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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과 재상의 생사는 모두 정해져 있다 


작자/ 막구(莫求) 


[정견망] 북송 인종(仁宗 1023〜1063년) 때에 방적(龐籍)이라는 유명한 대신이 있었는데 자는 순지(醇之)였다. 그는 ‘천자어사(天子禦史)’라 불렸고 ‘영국공(潁國公)’에 봉해졌다. 말년에는 태자태부로 퇴직하여 집에 돌아와 쉬고 있었다. 관례에 따라 사람들은 그를 ‘방상국(方相國)’이라 불렀다. 어떤 소설에서는 그를 부정적 인물로 묘사하는데, 실제로 그는 국가에 많은 공을 세운 사람이다. 물론 이것은 본문과는 무관하다. 


가우(嘉祐) 8년(1063년) 송 인종 재위 마지막 해에 인종이 병이 들어 심신이 불편한 지 이미 오래되었다. 마침 이해 3월 방상국도 중병이 들었다. 그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심해져서 3월 말 어느 날 사경을 헤매다 기절하여 죽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잠시 후 깨어나 정신이 돌아왔다. 다음날 방상국은 사람을 시켜 지필묵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옆의 사람들을 물리치고 인종에게 한 장의 상소문을 써서 밀봉한 다음, 그의 아들에게 자기 대신 황제에게 올리라고 했다. 


식구들은 죽을 것으로 여겼던 그가 막 깨어나 황제에게 상소문을 올리자 걱정이 되었다. 정신이 똑바르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상소 내용이 혹 올바르지 않을까봐 두려워 걱정을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식구들은 그 상소문을 황제에게 올리지 않았다. 그런 후 며칠이 지나 3월 27일이 되자, 방상국의 병세가 갑자기 더욱 위급해지더니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때 방상국의 가족들은 며칠 전의 상소문이 생각나서 열어서 검사해 보기로 했다. 


상소문의 내용은 이러했다. “폐하께 아뢰옵니다. 신이 어제 처음 혼미하여 죽었었는데, 어떤 사람이 신의 원신(元神)을 인도해 천상의 옥황상제를 뵈었나이다. 그러더니 어떤 사람이 옥황상제의 소를 제게 전해주며 말하는데, ‘먼저 방상국을 잠시 인간으로 되돌려 보내니, 며칠 후 남악진인(南嶽真人)과 함께 돌아오게 한다.’ 이리하여 신의 원신은 대전을 나왔으며, 또 어떤 사람이 신을 인도해 다른 대전으로 데리고 가서는, 남악진인을 배알하게 했습니다. 


신이 예를 마치고 고개를 들어 남악진인을 바라보니 바로 폐하셨습니다. 그리고 신의 원신은 돌아왔고, 신의 육신이 이승에서 깨어났습니다. 병이 많이 나아졌기에 신은 즉시 폐하의 상태를 물어보았고, 폐하의 병도 많이 좋아지셨음을 알았습니다. 하늘에서 우리더러 인간세상에서 계속 군신지간으로 지내라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신은 크게 위안이 되고 즐거워 이렇게 상주하는 것입니다. 폐하께서는 병에 대해 걱정하지 마옵소서.” 


식구들은 상소문을 읽어보고 크게 놀랐다. 왜냐하면 이 상소문에 따르면 송나라 인종은 바로 남악진인이 세상에 내려와 사람이 된 것으로, 하늘에서는 그와 방상국이 함께 하늘로 올라가도록 배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또 하루가 지나자 3월 29일 인종이 붕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은 당시로선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았고 방상국이 인종과 함께 세간에서 계속 군신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했지만 이들이 떠날 때가 되자 더 이상 머물 수 없었다. 이로써 보건대 사람의 생사는 모두 하늘에서 정하는 것으로 인간의 뜻에 따르는 것이 아니다. 

조회 수 :
2071
등록일 :
2011.10.18
14:13:27 (*.51.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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