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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중앙정보국(CIA) 차례다.’

미국 CIA가 9·11 테러가 발생하기 1년9개월 전부터 이 사건에 가담한 2명을
‘테러리스트’로 분류하고 있었으나 2명이 미국 안팎을 활보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2일 밝혀졌다.

지난주에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비행학교에서 동태가 수상한 중동 청년들에 대한
수사 건의를 묵살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어 9·11 테러사건은 FBI와 CIA가 사전에 막지 못한
정보수사기관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기울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6월 10일자)는 19명의 9·11 테러범 중 2명인
칼리드 알미흐드하와 나와프 알하즈미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2000년 1월부터 CIA의 테러리스트 감시 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CIA는 99년 12월 오사마 빈 라덴의 전화를 도청해
말레이시아 콸라룸프르에서의 알 카에다 비밀 회합를 파악해 냈고
말레이시아 정보부에 요청해 2000년 1월 이 회합에 참석한 알미흐드하와 알하즈미의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회합이 끝나자 바로 같은 비행기로 미국에 입국했다.
이어 2000년 10월 CIA는 예멘에서 일어난 미 군함 콜호 피폭사건에 두 사람이 가담했음을
확인했지만 두 사람은 미국과 중동, 동남아시아를 자유롭게 오간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운전면허와 은행계좌, 그리고 전화까지 모두 실명으로 등록해
CIA가 FBI에 요청했다면 쉽게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8월 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알 카에다 조직의 위험성에 대한 브리핑을 요구받은
조지 테닛 CIA 국장은 테러위협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지시했고
테러 발생 19일전인 8월 23일 CIA는 ‘긴급’으로 FBI 등에 두 사람의 신원을 통보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한편 지난주에는 타임이 FBI를, 이번주에는 뉴스위크가 CIA를 타깃으로 보도하고 있는 데 대해
두 기관이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상대 기관의 잘못을 흘리고 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9월 11일 두 사람과 다른 2명의 테러범은 아메리칸에어라인 77기를 납치해 펜타곤을 들이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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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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