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올린 글을 다시 가져온 것이라 존댓말을 쓰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수행 서적은 많다.
넓게 보면 종교의 경전부터 이른바 자기개발서까지도 수행 서적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수행이란 바로 무언가를 뚝딱 만들어 내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를 연마하여 어제의 나, 오늘의 나와는 무언가 다른 나가 되기 위한 것이라 정의해도 큰 무리는 없을 듯하다.
그러면 수행 서적을 읽으면 수행이 잘 되는 것일까.
전 세계에 셀 수 없는 수행자가 있고 셀 수 없는 수행 서적이 있다.
그런데 부처가 되었다는 사람은 볼 수가 없고, 천국에 자기 자리를 예약했다는 사람도 볼 수가 없고, 그렇다고 빌게이츠가 되었다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이 쯤 되면 소비자보호원에 항의라도 해야 할 판이다. 자기개발서는 저자라도 있으니 저자에게 따질 수 있겠지만, 경전은 어디에다 항의해야 하는 것일까.
만약 자기개발서의 저자에게 따지면, 저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건 당신이 내 책대로 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책에 따르면 하루에 18시간만 집중하면 된다. 또는 10년 간 하루도 빠짐없이 대략 100가지의 규칙만 지키면 된다. 그게 아니면 성공한 모습을 실제처럼 그려내는 상상력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본인은 통장에 1억원이 들어있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 한 열 번 정도 상상을 해 보았는데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한 천 번쯤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을까.
혹시 천 번 해 보신 분이 있다면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1억원도 상상이 안 되는데 무슨 재주로 재벌집 회장님이 된 기분을 상상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책의 저자는 잘 알고 있는가 보다.
이런 상상력 개발서는 한물 간 취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기개발서 읽고 성공했다는 회장님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상상력 개발서 다음에는 힐링 열풍이 잠시 불었다. 하루에 18시간씩 일하는 건 근로기준법 위반이고 그 대신 지친 심신이나 달래 보는 것도 괜찮다.
괜찮다. 그래 괜찮아. 당신 잘못이 아니야.
그런데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은 지금 국립대 교수님이고 또 어떤 분은 거물 정치인이 되셨다. 힐링 같은 거 필요 없는 분들이다.
에라 모르겠다. 다 못 믿겠으니 그냥 다니던 곳이나 잘 다니자. 기성 종교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길을 찾아보았지만 별 뾰족한 수가 없다. 구관이 명관이다.
마음을 잘 비우면 된다고 한다. 아니면 신에게 온전히 맡기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취업 준비도 해야 되고, 직장에서 상사 눈치도 봐야 하고, 집에서는 살림도 해야 한다. 하루 종일 마음 비우고 맡길 수 있는 분들과는 처지가 다르다.
일년 내내 밥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마음을 비우고 기도하는 분들도 잘 안 되는데, 내가 무슨 재주로 마음을 비우고 신을 만날 수 있을까.
이쯤 되면 포기 직전이다. 속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하면 좋을까.
본인은 이 순간에 당신을 불러 세운다. 다 포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책 한 번만 읽어보시라고 한다. 아무에게나 이 책을 권하지 않는다.
수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방황에 지친 이에게 마지막으로 이 책을 제안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