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aeil.com/“이라크전쟁은 부시의 실수"
[내일신문 2004-06-25 11:42]

미국민 여론조사 … 베트남전 이후 최초 반응

전쟁명분을 상실하고 피로 얼룩지고 있는 이라크 사태에 분노한 미국 국민들이 마침내 부시의 이라크 전쟁은 ‘실수’였다는 판정을 내렸다.

미군파병이 실수였다는 국민들의 판정은 베트남전쟁 이후 처음 나온 것이어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는 가장 뼈아픈 일침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라크 주권이양을 6일 앞둔 24일 이라크내 6개 도시에서 차량폭탄테러 등 동시다발 공격이 감행돼 미군 3명을 포함해 100명이상이 목숨을 잃고 320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최악의 유혈극과 대혼란상이 펼쳐진 가운데 이라크전쟁과 테러전쟁에 대한 미국내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고 반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다.

CNN방송, USA 투데이, 갤럽이 21일에서 23일까지 미국 전역의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54%가 이라크에 미군을 보낸 것이 실수였다고 답해 실수가 아니라는 의견 44%보다 10포인트나 많아졌다.

특히 응답자 다수가 미군파병이 실수였다고 판정한 것은 베트남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이 여론조사는 지적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6월초에만 해도 실수라는 여론은 44%, 실수가 아니라는 의견은 58%였으며 지난해 3월 전쟁 개시때는 실수라는 여론이 23%에 불과했던 점에 비하면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민여론이 얼마나 악화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함께 미 국민들은 역시 처음으로 이라크전쟁 때문에 미국이 더 안전해진 것이 아니라 더욱 테러에 위험해졌다고 지적해 부시주장을 반박하기 시작했다.

이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55%는 이라크 전쟁 때문에 미국이 테러에 더욱 위험해졌다고 대답했으며 더 안전해졌다는 의견은 37%로 급락했다.

지난해 12월 사담 후세인이 생포됐을 때에는 이번과는 반대로 안전해졌다 56%, 위험해졌다 33%였다.

미국 국민들은 그동안 이라크전쟁 때문에 미국이 안전해졌다는 여론과 테러와의 전쟁대신 이라크를 침공함으로써 더욱 불안해졌다는 의견으로 반분돼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부시의 주장과는 반대방향로 급속히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은 이번 조사에서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투표 성향이 높은 유권자 지지율에서 48%를 기록, 47%로 나타난 케리 후보와 사실상 타이를 기록했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전쟁에 대한 국민 신뢰를 상실하고 있음에도 살아남고 있는 이유는 무조건 부시를 밀고 있는 공화당원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 경제회복으로 국민의 경제만족도가 다소 높아진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케리 후보가 여전히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