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중심가의 요가 센터에 들른 후 슈퍼마켓에서 냉동 ‘사그 피나르’(시금치와 치즈로 만든 요리)를 산다. 파키스탄계 의사의 진료를 받고 집에 돌아와 ‘인도판 빌 게이츠’ 사비르 바티아(35)가 공동설립한 핫메일에 접속한다. 저녁 파티에는 펀자브 지방의 민속음악을 토대로 한 ‘방그라’ 음악이 가득하다.”

서남아의 두뇌와 문화가 미국을 바꿔놓고 있다. 뉴스위크 최신호(22일자)는 “1990년대 말 라틴 문화가 미 전역을 달군 이래 가장 눈에 띄는 민족문화 현상”이라고 정의하며 “이들은 동양과 서양 문화의 장점을 결합시키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남아는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스리랑카·네팔 등지를 이른다. 이곳 문화가 미국에 유입된 것은 1960년대. 미국 이민법이 ‘비유럽계’에 문호를 열자 과학자, 의사 등 교육 수준이 높은 서남아인들이 이주했다. 영국의 식민통치를 겪은 이들은 영어에 능숙한 데다 타문화에도 쉽게 적응했다.

특히 이들의 교육열은 서남아 저력의 근원이다. 미국 내 거주하는 서남아인 2백만명 중 절반 이상이 대학 졸업자로 추산된다.

이들은 미국 실리콘 밸리 붐의 주요한 동인이었으며, 현재는 인도 방갈로어 등지에 정착해 미국의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가져가고 있다.

소득도 높다. 인도계 미국 가족의 연봉 중간값은 6만달러로, 미국 가족의 전체 소득 평균 3만8천여달러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같은 경제적 지위는 문화적 지위의 향상으로 이어지며 ‘인도문화 열풍’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봄베이 드림’, 발리우드 영화(인도산 흥행오락영화)의 인기, 사리 등 인도 전통의상이 베르사체 등 유명 디자이너의 모티브로 사용되는 등이 그 예다.

뉴욕 바루크 대학의 사회학자 파르마트마 사란은 서남아계의 미국내 성공이 유대인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치, 경제 등 사회 구조 곳곳에 스며들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젊은 서남아계 미국인들은 스스로 “양쪽 문화에 걸쳐있다”는 뜻의 ‘데시(desi)’라고 부른다.

이 중에는 ‘식스센스’의 M 나이트 샤말란 감독(33), 데뷔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소설가 줌파 라히리(36), 도이치뱅크 최고경영진 일원인 안슈 자인(41), 샌프란시스코 최초의 여성 지방검사 카말라 해리스(39) 등이 있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03월 15일 19: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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