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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화해 | 브루스 페일러 지음 | 이병걸 옮김 | 인바이로넷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이슬람교·기독교·유대교 신앙의 조상은 한 사람이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은 바빌로니아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한 유목민족의 족장으로, 그 아들 이삭은 이스라엘인의 시조가 되었고 서장자(庶長子)인 이스마엘은 아랍인의 시조다. 중동에서 탄생한 ‘구원(救援)’의 유일 신앙의 정통성을 다투는 세 종교는 아브라함의 계승자 위치를 놓고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유대인인 저자는 아브라함의 삶과 신앙에 대한 추적을 통해서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화해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는 세 종교 공통의 성지인 예루살렘과 아브라함이 살았던 사막을 오가며 이 위대한 인물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시도한다. 그는 자신의 기행과 구약성서의 기록, 세 종교 전통에서의 전승, 후대 학자들의 연구를 적절히 섞어가며 아브라함이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를 복원하려고 노력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아브라함이 죽은 뒤 이스마엘과 이삭이 수십년의 불화를 끝내고 함께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오늘의 세 종교 신자들이 그들의 조상이 마지막 순간 화해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공존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믿게 될 것이다. “아브라함은 하나가 아니라 복수로 존재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