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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야기: 성고영화(聖苦靈花) 


작자: 대법제자 


[정견망] 어느 날 연로하고 허약한 거지가 한 음식점에 와서 구걸을 하는데 심하게 굶은 상태였다. 주인은 마침 손님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는데 산발하고 온몸에 악취가 나는 거지를 보자 갑자기 어쩔 줄을 몰라 코를 막고 몽둥이를 휘둘러 거지를 쫓아버렸다. 이 장면을 이전에 와서 동냥을 하던 스님이 보게 됐다. 주인이 고개를 돌려보니 법사(法師)는 기품이 있고 세속을 초탈한 모습에 키가 훤칠하고 위엄이 있어 갑자기 존경의 마음이 솟아났다. 얼른 점원에게 소리쳐 법사에게 반찬을 준비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법사는 주인에게 감사한 후 얼른 거지 옆으로 갔다. 거지는 이미 나이가 많았고 두 눈이 어두웠다. 그러나 법사가 다가가자 거지는 점점 시력이 회복되어 법사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법사는 그에게 지저분한 수염을 정리해주고 따뜻한 옷을 입혀주며 자기가 얻어온 밥을 먹으라고 했다. 거지는 감동하여 두 눈에 눈물이 줄줄 흘렸다. 


법사가 떠나려고 할 때 거지는 돌연 꿇어앉더니 두 손으로 법사의 발을 꼭 붙잡고 실성하며 통곡했다. “법사님, 이 늙은이가 당신을 따르면 안 되겠습니까?” 법사는 기연(機緣)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겸허하게 말했다. “나는 출가인이라 돈이 없으며 재물도 없습니다. 비록 자비를 품고 있지만 사실 당신을 어떻게 부양할지 모릅니다.” 


거지는 또 울면서 말했다. “법사님, 저는 당신께 먹을 것을 구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죽기 전에 불법(佛法)을 한번 들어보고 해탈을 얻었으면 할 뿐입니다.” 


법사는 기연이 성숙한 것을 알고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나를 따라 오시오. 나는 당신의 일체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법사는 온갖 병에 걸리고 불구가 된 거지를 부축해 절로 돌아와 그에게 불법을 읽어주었다. 


거지는 평생 많은 고생을 겪었는데 엄동설한, 무더위와 비바람에 노숙을 하며 한 번도 배불리 먹어보지 못하고 참으며 매년을 지내왔다. 비록 그는 늘 고생을 겪었지만 무엇이 고생인지 알지 못했다. 보지도 못하고 만질 수도 없었다. 때로는 운명이 이같이 불공평한 것을 느끼고 견딜 수 없었을 때 거지는 하늘을 가리키며 분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하느님, 어떻게 눈이 없습니까. 어떻게 저에게 이렇게 잔인하십니까?” 그러나 매번 그가 고함칠 때마다 마른하늘에서는 갑자기 뇌성이 울려 왔다. 


몇 번 이런 일이 있은 후 거지는 감히 다시는 함부로 고함지를 수 없었다. 사람들이 거지를 업신여기고 들개가 거지를 쫓아다녀 거지는 온데 숨어 다녔다. 그럴 때면 늘 한바탕 큰 비가 내려 그가 난관을 피하도록 해주었다. 누가 알았으랴. 온 하늘의 큰 비는 바로 하늘의 신과 부처가 이 거지의 인고(忍苦)를 위해 흘리는 눈물인 것을. 


절로 돌아온 후 거지는 매일 법사가 염불하는 것을 듣고 점점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하루는 거지가 물었다. “고생이 무엇입니까?” 법사는 손을 내밀었다. 순간 손위에 오색찬란한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았다. 꽃은 손 위에서 가볍게 한들한들 움직이며 비할 수 없이 예뻤다. 거지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서 보며 생각했다. 여태껏 고생이 이렇게 길고 이렇게 보기 좋다고 말하는 것은 들은 적이 없는데. 법사는 꽃잎을 따서 거지에게 주며 말했다. “한번 먹어보게, 무슨 맛인지.” 거지가 받아들고 삼켰다. 오랫동안 굶주렸으므로 이 거지는 이미 게걸스럽게 삼키는데 습관이 되어 있었다. 


꽃잎을 막 삼키자 거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보기 좋은 꽃잎이 알고 보니 이렇게 쓰구나. 얼마나 쓴지 거지는 그만 땅바닥에 구르며 어쩔 줄 몰랐다. 법사가 말했다. “움직이지 말게.” 거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쓴 맛은 점점 거지의 맥락과 근육을 지나가며 천천히 흩어졌고 거지는 비로소 조금씩 움직일 수 있었다. ‘이렇게 한평생 아주 많은 고생을 겪었는데 알고 보니 이 꽃잎 하나만큼 쓰지 않았구나.’ 법사는 거지에게 일어나라고 했다. 거지가 일어나 보니 구부정했던 몸이 똑바로 펴있었고 동상으로 얼었던 손발이 다 나았으며 온갖 악질들이 다 사라져버렸으며 신체는 안팎으로 다 깨끗하고 시원해져 있었다. 거지는 다시 한 번 기쁨에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며 법사에게 머리가 땅에 닿게 절을 하며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했다. 이때부터 법사와 함께 수련을 시작했다. 


법사는 그를 부축해 일으키고 선방(禪房)에서 한손을 휘두르자 갑자기 온 방안의 바닥, 벽, 천정에 순식간에 각양각색의 크고 작은 꽃이 눈부시고 아름답게 가득 차 있었고 기이한 꽃향기가 가슴속까지 스며들었다. 법사는 말했다. “이 꽃을 성고영화(聖苦靈花)라고 하는데 내가 생생세세로 세간의 온 구석을 다니며 모든 고생을 다 겪고 수련해낸 것이라네. 세상 사람이 단순히 고생을 겪어서는 이런 성결한 꽃을 만들 수 없네. 정법(正法)의 비호(庇護)와 가지(加持) 하에서만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다네. 하지만 매 하나의 꽃잎은 매우 많은 고생을 통해서만 이루어진다네.” 


거지가 말했다. “대사님, 당신이 이렇게 많은 고생을 다 겪고 심혈을 기울여 이런 성고영화를 재배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생을 위해서지!” 법사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자네는 이후 인고(忍苦)의 수련을 하고 또 성고영화를 만들어야 세상 사람을 구할 수 있네.” 


거지가 말했다. “저는 태어난 이래 평생 고생을 겪었는데 어째서 아무것도 모릅니까? 반대로 늙고 병들고 원망하고 질투하게 됐습니까?” 


“자네가 정법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지. 자네는 태어나서 부모에게서 버림받고 구걸할 때 사람들에게 얻어맞고 욕을 들었네. 이는 모두 업력 때문이며 또 자네는 여래부처님 앞에서 인고의 길을 선택했지. 성고영화는 중생의 각종 고생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중생은 정법을 수련할 수 있게 되었고 영원한 기쁨을 얻으며 자유자재하고 광명하게 되지. 인고의 수련 중에서 성고영화를 형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생도 자네를 따라 부단히 수련 중의 고생을 겪어 비로소 생명이 있을 기회가 있게 되네. 또 천국세계로 들어갈 복이 생기게 되지.” 이에 이르자 거지의 사상이 단번에 열렸으며 이 모든 것의 연유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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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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