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7년만에 돌아온 신해철 '넥스트'...사회성 짙은 록 선보여
    
'아! 개한민국', 2004년 '콩가루 한국' 정조준
  
▲ 넥스트의 신해철(오른쪽)씨와 동혁씨.  

ⓒ2004 넥스트 제공

'소녀를 돈을 주고 사고 교수를 돈을 받고 팔고/ 천당을 돈을 주고 사고/ 남편은 애 엄마를 패고/ 선생은 학생들을 패고/ 의원님은 지들끼리 패고 패라 패라 뒤질 때까지...(중략) /은밀한 눈빛으로 맺어진 전라도를 엿 먹이는 저 커넥션/ 학연, 지연, 혈연의 그물에서 떨어지는 달콤한 저 커미션/아 개한민국, 아 우리 조국/ 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넥스트 5집, '아! 개한민국' 중)

1980년대 말, '올림픽을 유치하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대한민국'을 표현한 노래가 있다. 정수라씨의 '아! 대한민국'.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이렇게 우린 은혜로운 이 땅을 위해/ 이렇게 우린 이 강산을 노래 부르네'는 등의 가사로 이어지는 노래다.

하지만 신해철씨가 이끄는 밴드 넥스트(N.EX.T : New EXperiment Team)의 새 음반 '더 리턴 오브 넥스트 파트 3'(The return of N.EX.T part III)는 '개한민국'이란 부제로 '아! 대한민국'을 비웃는다. 1997년 해체선언 이후 7년만의 음반이다. 14일 발매된 두장짜리 음반에는 정치·종교·언론 등 모두가 '콩가루'가 된 한국사회에 대한 이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 있다.

"우리는 이 음반에서 '사회를 비판'하지 않는다. '사회를 한탄'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서글픈 현실을 애통, 절통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드럼 쭈니).

"음반 준비기간엔 개한민국처럼 직설적인 컨셉트와 '이상한 나라의 넥스트'라는 식으로 위트 섞인 내용 중 선택을 했는데 후자가 이전 넥스트 방식이었지만 이번엔 돌려 말하기 싫었다. 우린 '대한민국'이라는 정식 국호에 대한 정식 모독을 하면서 이 사회를 꼬집고 있다"(보컬 신해철).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신씨의 말처럼 이번 음반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어두운 면을 구조적인 면부터 개인적인 부분까지 훑고 있다. 그야말로 '직설적인 언어'로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반포에 위치한 그들의 녹음실에서 3시간에 걸쳐 넥스트를 만나 새 음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에는 신씨와 쭈니를 포함, 쌩(베이스), 동혁(키보드·리듬기타), 데빈 리(기타) 등 5명의 맴버 전원이 함께 했다.

콩가루 한국사회, 기독교에 일침

  
넥스트는...  


'무환궤도'의 일원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획득했던 신해철씨가 1992년 정기송, 이동규씨와 결성했던 넥스트(New EXperiment Team)는 밴드 이름처럼 실험정신에 입각한 록음악을 선보였다. 넥스트는 맴버 교체를 거쳐 이수용(드럼), 김세황(기타), 김영석(베이스)에 이르러 전성기를 누렸다.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음악과 함께 신씨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로 대중적인 색깔도 잃지 않으면서 넥스트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간다.

이들은 ‘날아라 병아리’ ‘아버지와 나’ ‘해에게서 소년에게’ 등 히트곡을 기록했지만 1997년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며 해체한다. 그리고 2004년 5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음반은 더블앨범이다. 앞장 '더 북 오브 워'(The book of war)에는 국가, 사회, 종교 등 이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이 담겨 있고 뒷장 '더 다이어리 오브 솔져'(The diary of soldier)에는 왜곡된 구조 속에서 살고 있는 '개인'들에 대한 노래들이 실렸다.

"우리 현실은 전쟁터이고 병사가 전쟁터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은 신념이나 대의가 아닌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함이다. 결국 지키고 싶고 지켜야 할 것은 일상의 평범한 가치들이며 이것이 무너질 때 세상은 지옥이 된다."

넥스트는 세상을 '일상의 평범한 가치'가 무너진 곳으로 파악한다. 불교의 진언(眞言: 부처의 깨달음이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 기원하는 일)으로 구성된 '서곡: 현세지옥'과 '아! 개한민국', '감염'에서 이들은 '지옥'으로 변해버린 세상을 개탄한다.

"'아! 대한민국'을 불렀던 정수라씨나 작곡가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다만 군사정권이 노래마저 경제성장 등을 미화하는 선전도구로 악용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속아 산 것이 억울하다. '아! 개한민국'이라 소리치며 묵은 슬픔을 풀고싶다."

이렇게 사회 전체에 각을 세웠던 넥스트는 '제도 종교로서의 한국 기독교'에도 일침을 가한다.

