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창욱 기자 = 경기도 구리시 일대 초.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신종 전염병이 집단 발병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4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경기도 구리시 A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지난 5월 20일부터 최근까지 모두 142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신종 전염병인 용혈성 아카노박테리아균(Arcanobacterium haemolyticum)에 감염됐다.

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4일 구리시 모 병원에서 원인불명의 질병환자 10명이 입원한 사실을 보고받고 정밀 역학 조사를 하던 중 5월 20일부터 구리시 초.중.고등학교에서 142명이 이 전염병에 감염된 사실을 알았다"며 "추가 조사에 착수해 지난 1일 8명의 환자로부터 채취한 침.가래.콧물에서 용혈성 아카노박테리아균이 분리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아카노박테리아균은 1946년 남태평양 미국인 병사에게서 최초로 발견된 이래 1980년 이후 유럽 등지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해 왔으나 국내에서 집단 발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병원체는 호흡기로 감염되며 감염된 환자 중 사망한 경우는 없지만 독성이 강하고 발열, 피부발진, 인후통 등 증상을 동반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급성 열성 감염증인 성홍열과 증상이 매우 비슷하고 성홍열과 동반해서 유행되는 경우가 많아 면밀한 환자 관리가 필요하고 항생제 내성이 강해 국내에 토착화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본부는 이에 따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에 이 병원체 감염이 의심될 경우 신속한 보고와 함께 환자 관리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지시했으며, 추가 역학조사를 벌이는 등 환자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체계를 운영하기로 했다.

본부 관계자는 "아카노박테리아균이 빠른 시간에 호흡기를 통해 확산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며 현재도 하루 1∼2명씩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독성이 강하고 전국적인 확산이 우려되기 때문에 감염을 막기 위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