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나'는 무수한 인간형이 짬뽕되어 있습니다.
짬뽕되어 있다고 해도 그 '작은 나'들은 결코 서로 친하지
않으며 의사소통도 안됩니다.
오로지 서로 잘났다고 자기 주장들만 할 뿐이며, 그런 상태에서는
의사소통이 안되는 게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어떤 외부의 자극에 부닥쳤을 때,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놈이
대장입니다.
화내는 걸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놈이 튀어나오면 '나'는
그 놈의 종이 되어 미친 뭣처럼 길길이 날뛰게 됩니다.
참는 걸 잘하는 놈이 먼저 튀어나오면, '나'는 그 놈의
종이 되어 무조건 이를 악물고 참게 됩니다.
두려움에 밝은 놈이 나오면 도망치고, 게으른 놈이 나오면
방치해 버립니다.
어느 경우든 '나'는 아닙니다.
그때의 '나'는 오로지 그들 중 한 놈에게 지배되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무력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엄연한 현실이자 실재입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분명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그 놈들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 잘내는 놈이 튀어나오면 그 즉시 머리통을 잡아 눌러버립니다.
참는 놈이 억지로 참으면 그 합당한 까닭을 묻습니다.
도망치자고 소리치면 일단 무시하고, 게으른 놈이 나서면 곧 바로 채찍을
준비합니다.
그때부터 내 안의 무수한 '작은 나'들의 발동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는
없어도 끌려다니지는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기뻤으며 충분히 기대하지 못했던 새롭고 낯선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다가 그 온갖 시끄럽고 요란한 '작은 나'들을 조종하고 관리하는 게
무엇인가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그게 '큰 나' 혹은 '참 나'가 아닐까 싶어서였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 '작은 나'들의 관리와 통제가 상당히 수월해지고 익숙해졌다 싶었을 때,
그들의 관리자와 통제자인 그 '나'가 잘난 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 그 사실들을 설명하고 너도 해보라고 권유를 하기 시작했으며,
권유가 먹히지 않으면 설득, 주장, 심지어 협박, 강요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놈 역시 '작은 나'의 하나일 뿐이었으며, 단지 '작은 나'들 중
가장 힘이 센 놈이었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거기까지 이르다보니, 그 동안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인지해온 '또다른 나'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옳지, 그게 진짜 '나'일지 모른다 싶어 찾았습니다.
그냥은 찾으면 잘 안보여서 일이 생길 때마다, 기회가 올 때마다 느낌의
눈을 부릅뜨고 찾았습니다.
그것은 아직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는 내 안의 그 존재는,
그런 존재가 있다고만 어렴풋이 느껴질 뿐이지, 모든 것이 희미하기만 합니다.
신기한 건 그러는 중에 예상조차 못했던 '구체적인 녀석'이 느낌과 탐색의 그물망에
잡혀온 것이었습니다.
그때에도 여전히 '작은 나'들의 대장인 녀석이 온갖 '작은 나'들의 난리발광의
증거인 감정들은 잘 통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녀석이 이미 '대장'이 아니었습니다.
예상 못했던 존재인 '구체적인 녀석'이 '작은 나'들의 대장을 부하로 거느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녀석'은 '나'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고 인류는 물론 풀 한 포기, 돌 한 조각도 사랑한다고 분명하게
느끼게 했고,
내 안에 우주와 삼라만상 모두가 깃들어있으며,
그러므로 내가 곧 우주이자 하늘이라고 '분명하게' 인지하게 했으며,
그 증거인지 갑자기 생명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벅찬 느낌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아...'나'도 모르는 사이에 드디어 내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던,
그토록 알고 싶어하던 진짜 나, '참 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그렇게 의식한 순간, 나는 그만 깨달아 버리고 만 것일까.
소위, '완성'을 이루어 버리고 만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모든 것을 다 알아 버린 듯한 여유로움과,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을 듯한 넉넉한 상태는 어디서 온 것이란 말인가.
