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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지 않는 초원의 바다 커쿠스
샤르별에는 바다처럼 넓은 초원들도 수없이 조성되어 있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초원의 바다는 샤르별의 상공을 날아다니다 보면 어디서나 쉽게 눈에 띄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 넓은 초원의 바다를 샤르별에서는 커쿠스라 불렀다.
샤르별에서 가장 큰 커쿠스 초원의 이름은 늡이구스라 불렀는데, 늡이구스 초원의 상공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가히 초원의 바다라 할 만큼 끝도 보이지 않게 넓은 초원이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상공에 높이 뜬 상태에서 바라보아도 끝이 없는 초원의 바다인데, 땅에서 보면 얼마나 더 멀고 넓게 느껴지는 초원의 바다일지 상상도 되어지지 않았다.
특히 늡이구스 초원은 해가 지지 않는 초원으로도 유명했다.
늡이구스 초원에는 풀만 덮여 있는 것이 아니라 길고 끝없는 강줄기도 사방으로 뻗어서 흘러가고 있었으며, 거울처럼 맑은 호수들이 여기저기 고여 있기도 했다. 푸른 초원에 고여 있는 호수들은 하늘의 조각들을 떼어다가 풀밭에 박아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느껴졌다.
이름조차 모르는 야생화들은 구름처럼 피어나 사방에 군락지어 퍼져있고, 구름 떼처럼 몰려다니는 초식동물들은 종류도 헤아릴 수 없었다. 강과 호수에서 먹이를 찾는 새떼들은 새까맣게 몰려왔다 몰려가며, 물가에서 물을 마시거나 목을 축이고 있는 생명체들의 무리는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흘러 다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거대한 초원과 거대한 생명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우주의 대서사시와 같은 장면이기도 했다.
늡이구스 초원 외에 우금우, 부디차, 거둡이, 숨우스, 난비, 우부니 등의 이름을 가진 커쿠스 초원들이 샤르별에서는 유명했다. 초원마다 지니고 있는 색다른 생태환경들은 살펴볼수록 새로운 궁금증들을 유발시켰다. 초원들 중에는 자연으로 발생한 것도 있고 인공으로 조성된 것도 있다고 했다. 나중에 설명이 나오지만 인공으로 조성된 초원들이 다름 아닌 사막에 녹색운동을 일으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이런 녹색운동 덕분에 샤르별에는 어디를 가든지 벌거벗은 맨땅이나 사막은 찾아 볼 수 없고 바다처럼 넓은 초원들만 눈에 띄었던 것이다.
샤르별의 인류들은 넓은 초원들을 그냥 자연으로 버려두지 않은 채 쉬지 않고 가꾸고 보호하며 아름다운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었다.
넓은 초원들을 방문할 때마다 커다란 물체들이 공중에 띄워져 있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그 물체들이 다름 아닌 기상관리 비행체들이라고 했다. 기상관리 비행체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공중에 정지해 있기도 하면서 지상의 강우량이나 기후변화를 자유자재로 제어하고 관리한다고 했다.
우주의 존재로서의 자각
보이지 않는 목소리와 반복되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이후부터, 나는 스스로 신성한 우주의 존재란 믿음을 가지며 삶에 임했다. 몸차림은 비록 남루하고 환경은 불우했지만 스스로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서부터 어두운 그늘들이 마음속에서 지워지기 시작했다.
우주의 존재란 인식을 갖기 시작했을 때 잠재의식 세계에 머물러 있던 신성한 힘이 되살아나며 초라한 의식세계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스스로 초라하게 생각하면 초라한 행동이 연출되지만, 스스로 신성하게 생각하면 신성한 행동이 연출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경험했다. 우주의 나이와 함께 진화되어 온 심오한 자아의 힘이 잠재의식 세계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했다.
나는 이제까지 잠재의식 세계에 감추어진 심오한 자아를 발견하지 못하고 살아왔었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눈을 감을 때까지 잊고 살았을 자아였다. 스스로에 대한 신성한 힘을 이제라도 발견할 수 있음이 큰 행복이라 느껴졌다.
우주의 존재로서의 자각은 무료한 삶에 대한 단비와 같았다.
이제부터 땅의 존재가 아닌 우주의 존재란 자각을 스스로 가지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나 이웃들에게도 그러한 자각을 일깨워주고 싶었다. 우주의 존재란 자각을 가진 사람끼리 어울려 살면 훨씬 성숙된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한 마음을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향해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부터 당신이 불러주는 우주의 존재라는 호칭은 조금도 어색하지 않고 낯설지 않으며, 그 호칭을 듣고 있는 기분은 제 온 몸과 영혼까지 전율시키는 환희입니다. 제 자신이 우주의 존재란 인식을 일깨워 준 당신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그러자 보이지 않는 목소리는 ‘샤르샤르샤르사차 슈-미뮤-무사차....’라는 주문 같은 노래를 읊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아라 하리야. 관념이 달라지니 사고가 바뀌고 사고가 바뀌니 살아가는 관점이 달라지지 않느냐? 우주와 세상을 바라보는 네 마음속의 관념이 앞으로 더욱 크게 변화될수록 네 삶도 크게 바뀔 것이요 운명도 크게 바뀔 것이요 세상이 바뀌게 될 것이다. 이렇듯 우주의 존재로서의 새로운 각성은 네 삶을 새롭게 하는 토양이 될 것이며 우주의 새로운 영감이 샘솟듯 분출하여 네 사상세계를 아름답게 지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네가 새롭게 각성한 그 소중한 삶의 가치를 네 이웃에게도 널리 전파해 주어라. 네 이웃들이 모두 참되게 우주를 느끼면 세상은 그만큼 거룩한 모습으로 변화되리라. 지구인류들이 장차 스스로를 우주의 중심에 서있는 우주의 존재란 자각을 가질 때 지구인류들은 하늘백성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하게 될 것이며, 지구의 간판대신 하늘세상의 간판을 다시 달게 되리라.’
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후로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틈나는 대로 우주를 들려주었다.
믿어주는 사람도 있었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우주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 중에는 우주과학에 대하여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전문가도 있었다. 우주의 생성과 우주의 천체와 우주의 구조에 대하여 손바닥 같은 지식을 소유한 분들도 내 말을 경청하며 흥미 있게 들어주었다.
믿어주는 사람이나 비웃는 사람이나 모두 소중한 인연들로 생각하며 우주를 들려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덧 우주는 내 안에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