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








강에서 죽으러 오는 사람들



강으로 죽으러 오는 사람들을
나는 보았다
인도 갠지스 강의 화장터에서
사람과 함께 꽃이 타는 것을
나는 보았다
꽃도 타고
사람 가슴 속의 불꽃도 함께 타는 것을

강물에 흘러가는 꽃등불을
나는 보았다
만년설이 녹아 생긴 그 강물에
내가 띄운 꽃등불도 함께 떠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어떤 생각이 나로 하여금
물에 비친 내 얼굴을 출렁이게 했을까

내 꽃등불은 지금
저 혼자 깜박이며 어느 곳을 떠가고 있을까
물새떼처럼
강으로 죽으러 오는 사람들을
나는 보았다
그때 어떤 인도인 마술사가 내게 다가와
타고 남은 재 한 줌을 집어들어
순식간에 나비로 바꿔 버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시인 류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