우주와 혼연일체가 되어 신명나는 춤이라도 추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러나 '나'와 온 세상, 우주가 새롭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과는 달리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좀 강하다 싶은 외부의 자극이 왔을 때,
'나'의 반응은 '작은 나'들의 대장 녀석이 '작은 나'들을 통제하던 수준에서 조금도
발전한 게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행히 '작은 나'들에 의해 개처럼 끌려다니던 수준까지 떨어지진 않았지만,
오히려 '작은 나'들의 대장 녀석이 그 동안 대장 자리를 뺏겨서인지 힘이 약해져
버린 것 같아 적지 않은 충격이 있었습니다.
예상 못한 사이에 등장했던 그 '구체적인 녀석'은 단지 조용할 때,
외부의 자극이 없을 때만 그 어디선가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고 나타나서는 깨달음의 길에
이미 들어섰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내가 하늘이고 우주라는 그 놈의 주장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도 발견해낼 수 없었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었으며,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스로 뭐나 된 듯한 착각과 최면만이 그 놈이 가져다 주는 전부였던 것입니다.
그 놈은 결국 감정을 억눌리고 통제 당한 '작은 나'들이 마치 그것을 복수하듯이,
'지식'으로 무장해서 탄생시킨 새로운 괴물이었던 것입니다.
감정은 내 안에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감정적인 작은 나'들은 결국 내가 만들고 키워온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식은 외부에서 오는 것입니다.
'지식적인 작은 나'들은 외부, 심지어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우주적인' 것들까지
끌어옵니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없이 그것들이 '나'하고 '동일'해졌다고 거짓말을 하고 기만을 하며
최면을 걸어 옵니다.
그리고 주인행세를 하며 '나'를 착각 속에 살게 한 것입니다.
'감정적인 작은 나'들에게 반란까지 차근차근 준비시켜 가면서...
이 가공할 시스템을 정리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어디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안'에 있는 내 시스템입니다. 공포는 진정 멀리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시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발견한 진리는 지금까지 그것 뿐입니다.
아직은 그것만이 '나'를 속이고 기만하지 않는, 그나마 '나'를 지켜내는 유일한 진리입니다.
글 수 17,268
'나'는 무수한 인간형이 짬뽕되어 있습니다.
짬뽕되어 있다고 해도 그 '작은 나'들은 결코 서로 친하지
않으며 의사소통도 안됩니다.
오로지 서로 잘났다고 자기 주장들만 할 뿐이며, 그런 상태에서는
의사소통이 안되는 게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어떤 외부의 자극에 부닥쳤을 때,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놈이
대장입니다.
화내는 걸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놈이 튀어나오면 '나'는
그 놈의 종이 되어 미친 뭣처럼 길길이 날뛰게 됩니다.
참는 걸 잘하는 놈이 먼저 튀어나오면, '나'는 그 놈의
종이 되어 무조건 이를 악물고 참게 됩니다.
두려움에 밝은 놈이 나오면 도망치고, 게으른 놈이 나오면
방치해 버립니다.
어느 경우든 '나'는 아닙니다.
그때의 '나'는 오로지 그들 중 한 놈에게 지배되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무력합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엄연한 현실이자 실재입니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분명하고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이상하게
그 놈들을 조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화 잘내는 놈이 튀어나오면 그 즉시 머리통을 잡아 눌러버립니다.
참는 놈이 억지로 참으면 그 합당한 까닭을 묻습니다.
도망치자고 소리치면 일단 무시하고, 게으른 놈이 나서면 곧 바로 채찍을
준비합니다.
그때부터 내 안의 무수한 '작은 나'들의 발동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는
없어도 끌려다니지는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기뻤으며 충분히 기대하지 못했던 새롭고 낯선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다가 그 온갖 시끄럽고 요란한 '작은 나'들을 조종하고 관리하는 게
무엇인가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그게 '큰 나' 혹은 '참 나'가 아닐까 싶어서였습니다.
아니었습니다.
그 '작은 나'들의 관리와 통제가 상당히 수월해지고 익숙해졌다 싶었을 때,
그들의 관리자와 통제자인 그 '나'가 잘난 체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에 그 사실들을 설명하고 너도 해보라고 권유를 하기 시작했으며,
권유가 먹히지 않으면 설득, 주장, 심지어 협박, 강요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놈 역시 '작은 나'의 하나일 뿐이었으며, 단지 '작은 나'들 중
가장 힘이 센 놈이었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거기까지 이르다보니, 그 동안 그 과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인지해온 '또다른 나'가
있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옳지, 그게 진짜 '나'일지 모른다 싶어 찾았습니다.