'주 예수를 팔아 십자가에 매달아/ 삐까번쩍 예술적 건물을 올릴 적/ 주 예수를 팔아 그를 두 번 매달아/ 사세확장 번창 아주 난장이 한창...(중략)/ 주 예수를 팔아 천국행 직행 표 공동 구매 대행(중략) 그가 바란 건 성전도 황금도 율법도 아니라네/ All we need is love'(예수 일병 구하기 중)

"난 예수에 대해서는 호감 이상이다. 청소년 시기에 십자가와 성경은 큰 위안이었다. 하지만 '제도 기독교'는 내 삶 곳곳에 침입하려 했다. '맥콜'을 마시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오셔서 '이게 어디서 만든 건데 마시냐'고 막 뭐라고 했다. 하나님 말씀이라면서 특정정당은 왜 지지하나, 왜 돈 내라고 하나. 이 노래 듣고 사람들이 '사시미 칼' 맞을 거라고 한다. 바로 이런 반응이 기독교의 현재를 상징한다고 본다. 약간의 부정만 해도 보복을 한다? 난 오히려 기독교인들로부터 칭찬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 왼쪽부터 데빈, 쭈니, 쌩.  

ⓒ2004 넥스트 제공

"미래 '이라크 파병 규명 청문회' 열리면 노무현 대통령부터 나와야 할 것"

다음 비판대상은 바로 미국. "우리 현실의 일그러짐을 파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외세와 우리의 문제다. 현재 가장 큰 외세의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의 일방적 이라크 침략 살육전과 관련된 노래를 만들었다."

이라크전을 대상으로 한 '디어 아메리카'(Dear America)는 공격적인 가사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JP(김진표), 싸이, 크래쉬의 안홍찬, 피아의 요한 등이 게스트로 참가해 각자의 목소리로 '이라크전'을 비판했다. 미국의 포로 학대 사건이 한창일 때 녹음한 JP와 싸이의 가사는 그야말로 분노에 차 있다.

'발가벗겨진 전쟁포로/ 전쟁보다 더한 호로/ 세계평활 외쳐도 실상은 역시 쓰레기 포르노'(JP).

'이라크 포로를 고문해 댄 XX양XX들(중략) 아주 천천히 죽여 고통스럽게 죽여'(싸이).

이야기는 이라크 추가 파병에까지 연결됐다.

"아마 2023년쯤 이라크 파병 규명청문회가 열릴 것이다. 역사는 다 기록하고 있지 않나. 누가 파병에 찬성했는지. 아마 그 자리엔 노무현 대통령도 서야하지 않을까."

이번 음반에는 언론에 관한 비판도 담겨 있다. '애너키 인 더 넷'(Anarky in the net)은 '국보법과 전파규제법의 그늘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며 권력에 아부했던' 매스미디어를 질타하고 있다. 특히 넥스트의 칼날은 방송 매체에 더 기울어 있다.

"난 안티조선이다. 하지만 조선일보 문화부는 높이 평가한다. 다만 이들이 가진 정치, 사회적 왜곡을 막고 다른 부분을 살릴 것인가, 아예 매체 자체를 없앨 것인가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적어도 가수인 내 입장에서는 방송이 더 많은 (부당한)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그쪽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아들아! 정치만은 하지 마"

두 번째 시디에는 보다 개인적인 목소리들이 녹아있다. 이 중 '아들아, 정치만은 하지마'는 신씨 어머니의 당부를 제목으로 삼았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가뜩이나 연예계에 있으면서 정치까지 한다면 '왼발은 똥물에 오른발은 구정물에 담그는 것'이라면서 반대 하셨다. 절대 안 한다고 말했다."

이 노래엔 '복잡한 여의도에서 둥그런 지붕 안에서 서로가 멱살을 잡고 하루 종일 놀고들 있다/ 매일 같이 비싼 밥 먹고 남한텐 열라 욕먹고 위아래 앞뒤 구별 없이 놀고들 있다'며 정치인들을 비아냥거린다.

"사실 이 노랜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 전에 만들어진 노래다. 만약 이후에 만들어졌다면 훨씬 더 강한 노래가 됐을 것이다."

  
저예산 홈레코딩. 연주, 코러스, 프로듀스 등 모두 자체 해결  
[넥스트 5집, 이렇게 만들어졌다]  




▲ 넥스트의 음반 작업은 이곳에서 완성됐다. 신해철씨가 음반 작업을 하고 있다.  
ⓒ강이종행  
이번 넥스트 5집은 철저히 홈스튜디오 레코딩을 기본으로 했다. 이들은 반포의 녹음실에서 합숙하며 녹음을 해왔다. "고급 장비를 배제, 저 비용으로 녹음은 하되 녹음질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이들의 결과물은 만족스럽다.

특히 1천만원을 호가하는 마이크 대신 11만원의 다이나믹 마이크를 사용하는 등 불경기 가요계와 인디록 신에 좋은 선례를 보여줬다.

이번 음반을 들어보면 높은 녹음의 질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2년이라는 녹음기간 동안 구성원들의 노력 끝에 가능했다. 예를 들어 '사탄의 신부'에서 배경에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깔려있는데 이는 모두 전자음이라고 한다.

신씨는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연주를 따로 녹음해서 움직임과 강세를 지정해 시뮬레이션 했다"고 밝혔다. 결국 실제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다면 3일이면 녹음할 것을 1달 이상 끌 수밖에 없었다고.

이번 음반의 음악적 스타일은 '복고'다. 드러머 쭈니는 "80년대 헤비메틀을 2004년식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표현한다. 첫 번째 시디는 디스토션이 강하게 걸려 있는 헤비한 음악을 보여주지만 두 번째 시디의 음악은 모던록에서 펑키까지 대중들에게 조금 더 다가간다.

그 가운데서 '서곡: 현세지옥' 같은 곡에선 한국적인 색깔이 묻어 나오는 등 우리 음악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노력도 빼지 않았다. / 강이종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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