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달려가는데 나 혼자만 제자리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간혹 있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현실에 도전해 나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기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것, 땀 흘린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우리 삶의 의미는 충분합니다.

《우리 사는 동안에》,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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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일을 상상하는 것도 정말 사는 것 같습니다....


갓구운 감자를 먹을 때, 양치질을 하고 나서 시원한 물 한잔 마실 때,

잘 알지 못하지만 어떤 사람을 포옹하게 되었을 때,

낮잠을 자고 나서 세수하고 뽀얀 얼굴을 거울로 바라볼 때,

반가운 얼굴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보았을 때,

철이 바뀌어 옷장에서 꺼낸 옷 속에 만원짜리 지폐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주 깨끗한 화장실에서 소변볼 때,

시원한 딸기 밀크셰이크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을 때,

엄마품에 안기어 지나가던 간난아기가 나를 바라보며 방긋이 웃을 때,

개들이 내 바짓가랭이를 싸고 꼬리를 흔들며 내가 먹는 붕어빵을 달라고 맴돌때,

맛있는 호떡집에 줄을 오래서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 있을 때,

내 마음을 잘 알아주는 사람이 내 이야기를 지루해하지 않으면서 잘 들어줄 때,

내가 핸드폰으로 전화하는 것이 비쌀지도 모른다면서 상대방이 전화를 다시 걸어줄 때,

텔레비전에서 정말 썰렁한 농담을 하는 개그맨들이 스스로 민망해서 웃을 때,

전자레인지에서 팝콘을 갓 튀겨내어 소금기가 골고루 퍼지라고 봉지를 흔들 때,

화장실에 있는 휴지가 정말 부드러운 크리넥스일 때,

그리고...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봄날에

이렇게 맘 편안히 자리에 앉아 글을 쓸 때....




기쁨 속에 머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