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잘 다녀왔습니다.
흔히 일본 하면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는데, 수행이나 영적인 부분도 그러한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일본에 다녀온 것은 지난 수년 간 꿈꿔왔던 진언밀교의 본고장에 방문하는 것에 의미가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밀교의 비법이 없었기에 일본의 자료와 중국의 자료와 한자로 된 경문과 산스크리트 범자 공부를 해왔습니다.
밀교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에 그 동안 고야산에 가고 싶었으나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이후에는
그 매듭을 지으려고 고야산에 가고자 했었습니다.
고야산은 인구 4천명인데, 스님은 천명이고, 절은 100개가 되는 종교도시입니다.
해발고도 1000m에 위치한 분지에 사람들이 모여 삽니다.
거기서 슈쿠보라고 불리우는 절의 숙박 시설에서 2박을 했었습니다.
일본 스님들과 짧은 영어와 일어로 의사 소통을 간신히 했었습니다.
상대에게 최선을 다해주려는 마음을 느꼈고, 신비스러운 밀교의 작법이나 현란한 행법과 수인법 등에 대한 기대가 컸던 저로서는
고요한 산 속에서 스님으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경건함을 느꼈습니다.
오사카에서 1박을 하고 난 뒤
그 이후 간사이 공항에 갔습니다.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복잡한 심경에 젖어들었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밀교와 너무 달랐다는 것이죠.
현란한 행법, 강력한 항마력을 생각한 밀교였는데 의외로
스님들의 순수성, 신도들의 구도심(88개의 절을 순례하고 마지막으로 오쿠노인이라는 곳으로 가는 행렬)을 보고 난 뒤
숙연해졌습니다.
내가 과연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인가...라는 의아함에 당혹스러웠습니다.
그 때 不動이라는 한자가 써진 길다란 천에 씌워진 길쭉한 무엇을 든 여학생을 보았습니다.
그 여학생에게 핸드폰에서 찾은 劍이라는 한자를 보여주니 검이 맞다고 하더군요.
검도할 때 쓰는 목검인가 보더군요.
그래...不動의 마음.
그게 일본 진언밀교에서 배운 힘이었습니다.
그것이 항마력이고 현란한 행법의 근본이라는 것.
그 점을 느끼고 집에 왔습니다.
집에 와서 의식이 붕괴됨을 느끼며 당혹스러움과 회의감 속에서 저녁을 내내 보냈습니다.
(이런 현상은 기운이 교체되는 과정임을 알기 때문에 지켜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잘읽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멘붕되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