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송사들은 미국의 무기가 얼마나 센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 무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지에 초점을 맞춰라.’ ‘곰둘이’라는 네티즌이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 com)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이다. 사이버 폐인들의 집합소인 이 사이트의 합성 갤러리 게시판에는 요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희화화한 합성 사진이 하루에 수십 장씩 올라오고 있다. 한국 네티즌들의 반전 열기가 뜨겁다. ‘부시를 방법하자(혼내주자)’며 각 사이트에 부시를 희화화한 사진을 퍼 나르는 네티즌들의 반전 열기는 오프라인의 시위대에 뒤지지 않는다. 이는 네티즌 민심의 지표가 되는 인터넷 다음 카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반전 카페가 수백 개 생겨난 것을 비롯해 여중생 장갑차 사망 사건 때 만들어졌던 반미 카페도 대부분 반전 카페로 전환했다.

오프라인 미디어 못지 않은 영향력 발휘

이번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흥미로운 양상은 네티즌 한 사람 한 사람이 1인 미디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뉴스 수용자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은 프로슈머(producer+consumer)가 되어 스스로 뉴스를 취재하고 편집하고 보도한다. 이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오프라인 미디어에 뒤지지 않는다.


ⓒ 디시인사이드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의 합성 갤러리에는 부시 대통령을 패러디한 합성 사진이 하루에 수십 장씩 오르고 있다. 이런 합성 사진은 주로 영화 포스터(위쪽)를 많이 이용하는데, 간혹 유명한 그림을 패러디하는 경우도 있다.


컴퓨터 부품 정보 사이트인 베타뉴스(www. betanews.net) 게시판에는 요즘 ‘사이버 종군기자’의 속보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들은 주로 아랍계 사이트나 군사 전문 사이트를 서핑해 얻은 정보를 게시판에 올리는데, 최근 한 네티즌이 알 자지라 방송이 한국의 파병 소식을 보도하며 전투병을 파병한다고 잘못 보도한 것을 신고하기도 했다.

네티즌이 취재한 뉴스가 영향력이 큰 까닭은 서로 게시판에 퍼 나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이라크 소녀의 호소문’으로 잘못 알려진 한 미국 소녀의 반전 관련 글이 떠돌며 반전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또한 네티즌들은 서핑을 통해 취재한 뉴스를 편집하기도 한다. 요즘 반전과 관련해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퍼 나르는 것 가운데 하나는 한 네티즌이 편집한 반전 시위 사진 모음이다. 전세계 50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전 시위 장면을 모은 이 사진은 네티즌들의 반전 정서를 자극했다.

일종의 ‘비주얼 칼럼’이라 할 수 있는 합성 사진도 네티즌의 반전 정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합성 사진에서 부시 대통령은 주로 전쟁광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디시인사이드에서 그는 최근 ‘무뇌충’(가수 문희준을 비꼬는 사이버 폐인의 은어)을 제치고 합성 대상 1위로 떠올랐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네티즌들이 만들어 내는 것 중에서는 제법 ‘대작’이라 할 수 있는 반전 플래시 애니메이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