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추적한 부서장 출신… ‘제국의 오만’ 출간
“이라크전은 탐욕스럽게 계획돼… 정당한 이유없어”


[조선일보] 미국 CIA(중앙정보국)의 현직 관료가 미국은 과격 이슬람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있다는 경고를 담은 책을 발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NYT는 9·11 테러 배후 세력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 세력들을 추적하는 특수부 책임자였던 CIA 고위 관료가 익명으로 ‘제국의 오만’이라는 309쪽에 달하는 책을 발간, 이 같은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저자는 책에서 “미국은 9·11 이후 알 카에다 지도부에 치명적 공격을 가하고, 3000명의 알 카에다 전사들을 사로잡았다”면서도 “우리는 2개의 반쪽짜리 실패한 전쟁을 해왔으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는 반미 정서만 불러일으켰고, 알 카에다 및 유사 테러 그룹의 세력만 확장시켜주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라크 공격은 탐욕스럽게 계획됐으며, 정당한 이유가 없고, 급박한 위협이 없는 적에 대한 전쟁이었다”면서 “이라크 공격은 적군의 손아귀에 놀아난 것”이라고 부시 행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했다.

저자는 “클린턴이나 부시 등 미국 지도자들은 현재 미국은 범죄나 테러가 아닌 전세계 이슬람 과격 분자들과 싸우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정책은 적에게 미미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NYT는 “현직 CIA 관료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주제를 다룬 책을 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면서 “CIA 규칙에 따라 책이 출판되기 전 CIA 검열을 받았으며, 저자와 해당 부서를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출판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NYT는 이 책의 저자가 현재 22년째 CIA에 근무하면서 1996년부터 1999년까지는 빈 라덴을 추적하는 부서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대테러전을 수행하는 고위직 관료라고 확인했다. 이 책의 저자는 ‘적의 눈을 통해 : 오사마 빈 라덴, 급진 이슬람 그리고 미국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한 바 있다.

(뉴욕=김재호특파원 jaeho@chosun.com )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