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도덕경 해석 지침 – 여조

- 여조서呂祖序
  제자인 함허자(함허진인)의 도덕경 해석을 칭찬하면서 붙인 서문.

노군(老君)의 도덕(道德)은 무위로 함(無爲而爲)이며, 올바른 해석은 지음 없이 짓는(不作而作) 것이다.  도조(道祖)의 전함을 도예(道裔)가 기술하니 대도가 더욱 밝혀지도다.  

함허자는 선재(仙才)라, …  어려서부터 깨달음이 절륜(絶倫)하고 장성해서는 수련을 으뜸으로 하더니 일찍이 방호외사(方壺外史)를 읽고 가만히 신선되는(登眞入化) 뜻이 있어 나의 곁에 오려 한다 하여 내가 직접 찾아가서 그를 우리 도문(道門)에 거두어 함께 여러 해를 지냈으니 현묘(현묘)한 뜻도 한 마디에 문득 깨달아 그 재주와 역량이 뛰어났다.  

원교외사(圓嶠外史)를 지으니 육자(陸子)의 상대라.  육자의 현부론(玄膚論)에는 함허의 도규담(道竅談)이 있고 육자의 취정편(就正篇)에 함허의 순도설(循道說)이 있으니 모두 청정한 진리의 글이라.  그 가운데 가장 묘한 것은 도덕경의 해석인데 족히 만고의 등불이 된다.  동래정의(東來正義)라 이름하니 육자의 남화(南華)로 더불어 먹을 쪼개어 나란히 쓴 듯 두 사람이 노장(老莊)을 잘 설명했도다.  

대개 이 경을 해석함에  오악(五惡)과 삼미(三美)가 있는데,

오악이란,
1) 치세(治世)에 편중(偏重)한 해석이며,
2) 치신(治身)에 편중한 해석이요,
3) 도를 닦는다며 세속에 행하여 말과 실제가 맞지 않음이며,
4) 지도(至道)의 수공(修功)을 모르고 민안국부(民安國富)를 요하며  무위(無爲)와 청정(淸靜)을 공적(空寂)에 빠져 버림으로 알며,
5) 지도(至道)의 덕력(德力)을 모르고 귀근복명(歸根復命)만 말하며  유위(有爲)로 헤아려 성신(聖神)을 말하나 노래(贊偈)나 짓는 데 그침이다.

삼미란,
1) 도(道)의 내외를 합당하게 정(正)과 부(副)를 분별하여 경의 뜻을 함축 해석함이며,
2) 죽순처럼 다퉈나는 접맥에 보설들이 응조(應照)되어 경의(經義)가 서로 통하게 함이며,
3) 가슴에 참된 수련 있고 입으로는 선(禪)에 막힘 없이 능히 경의를 밝게 펴는 것을 이르니라.

내가 일찍이 도덕의 뜻이 천하에 밝혀지지 못함을 개탄하여 붓을 들어 해석하려 했는데 지금에 이르러선 오히려 꺼려하게 되었다.  이 함허의 해석을 보니 삼미가 있고 오악이 없어 그로 하여금 천년만 일찍 나왔다면 곧 제가(諸家)들은 해석하지 않았을 것이며 도인 역시 많은 말씀 필요치 않았으리라.  

이끌어 즐겨 듣고 평점하여 명산마다 소장하게 하고 지사들에게 전하고자 하니 이 해석으로 참뜻을 빌려 내가 해석치 못한 것을 보충하여 평점하는 사이에 보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