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게이트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이야기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첨가물 심사과. 식품첨가물 신규사용 허가원 1건이 접수됐다. 한 업체가 수년 전에 개발한 합성물질이 시료였다. 절차에 따라 전문가들이 안전성 심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사용 불가’였다. 동물실험 자료가 불충분한데다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이듬해 FDA는 “건조식품에 한해 쓸 수 있다”고 공시한다.

격분한 학자들이 업체가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재검토했다. 그곳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어 있었다. 해당 물질이 뇌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것. 학자들 사이에서 업체를 형사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들끓었다. FDA는 사용허가를 보류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었다.



위기에 직면한 업체는 정치적으로 해결을 도모한다. 백악관에 끈을 대고 있는 정치인 출신의 저명인사를 최고경영자로 영입했다. 곧 업체의 전방위 로비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때마침 정치 상황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새로 부임한 최고경영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겸임하는 행운을 얻는다.

1981년에 출범한 레이건 행정부는 FDA 국장을 경질한다. 신임 국장은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아서 헤이스 교수. ‘사용 보류’ 결정으로 전전긍긍하던 첨가물 업체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즉시 사용허가 신청을 다시 냈다. 수년 전에 제출했던 자료 그대로였다. 헤이스 신임 국장은 몇몇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듯했지만 요식 행위에 불과했다. 그해 7월, 사용 보류가 해제되고 2년 뒤인 1983년에는 음료류에까지 사용범위가 확대된다.

이 소설 같은 이야기는 실화다. 오늘날 인공감미료를 대표하는 아스파탐의 허가 과정이다. 업체는 다국적 제약회사인 미국의 서얼사(G. D. Searle & Co.). 정치인 출신인 당시 최고경영자는 누굴까. 네오콘의 중심인물로 알려져 있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다. 아스파탐의 허가를 진두지휘한 헤이스는 그렇다고 장수하는 국장이 되지도 못했다. 얼마 안 있어 FDA를 떠난다. 다른 불미스런 일로 구설수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그는 서얼사의 방계회사에 컨설턴트로 영입된다.

신경생리학자인 피츠버그대학의 윌 클라우어 박사는 저서에서 이 줄거리를 구구절절이 적으며 소비자에게 충고한다. “아스파탐은 식품이 아닙니다. 허가 과정이 불투명한 불량 첨가물입니다. 먹지 마세요. 특히 아이들에게 먹이지 마세요. 다이어트 음료를 즐기신다고요? 아스파탐이 음료에 사용되면 더욱 해롭습니다.”

많은 나라의 식품정책 입안자들이 미국 FDA의 결정을 존중한다. FDA를 자문하는 학자층이 두텁고 신뢰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그것은 학자들의 양심이 보호될 때에 한해서다. 아스파탐의 예처럼 엉뚱한 정치술수가 동원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치논리 앞에서 학자의 양심은 추풍낙엽이다.

이렇게 허가된 아스파탐은 오늘날 100여개 국가에서 5천 종에 달하는 각종 다이어트 식품에 사용되고 있다. 지구촌의 고정 고객만 2억5천만 명이라는 게 업체의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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