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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종이고 누가 주인인가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01 [22:09]  최종편집: ⓒ 자주민보
[다음은 지난 2월 9일 서울 자택에서 체포 구속된 이후 국정원과 검찰 조사를 받고 현재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회합 통신 및 고무 찬양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2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후 항소 중인 서울구치소의 이창기 자주민보 대표가 편지로 보내온 기사입니다. _편집자]
 
 

지금 청주교도소에 수감된 강영준씨가 한국현대사는 물론 세계사에 있어 흔치 않은 용감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바로 법정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를 부르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 만세를 외칠 때마다 재판부에서는 8개월 혹은 10개월 형을 추가로 선고하여 구속기간이 계속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감옥에서 8개월이건 1년이건 만기출소가 다가오면 재소자들은 날짜를 하루하루 지워가며 손꼽아 기다리게 마련이다. 그 만기출소를 앞두고 더 긴 감옥생활 이어서 해야 하는 투쟁은 보통의 의지로 할 수 있는 투쟁이 아니다.

재소자 인권이 존중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어가고 있지만 징역은 징역이다. 오죽이 힘들었으면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재판장에서판사에게 엉엉 울며 ‘한계에 도달했다’며 징역살이가 너무너무 힘들다고 선처를 애걸했겠는가.

일반 재소자들도 전관예우가 확실한 변호사 선임에 수억 원을 쓰고 항소심에서 1년 감형에 몇 억 원을 걸기도 한다. 옥방에 갇혀 단 한 가지도 자신의 의지대로 하지 못하고 오직 정해진 대로만 따라야 하는 징역은 동물이 아닌 인간에게는 아무리 편한 곳이라고 해도 못 견딜 곳이다. 특히 독방 생활은 그 고통이 몇 배는 더하다. 시간도 거의 정지된 느낌이다. 지내고 나면 금방 간 것 같은데 하루하루는 천 날처럼 길게만 느껴진다.

그런 감옥 생활을 두 번이나 만세 투쟁으로 연장하고 다시 항소를 했다고 한다. 또 만세 투쟁을 벌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목숨을 바쳐야 된다면 목숨을 바칠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 역사의 진보를 믿기에 꿋꿋이 한 세월 살아보겠습니다.” - ‘구속노동자후원회’ 10월호, 강영준

수구 보수 세력들은 강영준씨와 같이 인터넷에서 이북바로알기 운동을 전개하고 북이 잘하고 있는 점은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네티즌들을 종북세력이라며 사회혼란조성 세력이라고 다 때려잡자고 연일 성화다. 특히 대선에 임박해서는 더욱 그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종북”에서 “종”은 자신의 판단력도 없이 무조건 북을 맹종한다는 의미인데 강영준씨의 고백만 봐도 확고한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북을 칭찬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오히려 일제시대 사상탄압의 도구였던 치안유지법을 계승한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무조건 추종하여 탄압하는 수구 보수 세력들이 일제의 종, 미국의 종이 아닌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강영준씨와 같은 네티즌들이 북을 칭찬하는 부분은 주로 주변 강대국 외세에 당당한 북의 자주외교, 강대국의 압박과 봉쇄에도 굴함 없이 나라의 자주권을 지켜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여 미국에게도 당당하게 할 말 다하는 존엄 높은 모습에 대한 것들이다.

이런 주장을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와 무관하게 결국 미국과 주변 강대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지 않는가. 이런 행동이 종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북의 칭찬받을 부분을 칭찬하게 허락한다고 해서 이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는 주장이야말로 진짜 친북찬양고무이다. 북이 그럴 수 있는 위대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국민을 일부 친북세력들의 선정선동에 혹하고 넘어갈 판단력 없는 종들이라 얕보는 것으로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구 보수 세력들도 그럴 국민이 아님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오직 찬양고무죄를 폐지할 경우 자신들을 비판하는 양심적인 정치세력들을 마음대로 빨갱이 딱지, 종북 딱지를 붙여 탄압할 수 없기 때문에 수구 보수 세력들은 국가보안법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것이리라.

미국도 말로는 한국 국가보안법 폐지를 수차 권고했지만 그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에 대해서는 영웅시하고 노벨상이니 뭐니 갖가지 상까지 안겨주며 대서특필하지만 강영준씨와 같은 양심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미국의 인권타령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강영준씨 사건만 봐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정말 어렵고 힘든 투쟁이지만 강영준씨의 투쟁은 이런 기만의 가면을 온 몸으로 갈가리 찢어 비겁한 미국과 그 종들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강영준씨를 가두는 한 자유민주주의는 가면이다.
강영준씨 석방을 요구하지 않는 인권단체도 가짜다.
강영준씨의 구속을 보고만 있으면서 남의 나라 인권을 운운하는 것은 철면피한 짓이다.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나라를 좋다고 말했다고 그것도 우리나라 두 대통령이 찾아가 정상회담까지 했던 동족의 나라를 칭찬했다고 잡아 가두는 이 수치스럽고 야만적인 사회에서 함께 숨쉬며 산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힌다.

후대들은 국가보안법 시대가 얼마나 잔인한 세상이었는지를 말할 때 강영준씨의 사례를 들게 될 것이다. 그를 비판하고 가둔 자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못 들 것이다.

다음은 그가 소식지 ‘구속노동자후원회’ 10월호에 올린 글의 전문이다. (2012. 10. 29 청계산에서 이창기)

 

목숨을 바칠 각오로 투쟁하겠습니다! 
강영준(인터넷 논객/청주교도소) 

저는 2011년 4월 25일 구속되었고 5월 15일부터 5월 31일까지 15일간 항의 단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6월에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 받고 항소를 포기했는데 검찰이 항소하였지만 기각 당했습니다. 이 선고에서 “위대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기소-징역형-만세의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항소를 하였습니다. 제대로 법정투쟁을 하고 다시 만세를 부르기 위해서입니다.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이제 동지들이 밖에서 이렇게 응원까지 해주시는데 더욱 힘을 내어 멋지게 싸워나가겠습니다. 목숨을 바쳐야 된다면 목숨을 바칠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바깥세상에서 흘러가는 시간들은 자연에 녹아 스며들어 아름다운 단풍이 되고 하얀 눈이 되어 날리고 그리고 꽃이 되어 다시 피어나지만 이곳의 나의 시간들은 내 영혼에 스며 녹아들어 신념이 되어 저를 더욱더 바로 세웁니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데로 거역하지 않고 역사의 진보를 믿기에 꿋꿋이 한 세월 살아보겠습니다. 저희를 위해 힘쓰시는 이광열 동지와 문세경 동지 같은 훌륭한 분들이 계시기에 더욱 용기가 솟습니다.

실망 드리지 않게 열심히 투쟁하렵니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재판날짜가 확정되면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건강하시고 아름답고 멋진 가을이 되시길 바랍니다. 졸필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세경 동지도 수고하시길........

2012. 9. 20. 청주교도소에서
강영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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