그냥은 찾으면 잘 안보여서 일이 생길 때마다, 기회가 올 때마다 느낌의
눈을 부릅뜨고 찾았습니다.
그것은 아직 해결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는 내 안의 그 존재는,
그런 존재가 있다고만 어렴풋이 느껴질 뿐이지, 모든 것이 희미하기만 합니다.
신기한 건 그러는 중에 예상조차 못했던 '구체적인 녀석'이 느낌과 탐색의 그물망에
잡혀온 것이었습니다.
그때에도 여전히 '작은 나'들의 대장인 녀석이 온갖 '작은 나'들의 난리발광의
증거인 감정들은 잘 통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녀석이 이미 '대장'이 아니었습니다.
예상 못했던 존재인 '구체적인 녀석'이 '작은 나'들의 대장을 부하로 거느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구체적인 녀석'은 '나'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고 인류는 물론 풀 한 포기, 돌 한 조각도 사랑한다고 분명하게
느끼게 했고,
내 안에 우주와 삼라만상 모두가 깃들어있으며,
그러므로 내가 곧 우주이자 하늘이라고 '분명하게' 인지하게 했으며,
그 증거인지 갑자기 생명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은 벅찬 느낌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아...'나'도 모르는 사이에 드디어 내가 그토록 찾고 싶어하던,
그토록 알고 싶어하던 진짜 나, '참 나'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일까.
그렇게 의식한 순간, 나는 그만 깨달아 버리고 만 것일까.
소위, '완성'을 이루어 버리고 만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모든 것을 다 알아 버린 듯한 여유로움과,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을 듯한 넉넉한 상태는 어디서 온 것이란 말인가.
우주와 혼연일체가 되어 신명나는 춤이라도 추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러나 '나'와 온 세상, 우주가 새롭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과는 달리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좀 강하다 싶은 외부의 자극이 왔을 때,
'나'의 반응은 '작은 나'들의 대장 녀석이 '작은 나'들을 통제하던 수준에서 조금도
발전한 게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다행히 '작은 나'들에 의해 개처럼 끌려다니던 수준까지 떨어지진 않았지만,
오히려 '작은 나'들의 대장 녀석이 그 동안 대장 자리를 뺏겨서인지 힘이 약해져
버린 것 같아 적지 않은 충격이 있었습니다.
예상 못한 사이에 등장했던 그 '구체적인 녀석'은 단지 조용할 때,
외부의 자극이 없을 때만 그 어디선가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고 나타나서는 깨달음의 길에
이미 들어섰다는 느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내가 하늘이고 우주라는 그 놈의 주장에서
도대체 무슨 근거도 발견해낼 수 없었고,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었으며,
여전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스로 뭐나 된 듯한 착각과 최면만이 그 놈이 가져다 주는 전부였던 것입니다.
그 놈은 결국 감정을 억눌리고 통제 당한 '작은 나'들이 마치 그것을 복수하듯이,
'지식'으로 무장해서 탄생시킨 새로운 괴물이었던 것입니다.
감정은 내 안에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감정적인 작은 나'들은 결국 내가 만들고 키워온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식은 외부에서 오는 것입니다.
'지식적인 작은 나'들은 외부, 심지어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우주적인' 것들까지
끌어옵니다.
그리고 아무런 근거없이 그것들이 '나'하고 '동일'해졌다고 거짓말을 하고 기만을 하며
최면을 걸어 옵니다.
그리고 주인행세를 하며 '나'를 착각 속에 살게 한 것입니다.
'감정적인 작은 나'들에게 반란까지 차근차근 준비시켜 가면서...
이 가공할 시스템을 정리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어디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안'에 있는 내 시스템입니다. 공포는 진정 멀리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시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제가 발견한 진리는 지금까지 그것 뿐입니다.
아직은 그것만이 '나'를 속이고 기만하지 않는, 그나마 '나'를 지켜내는 유일한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