 때이라ㅡ내가 말할 때 나를 믿어야 하나니,  이는 바로 그러한 예배자들을 아버지가 찾으심이라.   하나님은 영이요,  그를 예배하는 자는 정신적으로,  진실하게 예배해야 하느니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또는 어디서 예배해야 하는가를 알아서가 아니라,  내가 너에게 지금도 내미는 이 생명의 물을 네 마음 속에 받아들임으로 너의 구원이 오느니라."



그러나 날다는 땅에서 자기의 개인 생활과 하나님 앞에서 자기 혼의 지위에 관하여 거북한 질문을 논하기를 피하려고 다시 한 번 애썼다.   한 번 더 일반 종교적 질문을 택하고 말았다:


"예,  주여,  요한은 교화자(敎化者)가 오시는 것에 대하여 전했는데,  그를 구원자라 부를 것이요,  그가 오실 때 우리에게 모든 것을 선언할 줄을 내가 아나이다"ㅡ날다의 말을 막으며,  예수는 놀라운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너에게 말하는 내가 그니라."



이것은 예수가 땅에서 신의 성품과 아들임을 처음으로 바로,  분명하게,  감추지 않고 선언한 것이었다.   그것도 한 여자에게,  사마리아 여인에게,  이 순간까지 남자들 눈에 의심스러운 인격을 가진 여자에게 선언하였다.   그러나 신의 눈은,  자신이 원해서 죄를 짓기보다 남이 그 여자에게 죄를 저질렀다고,  그 여자는 지금 성실하게,  마음을 다하여,  구원을 바라는 인간 혼이라고 보았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날다가 개선하고 더 고귀한 생활 방법을 찾으려는 진정한 개인 소망을 막 표현하려 했을 때,  마음 속의 진정한 소망을 말할 준비가 되었을 때,  열두 사도가 시카로 돌아왔고,  예수가 이 여자와 함께ㅡ이 사마리아 여자와,  그것도 혼자서ㅡ아주 친밀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에 들이닥쳤을 때,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랐다.   소모품을 재빨리 저장하고 옆으로 비켰고,  아무도 감히 잔소리를 하지 않았으며,  한편 예수는 날다에게 말했다:



"여자여,  길을 가라.   하나님이 너를 용서하였느니라.   이제부터 너는 새로운 삶을 살리라.   생명의 물을 받았으니,  새로운 기쁨이 네 혼 속에서 솟아나겠고,  너는 최고자의 딸이 될지니라."    그 여자는,  사도들이 싫어하는 눈치를 채고서,  물동이를 버려 두고 도시로 달아났다.



도시로 들어가면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 외쳤다:



"야곱의 우물로 가라,  빨리 가라,  왜냐하면 거기서 내가 일찍이 한 일을 모두 내게 일러 준 사람을 너희가 볼 것이기 때문이라.   이 사람이 교화자(敎化者)일 수 있느냐?"    해가 지기 전에,  큰 무리가 야곱의 우물에서 예수의 말씀을 들으려고 모였다.   주는 생명의 물,  깃드는 영의 선물에 대하여 그들에게 더 말씀했다.



사도들은 예수가 여자,  그것도 의심스러운 인격을 가진 여자,  아니 부도덕한 여자하고도 기꺼이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서 받은 충격을 결코 떨쳐 버리지 못했다.   여자,  아니 소위 부도덕한 여자도,  하나님을 아버지로 택할 수 있는 혼을 가졌고,  이로서 하나님의 딸이요,  영생(永生)의 후보자가 된다는 것을 사도들에게 가르치기가 무척 어려웠다.   19세기가 지난 뒤에도 많은 사람이 주의 가르침을 붙들기를 꺼려하는 똑같은 태도를 보인다.   그리스도교조차 그리스도의 일생의 진리가 아니라,  그가 죽은 사실을 중심으로 끈질기게 쌓아 올렸다.   세상은 예수의 비극적이고 슬픈 죽음보다 행복하고 하나님을 드러내는 그의 삶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날다는 이튿날 이 이야기를 전부 사도 요한에게 일러 주었지만,  그는 결코 다른 사도들에게 전부 밝히지 않았고,  예수는 열두 사도에게 자세한 말씀을 하지 않았다.



날다는 예수가   "내가 일찍이 행한 모든 것"   을 자기에게 일러 주었다고 요한에게 말했다.   요한은 날다와 이 이야기를 예수께 여러 번 묻고 싶었지만,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예수는 그 여자에 관하여 오직 한 가지를 일렀지만,  눈을 들여다보고 그 여자를 다룬 태도는,  한 순간에 날다의 머리 속에 얼룩진 생활 전부를 파노라마처럼 다시 보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 여자는 과거의 생활을 이렇게 자신이 드러낸 것을 모두 주의 눈길과 말씀과 연결하였다.   예수는 그 여자가 다섯 남편이 있다고 이르지 않았다.   그 여자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에 다른 네 남자와 살았는데,  이것은 모든 과거와 함께,  예수가 하나님의 사람이었음을 깨달은 순간,  머리 속에 아주 선하게 살아났고,  그래서 예수가 자신에 관한 모든 것을 정말로 자기에게 일러 주었다고 나중에 요한에게 되풀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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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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