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naver.com/ [American POP]`화씨911` 개봉강행…부시 "나 떨고있니"
[헤럴드경제 2004-05-08 13:32]

무어감독 "정치적 검열"…디즈니사와 논쟁 확산

9ㆍ11테러 라덴家와 유착 대선 앞두고 정가 술렁

"세제 혜택 축소를 우려한 기업의 정치적 검열." "칸 영화제 등에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홍보 술수." 디즈니 사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화씨 9/11`의 배급을 금지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마이클 무어 감독과 디즈니 사 간의 논쟁이 미국 영화계, 언론계, 정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디즈니 사의 배급금지 방침에 대해 디즈니의 자회사인 미라맥스와 마이클 무어 감독이 일단 "오는 7월 2일 개봉을 강행하겠다"며 "다른 배급사를 찾아볼 것"이라고 입장을 천명한 가운데, 프랑크 라우텐버그 미국 상원의원은 통상위원회 의장인 존 매케인에게 청문회를 요구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미국의 유력 엔터테인먼트 업계지인 할리우드 리포터에 의하면 라우텐버그 의원은 이 서한을 통해 "기업주들이 급증하고 있는 외설, 폭력 영화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대고 있지 않지만, 기업들에 의한 정치적 검열 사례는 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검열에 입각한 뉴스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최근 배급 패턴에 대한 청문회` 소집을 요구했다.

라우텐버그는 "일례로 디즈니 사는 영화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영화 중 하나인 `킬빌`을 배급하고 있지만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작품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배급을 거부했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라우텐버그는 부시 정권의 강력한 후원자로 알려진 싱클레어 방송 그룹이 배급권을 가진 일부 지역에서 700여명의 이라크 전쟁 전사자를 보도한 ABC `나이트라인`의 송출을 거부한 사실, CBS가 레이건가를 다룬 미니시리즈를 방영 거부한 일, 슈퍼볼 중계 도중 친민주당 시민단체인 `무브온`의 광고를 거부한 사례 등을 지적했다.

이 가운데 화제가 되고 있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은 9ㆍ11 뉴욕 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가문이 부시 대통령 일가의 `사업파트너`로서 뿌리깊은 `유착관계`에 있음을 폭로하는 영화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오스카상 수상작인 `볼링 포 콜럼바인`과 저서 `멍청한 백인들` 등을 통해 미국 보수세력과 부시 정권에 강경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논쟁은 지난 5일 디즈니 사가 자회사인 미라맥스의 `화씨 9/11` 배급을 금지한 사실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 언론에 보도되면서 시작됐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보도 직후 "디즈니 사가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제프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 주에서 세제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할까 우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으며, 디즈니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아이스너는 "터무니없는 발언"이라며 "이미 1년 전 결정된 사항을 다시 들추는 것은 칸 영화제 등을 비롯해 대중의 관심을 끌려는 술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화씨 9/11`이 칸 영화제를 넘어 재선을 노리고 있는 부시의 `대선가도`에 어떤 영향을 줄는지 주목된다.
이형석 기자(su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