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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기 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든
당신의 빛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태양과 바람을 만난 것처럼
내 영혼의 곡식을 여물게 하시되
나만의 것인 양 자랑하는
교만에 물들지 않도록
겸허함을 먼저 배우게 하소서.

바람결에 날아든
당신의 빛 한 줄기만으로도
내 안의 어둠
뒷걸음치기에 충분하오나
해묵은 친구 되어 버린
내 넋의 방황과 운명의 그림자,
이제 그만 걷힐 수 있도록
빛의 강물로
내 안을 온전히 휘저어 주소서.

새벽을 맞는 넉넉한 기쁨,
온누리에 물결치도록
당신의 피리 소리 되게 하시되
성급함으로 화폭을 망치는
화가처럼은 마시고
내 안에 넘치고 넘쳐
흘러 넘칠 때까지
기다림의 미학을 먼저 배우게 하소서.

조회 수 :
1328
등록일 :
2002.10.26
11:41:14 (*.204.31.28)
엮인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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