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순결한' 20대 여성만 생리대 선전하나"
[오마이뉴스 2004-02-09 16:12]


[오마이뉴스 송민성 기자] 대안월경대쓰기 운동을 통해 여성의 몸과 환경을 동시에 고민하고자 하는 피자매연대(www.bloodsisters.gg.gg)는 지난해 9월 처음 만들어졌다. 피자매연대의 창립회원이자 현재 달거리대 작업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매닉(별명)씨의 목표는 대안월경대의 대중화다. 대안월경대 만들기 워크숍을 꾸준히 여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 피자매연대의 매닉씨.  

ⓒ2004 송민성
매닉씨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대안월경대운동의 의미와 목표에 대해 들어보았다.


- 대안월경대 운동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5년 전쯤 캐나다인 친구를 통해 대안월경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 친구를 통해 대안월경대를 직접 구해서 써보니 참 좋았다. 본격적으로 피자매연대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다. 그 무렵에 월경페스티벌이 열렸는데 친구가 거리홍보전을 해보자고 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나름대로 쟁점화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탐폰이나 일회용 생리대의 위험성이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 사람들은 그런 것들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식품의약품안전청(식약청) 역시 무심하다.


사정은 외국도 비슷하지만 어느 정도의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96년 탐폰에 남아있는 다이옥신을 측정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물론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특히 탐폰이 대중화된 외국에서는 탐폰으로 인한 독성쇼크증후군 등의 사례가 많이 보고 되고 있어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낮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들은 탐폰의 위험성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대안월경대 제작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작년 12월 초부터 작업팀을 꾸렸다. 규격을 표준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렸다. 월경을 매일 하는 것이 아니니까 직접 써보고 고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렸고 모두 여섯 번 정도 고쳤다."


  

▲ 피자매연대에서 만든 대안월경대  

ⓒ2004 피자매연대
- 대안월경대를 써야하는 근거를 든다면?

"첫째 여성의 몸을 걱정해서이다. 질은 여성의 몸에서 가장 흡수력이 강한 점막이다. 그런데 일회용 생리대를 쓰면 그 속에 함유되어 있는 다이옥신과 같은 화학물질들이 질 속으로 흡수될 것이다. 가려움증이나 짓무름뿐만 아니라 자궁경부암과 같은 다양한 자궁질환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일회용 생리대는 소각하지 않고 땅에 묻는데 이때 화학물질들이 땅과 강에 스며들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셋째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직접 만들어 쓰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는 당연히 일회용 생리대를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거대한 산업자본이 쏟아내는 엄청난 광고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나는 생리대 산업이 기본적으로 여성 억압적 관념에 기초하고 있다고 본다. 생리대 광고를 보면 온통 편리함과 깨끗함을 강조하는 것들뿐이다. 이는 생리란 원래 불편하고 지저분한 것이라는 전제에 기인한다. 광고 모델들을 보라. 한결같이 순결한 20대 여성들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에게 상당한 자유 혹은 해방을 주었다는 것을 이해하고, 일회용의 편리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제는 편리함만을 추구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4 송민성
- 대안월경대가 불편하다거나 깨끗하지 않을 것 같다는 등의 선입견이 많다. 게시판에도 그러한 내용의 질문이 여럿 보인다.

"대안월경대를 만들거나 구입하려는 분들이 많이 물어보는 질문들은 정해져있다.


첫째 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월경혈이 새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강한 거다. 이는 월경혈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금기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감쪽같고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남성의 입장에서 월경혈을 본 것임에 불과하다. 그만큼 생리대 산업은 남성 중심적이다.


왜 감쪽같아야 하는가? 초박형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화학첨가물이 들어가야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가?


둘째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생리대를 '빨고 말리는' 것은 물론 '쓰고 버리는' 것보다 불편하다. 그러나 팬티, 러닝셔츠 등을 빠는 것과 식사 후 그릇을 닦는 것을 생각해 보라. 생리대를 속옷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불편함은 훨씬 덜할 듯하다. 집에서는 종이컵을 쓰지 않지만 딱히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비슷해질 것이다.


셋째 냄새에 대한 질문들이다. 이 역시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한 물음이다. 실제로 월경혈 자체의 냄새는 그리 강한 편이 아니다. 오히려 일회용 생리대의 냄새와 합해져 더욱 강하게 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넷째 하얀색에 대한 강박이다. 생리대는 반드시 흰 색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오히려 진한 색은 얼룩도 남지 않아 훨씬 편리한데도 말이다. 워크숍 때는 흰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색깔의 월경대를 만들고 있다."


  

▲ 대안월경대를 직접 제작하는 모습  

ⓒ2004 송민성
- 대안월경대를 직접 써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일단 한번 사용해보면 계속 사용하게 된다. 대부분이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다. 플란넬이 부드러워서 촉감이 좋고 냄새도 별로 없다. 또한 자신이 직접 만든 것에 대한 애착도 크다. 제작 방법이 그리 어렵지 않아 누구나 만들어 쓸 수 있다.


그래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웃음). 어차피 피자매연대의 목적은 판매가 아니라 대안월경대의 대중화니까 상관없다. 그러나 월경대를 만들 여유가 없는 분들이라거나 굳이 사기를 원하는 분들이 있어 판매를 하고 있다."


- 대안월경대 판매 수익금을 이주노동자에게 밥을 지어주는 '투쟁과 밥' 후원금으로 쓰고 있다고 들었다.

"모든 운동은 연대해야 한다. 피자매연대의 대안월경대운동 역시 혼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반전운동, 이주노동자·여성 등의 소수자운동 등과 연대해서 서로가 서로를 돕는 방식을 취한다면 운동의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나는 피자매연대가 다양한 운동이 만날 수 있는 교점이자 사람들의 인식을 확대할 수 있는 문고리 역할을 했으면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적은 돈이나마 '투쟁과 밥'에 지원하기로 했다."


  

▲ 월경대 판매 수익금은 '투쟁과 밥' 기금으로 쓰인다.  

ⓒ2004 피자매연대
- 대안월경대운동의 의의를 꼽는다면?

대안월경대운동은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일상에서 뭔가를 변화시킨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일어나서 물 한 컵 마시는 것도 안하던 사람들한테는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습관이 들면 전혀 어렵지 않다.


대안월경대 사용도 비슷하다. 대안월경대를 쓰려면 쓰고 난 월경대를 모을 뚜껑 달린 통부터 사야한다.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월경대를 모아두었다가 빨아서 널고 다시 쓰는 거다. 이것에 적응하면 설거지하듯 당연히 월경대를 빨아 널게 될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투쟁과 밥'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동과 연대해 나아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대안월경대가 빨리 정착되어 여성들이 탐폰과 일회용 생리대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생산이나 판매에 같이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환영한다.


  
탐폰에 의한 독성쇼크증후군(TSS)  


월경할 때 탐폰을 사용하는 여성에게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젊은 여성에게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가끔 치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심한 고열과 구토, 설사를 동반하는 이 증후군은 환자의 95%가 16~25세의 월경을 하는 여성들로, 월경 시작 5일 이내에 매년 1만명당 2명꼴로 발생한다.

탐폰의 사용과 TSS의 관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식품의약국(FDA)는 TSS 사례 절반 이상이 탐폰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공식 인정하고 있다. 미국FDA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높은 흡수율을 가진 탐폰을 사용할수록 TSS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점을 밝혀낸 바 있다.


미국의 경우 1980년 한해 동안 813건의 TSS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미국FDA는 탐폰의 포장에 경고문을 표기하도록 하였으며 또한 높은 흡수력의 탐폰이 자궁 내 건고 및 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