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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가는 봄날이기에 짧은 봄밤은 황홀하다. 이태백은 반가운 얼굴들을 불러 술자리를 마련한다. 복사꽃 자두꽃이 달빛에 젖어 요염한데, 시인이 어찌 운을 떼지 않고 지나갈쏜가. 그러나 시인의 입에서 흘러나온 가락은 꽃노래가 아닌 장탄식이었다. ‘무릇 천지는 만물이 쉬는 곳이요, 시간은 백대(百代)를 지나는 길손일 뿐. 덧없는 삶은 꿈과 같으니 즐거움인들 얼마나 될 것인고….’ 그것은 취기 도도한 좌중에 찬물을 끼얹는 우울한 토로였다. 헛되고 헛되니 한 잔 술마저 헛것에 지나지 않는단 말인가, 아니면 헛되고 헛되니 한 잔 술만이 참된 것이란 말인가.

물론 이태백의 문장 ‘춘야연도리원서’는 처음과 달리 즐거운 밤 나들이를 묘사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꽃을 마주하고 술잔을 나누니 시가 절로 나오는데, 혹 시를 못 지은 사람에게는 벌주 석 잔을 내리겠노라’ 하며 자못 호기롭게 주흥을 돋운다. 그럼에도 첫 대목의 비장함은 심상치 않은 인상을 남긴다. 거기에 인간과 시공의 돌연한 맞닥뜨림이 있다. 어디서 와 어디로 가는지 알 길 없는, 까마득한 천지와 무궁한 세월 앞에서 인간은 속수무책의 벌거숭이와 같은 존재다. 시인은 오늘밤 이 흔쾌한 한 잔의 술도 해 뜨면 가뭇없이 사라질 이슬에 지나지 않음을 족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월의 순리 거스르는 인위와 욕망 오래 못 가

이태백은 왜 달을 껴안고자 강물에 뛰어들었을까. 그것을 단순히 낭만파 시인의 객기로 넘겨버리면 그의 시는 전날 마신 술보다 더 초라해진다. 시인의 흉중을 짐작할 만한 시편은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다. ‘…오늘 사람은 옛 달을 볼 수 없지만/ 오늘 달은 옛사람도 비추었지/ 옛사람과 오늘 사람 흐르는 물 같아/ 이처럼 다 함께 밝은 달 바라보누나/….’

강가에서 맨 처음 달을 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어도 강가의 달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를 비춘다. 흘러가는 것은 옛사람과 오늘의 사람일 뿐, 세월은 시작도 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무한한 세월을 붙잡고 싶었던 이태백은 강에 비친 달을 껴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살아서 영원에 다가가려는 인간은 아름답거나 어리석다. 이태백의 자맥질은 이상을 향한 동경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몸부림이다. 이카로스의 날갯짓은 무모한 욕망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도전이다. 인간은 이상적인 동경과 무모한 욕망을 동시에 지닌 존재다. 애당초 세월에 저항할 장사가 없음을 잘 알면서도 욕망의 화신은 오늘을 넘어 장구한 미래에도 살아남고자 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은 빛난다. 그러한 인간의 욕망과 정념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곧 동상 세우기다.

다른 이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나는 거꾸러지는 후세인의 동상을 보면서 그의 몰락을 느꼈다. 그의 동상은 스무 척 장신이다. 과장은 동상의 욕심이다. 게다가 그의 포즈는 기념비적이다. 그의 팔은 저 먼 곳을 가리킨다. 비전은 동상의 이념이다. 바그다드 중심부에 우뚝 선 동상은 관객을 내려다본다. 위엄은 동상의 조건이다. 그 동상이 목에 밧줄이 걸린 채 무지막지한 미군의 탱크에 의해 내동댕이쳐졌다. 무릇 강력한 존재의 무력한 최후는 비감한 것이 아니라 희화적이다. 후세인 동상은 마지막 안간힘을 쓰는 듯했다. 하지만 그 앙버티는 힘 때문에 오히려 무릎이 잘려나가고야 말았다. 몸체에서 분리된 후세인의 목은 질질 끌려다니며 치욕적인 신발 세례를 받았다.

동상이 허망한 것은 동시대에 살면서 역사가 되고자 하는 욕망 때문이다. 존재는 유한하건만 동상은 무한을 꿈꾼다. ‘시간은 백대를 지나는 길손일 뿐’인 것을 동상의 주인공은 애써 모른 체한다. 오늘을 살면서도 독재자는 또한 ‘먼 훗날의 달’을 보려고 자신의 동상을 세운다. 무망하면서도 허망한 노릇이다. 분노한 이라크 민중의 망치질에 후세인의 두상에 이윽고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동상은 거푸집에 불과했다. 그 속은 텅 비어 있었다. 그것이 곧 허망과 허장성세의 본보기다. 모름지기 세월의 순리를 거스르는 모든 인위와 욕망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 거푸집 같은 후세인의 허세를 무너뜨리고자 수천 억원의 미사일을 아끼지 않고 퍼부은 미국도 내가 보기에는 인위적이고 배타적인 욕망을 건설하려는 자일 뿐이다. 장자는 ‘말에 재갈을 채우고 소에 코뚜레를 뚫는 짓이 인위’라 했고, 노자는 ‘옳다고 내세우지 않아야 남의 동조를 얻고, 잘났다고 뻐기지 말아야 공이 쌓인다’고 했다. 싫다는 전쟁을 마소에 고깔 씌우듯 억지로 저질러놓고 저 혼자 옳고 잘났다고 우기니, 이제 미국의 욕망이 일장춘몽인지 아닌지, 세월이 지켜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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