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news/main1.php?mode=LSD§ion_id=104&menu_id=104이라크 수감자 학대는 고도의 고문기법
[연합뉴스 2004-05-09 08:27]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수감자 학대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악명높은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자행된 성적 학대는 미.영국군 특수부대원들이 교육받은 고도의 고문기법의 일부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8일 퇴역 영국군 장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주 이라크에서 돌아온 퇴역 영국군 특수부대 장교의 말을 인용,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에서 일어난 학대 행위는 충격과 수치심을 유발하도록 고안된 `R21'로 불리는 `심문 저항 기법'(resistance to interrogation)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신원공개를 거부한 이 퇴역 영국군 장교는 미.영국군 특수부대 요원들이 포로가 됐을 때 적군의 심문에 저항할 수 있도록 ▲잠 안 재우기 ▲나체로 오래 방치해 두기 ▲여군 앞에서 자위 강요하기 ▲나체로 피라미드 쌓기 등을 포함한 고문 기법을 교육받는다고 밝혔다. 미리 고문을 체험함으로써 저항 능력을 키운다는 것.

그는 사진에서 드러난 미군의 이라크 수감자 학대 모습은 R21에 포함된 고문 기법이지만 아브 그라이브 수용소에 배치된 미군 헌병 등은 이 기법 내용과 그 위험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채 무턱대고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 내 민간인 하청업자들과 협의한 결과,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경비병들이 R21 기법을 사용한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그들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R21 기법은 ▲수감자들에게 두건 씌우기 ▲잠 안 재우기 ▲시간을 혼동하게 만들기 ▲물과 식량 빼앗기 ▲추위에 떨게 하기 등이 포함되며 장시간 노출되면 신경쇠약 또는 정신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퇴역 영국군 장교는 이라크에 배치된 미군들 사이에 특수부대원들이 포함돼 있고 많은 미.영국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민간 하청업체에 고용돼 경비.경호 업무에 종사하고 있어 R21 기법이 아부 그리이브 수용소 경비병력에도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대중지 데일리 미러는 이날 1면에 영국군 병사 한 명이 손을 뒤로 묶인 채 이가 부러져 피를 흘리는 이라크 수감자를 대상으로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미러는 `병사 D'로 표기된 익명의 영국군 병사가 "이라크 수감자를 다룰 때에는 말 그대로 `무법 천지'였으며 12명의 병사가 돌아가며 수감자 한 명을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고 폭로하며 이 사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병사 D는 수감자들에게 무차별 폭행이 가해지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영국 군인들이 고향에 있는 친구와 가족들에게 자신의 `강함'을 자랑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나 비디오로 학대행위를 담은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막사에는 500장의 가혹행위 장면을 담은 CD가 돌아다니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에는 폭행을 가하기 전과 폭행을 가한 후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미러는 병사 D 역시 조직적인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된 영국 육군 랭커셔 연대 소속원이었으며 자신이 한 반인륜적 행위에 가책을 느껴 가혹행위 사실을 폭로하게 됐다고 말했다.

lcs@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