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의 무서움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다른 첨단무기들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정보는 군사정보의 속성상 대중에게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이번 이라크전도 이런 정보 은폐의 과정 속에서 또다른 피해의 양산이 우려된다.

가장 큰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대상은 열화우라늄탄이다. 열화우라늄탄이란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핵연료나 핵무기 탄두 등을 가공할 때 발생되는 우라늄 부산물을 이용해 만든 포탄이다. 이 우라늄 부산물에는 방사능 성분이 적게 함유돼 있기 때문에 감손우라늄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우라늄의 특성상 밀도가 매우 높고 단단해 주로 탱크나 장갑차를 높은 운동에너지를 갖고 관통하기 위한 철갑탄의 탄심으로 쓰여진다. 현재 미군 탱크에서 사용하는 전차포탄과 장갑차, 헬리콥터, 대지공격기에 쓰이는 기관포탄은 거의 모두 열화우라늄이다.

열화우라늄탄은 장갑을 관통하면서 높은 열을 발생해 목표물을 파괴하는데, 이 과정에서 열화우라늄 탄심이 기화돼 미립자로 확산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소량이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방사능물질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호흡, 식수 등을 통해 사람이 접하면 우라늄 입자가 허파, 뼈, 신장 등에 흡착돼 지속적으로 방사능에 피폭된다. 이런 열화우라늄탄의 폐해는 단순히 사람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생태계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때문에 막심한 환경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열화우라늄탄은 1차 걸프전 때 처음 선보였으며, 이후 1994-1995년의 보스니아 내전, 1999년 코소보 전쟁과 같은 발칸반도 분쟁에서 계속 사용됐다. 이것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이들 전쟁에 참가한 병사나 주민들이 잇따라 암으로 사망하고 전장 주변 지역에서 기형아가 태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보고되면서부터였다.

1차 걸프전 때 미국은 이라크 탱크와 장갑차를 파괴하기 위해 70여만발의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약 8백t에 이르는 열화우라늄이 그대로 방출돼 전후처리에 임한 병사들과 주변주민들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의 발표에 따르면 바스라 등 이라크 남부 지역에서는 암 발생률이 6배나 증가했고, 특히 15세 미만의 어린이 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00년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걸프전 참전 군인 70만명 중 1만4천5백명에게서 암이 발생했는데, 이 역시 ‘걸프 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사실 걸프 증후군은 당시에는 세계의 관심을 별로 끌지 못하다가, 보스니아와 코소보전쟁 결과로 생긴 ‘발칸 증후군’이 퍼지면서 함께 주목을 받게 됐다. 이때는 유럽국가들이 열화우라늄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미국과 유럽국가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공식적으로는 열화우라늄탄의 유해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일단 사안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열화우라늄탄을 둘러싼 문제는 월남전 때의 고엽제 사용 후유증 논란처럼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 국방부에서는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도 지상전이 발발하면 열화우라늄탄을 ‘아낌없이’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라크와 같은 고온건조한 사막지역에서는 기화된 열화우라늄 입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확산될 수 있어 그 피해가 더 커질 것이 우려된다.

이밖에 이번 전쟁에서 새로 선보인 첨단무기들 역시 환경재앙을 초래할 우려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전쟁 초기에 이라크의 통신체계를 마비시킨 전자폭탄의 경우를 보면, 폭발시 20억W의 에너지에 해당하는 극초단파를 순간적으로 방출해 반경 3백30m 안의 모든 전자기기를 마비시킨다고 한다. 이 출력은 전 세계의 휴대전화를 한꺼번에 작동시킨 것보다도 월등하게 높은 에너지다. 현재 휴대전화의 전자파를 둘러싸고 유해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전자폭탄 역시 우리 건강에나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박쥐나 일부 조류와 같이 전자기파에 민감한 생물들은 여기에 노출되면 감각기관과 신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재래식 무기 또한 살상력에 따라서 환경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번에 바스라 상공에서 사용됐다고 의심되는 공중폭발 대형폭탄(일명 MOAB)은 폭발시 반경 5백m를 파괴한다. 이 정도의 위력이면 주변 생태계는 소형 핵무기를 맞은 것처럼 초토화될 수 있다. 월남전에서 쓰인 네이팜탄은 단순히 화재를 유발했지만 이런 폭탄들은 순간적으로 주변 산소를 모두 끌어들여 단숨에 연소해 폭발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순간적으로 주변의 모든 생물체를 전멸시킬 수 있다.

이라크전의 결과 우려되는 환경피해의 최종 결과는 어떤 양상으로 전쟁이 벌어질 것인지,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될 것인지에 달려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전쟁, 특히 현대전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엄청나다. 일각에서는 전쟁중의 환경파괴 행위를 국제법에 의해 규제하고자 ‘녹색 제네바 협정’을 제안하고 있지만 아직 목소리가 작은 실정이다. 전쟁은 수천년 간 조화롭게 존재하던 모든 것을 한번에 파괴할 수 있다. 소중한 지구의 환경은 평화와 함께 할 때만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