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가는게 힘들어집니다.
굳이 대화할 것이 없는 것도 그렇지만, 삶의 거친 파장들을 대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아서 그렇죠.
매케한 공기가 가득찬 지하철을 탈 적에는 그래서는 단단히 무장을 할 필요로 느끼지요.
오늘도 그랬답니다.
사람들로 가득한 지하철을 타고서, 이 사람 저 사람들과 부딪히고, 눈길이 마주치고
그럴적마다 알듯모를듯하게 전해져오는 불쾌한 느낌들.
에어콘이라도 들어오면 좋겠는데, 에어콘도 틀어주지 않더군요.
몸은 왠지모를 분노와 짜증으로 터지기 일보직전으로 몰리고,
결국에는 달아나듯이  지하철에서 뛰쳐나옵니다.
길을 걸으면서도, 사람들과 마주치는게 두렵지요.
그래요. 난 그렇게도 편집증적인 기질이 농후한가봅니다.
괜히 내 앞을 스쳐가는 사람들에게도 한없는 원망을 늘어놓는답니다.
한참을 그렇게 걸어가고, 한걸음 한글음에 온힘을 다짜내어 버텨갑니다.
천사들이 있다면, 나를 좀 도와달라는 생각도 하여보지요.
태양이 내리쬐는 햇살은 눈을 찌르고, 마치 버림받은채 사막을 홀로 걷는 것 같지요.
그러는데 갑자기 오른쪽 인당을 뭔가가 툭 칩니다.
지나가는 것을 보니 파리같네요.
앗! 내가 여태껏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천사가 손끝으로 친것처럼, 파리 한마리가 부정적인 영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나를 구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다보고 주위를 살펴봅니다.
나무들이 우거지고 저마다 아름다움을 뽑내고 있습니다.
햇살에 사람들의 얼굴을 빛나고 있었지요.
그리고 나는 이렇게나 많은 길을 이미 걸어왔던 것이지요.
다시 걸음을 옮겨본답니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리 천천히 걸음을 옮기지요.
이제서야 한걸음 한걸음에 주변의 생명들과 대화라는 걸 깨닫게 되니까요.
마음속에는 아직도 다시 지하철을 타야하고, 사람들과 부대껴야 하는데 하는
두려움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내가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 해도 대견스러운 일이니까.
앞으로도 문제없이 걸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여 봅니다.
그때는 다른 파리들이 나와 함께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