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가족들과 식사한 후 마티즈로 아파트의 비좁은 공간을 빠져나오다가 레죠와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마티즈의 백밀러를 접고서야 겨우 통과했으니.
그런데 레죠 차주가 달려오더니 내가 자기차를 긁고 갔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차 빼려고 낑낑댈때 가만히 휴대폰만 걸고 있던 자였다. 그리곤 유심히 내차를 보았던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있게 자기차를 내가 백밀러로 긁었다고 하는 것이다.

일단 그의 차로 가서 상처를 보니 백밀러 위치가 아닌 훨씬 아래인 옆범퍼에 연필심으로 그은듯한 한줄짜리의 3센티정도 일자줄이 나 있었다. 그것을 내가 긁었다고 우기는 것이다.
내가 백밀러가 부딪칠까봐 접은 위치는 그 차의 뒷문 중간높이 이다. 그런데 뒷범퍼를 어찌 긁을 수 있다는 말인가? 더우기 마티즈는 둥글둥글 하기에 긁더라도 일자줄이 형성될 수가 없다. 넓게 긁힌 자국이 남을 뿐이다. 어느 차라도 그렇게 자국이 남는 법은 없다. 그 자국은 못같은 날카로운 것으로 그을때만 나타날 수 있는 자국이다.

순간 열이 팍 받기 시작했다. 터무니 없는 억지로 나에게서 돈을 뜯어내려는 속셈이 너무나 명확했다. 모친은 그것도 모르고 사과하고 끝내라고 종용했다. 그러나 그런 인간에게 헛점을 보였다가는 뜯기는 지름길이다. 그는 마티즈를 다시 가지고 와서 재현을 해보자고 꼬시기도 했다.
난 하나하나 그의 부당성을 따졌고 그는 할말이 없어지니까 사과 안하고 갔다는 것만 물고 늘어졌다. 아니 부딪치지도 않았는데 무슨 사과를 하고 가나? 할 말이 없으니 억지를 부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어정쩡하게 끝났다. 아마 그는 20-30만원 날라갔다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레죠는 범퍼값만 해도 그 정도는 될테니...

우리사회가 이렇게 비열해지고 치사해졌다. 나이는 20대 밖에 되지도 않아 보이는데 엉뚱한 것에 덤탱이를 씌워 상대에게서 돈을 뜯으려고 한다. 자동차 접속시 기존의 망가진 부분까지 덤탱이 씌우는 것은 이젠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나 싶을 정도다.
사회가 팍팍해지니 이런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전에도 어떤 아줌마는 자기가 금방 한 말을 보험회사 직원이 오니까 언제 그런말을 했냐고 말을 싹 바꿨다. 물론 그 이후로 나를 눈 똑바로 뜨고 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