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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온난화가 허리케인 유발' 보고서 은폐"

[프레시안 이지윤/기자]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지구 온난화는 허리케인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은폐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부시 행정부는 온실가스 제한을 위한 교토협약 가입을 거부했던 자신들의 정책이 공격받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공개를 막았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美 기관 과학자들 "지구온난화가 허리케인 유발"

28일 발간된 <네이처> 최신호는 지난 5월 미국해양대기관리청(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연구원들이 "최근 들어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잦아진 데다가 그 강도도 강해진 데에는 지구 전체의 기온이 올라간 영향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상무성의 압력으로 은폐됐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지난 2월 NOAA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가 정부기관 과학자들의 견해를 집약한 것으로 이 중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실 보고서(fact sheet)'는 기후변동이 허리케인의 주기와 강도에 미치는 영향을 도표와 그림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완성된 5월 경, 위원회 의장을 맡은 앤츠 리트마는 상무성 관료로부터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전문적인 내용의 보고서를 좀 더 쉽게 풀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리트마 의장은 가타부타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보고서는 역시 아직까지 자세한 내용이 비공개에 붙여진 상태다.

▲ 28일 발간된 <네이처>는 "부시 행정부가 지구온난화가 허리케인을 유발한다는 결론의 보고서를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www.nature.com

"부시, '허리케인은 자연현상' 주장하는 연구 의도적 독려"

<네이처>의 의혹 제기에 NOAA의 조던 세인트 존 대변인은 "흥미로운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았던 것은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되는 지난 6월1일까지 연구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허리케인과 지구 온난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에 압력을 가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닌 듯 하다.

<로이터>는 이 의혹을 보도하며 "미국 내 허리케인에 의한 재해가 극성을 부렸던 지난해 과학자들 사이에는 현 정부가 과학자들의 입을 틀어막아 지구 온난화가 허리케인 재해의 원인임을 은폐하려 한다는 불평이 가득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네이처>는 국제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미국지부로부터 입수한 이메일을 인용해 "NOAA 연구원 중 일부는 부시 미 행정부가 허리케인의 원인을 지구 온난화에서 찾는 과학자들의 언론 활동을 탄압하는 반면 허리케인 발생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하는 과학자들의 연구 활동은 장려하는 식의 언론 플레이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같은 연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간 지구 온난화가 인간이 만들어낸 재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미국 기업체들의 이익을 앞세워 온실가스 제한을 위한 교토협약 가입을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뉴올리언스를 초토화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구 온난화가 만들어 낸 작품이라는 연구결과가 속출할 경우 온난화 문제에 손을 놓고 있었던 부시 대통령은 전 국민의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같은 결과가 두려워 이번 연구 결과를 은폐했다면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을 비호하고 홍보하기 위해 중립적으로 다뤄져야 할 과학 연구 성과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공격에도 함께 시달리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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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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