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의 요소가 씨앗속에 있다 라는 것은 싹의 일부는 씨앗속에 있고 다른 일부는 씨앗속에 없어 이를 풀면 결국 - 싹이 씨앗속에 있으면서 없다"는 말은, 씨앗에서 싹이 트니 씨앗 속에 싹의 무엇이 있겠지만, 씨앗 속에 그 싹이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므로 싹은 씨앗 속에 없는 것이죠. 결국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모순되는 판단이 성립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군요.

이처럼 어떤 하나의 판단도 그 판단과 모순되는 판단이 동시에 성립됩니다. 하나의 판단만 진실이고 그와 모순되는 판단은 거짓일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모순되는 개념들이 상호 의지하여 성립하는 것을 일러 연기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판단은 상호 의존적인 모순 개념의 연기적 발생에 의하여 성립됩니다.

'있다'는 개념은 그 모순개념인 '없다'에 의지하여 성립되고, 그 반대로 '없다'는 개념은 그 모순개념인 '있다'에 의지하여 성립됩니다. 마치 물결이 일면 물결의 산과 골짜기가 언제나 동시에 성립되는 것과 같죠. 그러나 물 자체는 산도 아니고 골짜기도 아니죠. 이처럼 마음 자체는 어떤 하나의 개념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처럼 분별된 세계는 상호 의존하는 온갖 개념들의 집합체로 나타나지만, 전체 세계 그 자체는 아무런 개념도 아닙니다. 달리 말하면 개념으로 분별하면 전체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가 없고, 개념과 분별을 극복하여야 비로소 세계의 진상이 드러납니다. -KTH

글자에는 진상,실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글자가 진상과 실상을 이야기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