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언론이 병들면 나라가 망한다
고교 은사 송건호 선생님
(WWW.SURPRISE.OR.KR / 이기명/ 2019-12-23)
고등학교 때 모교 선배가 선생님으로 오셨다. 메마르신 자그마한 몸에 느릿한 충청도 말씨를 쓰시는 공민 선생님이다. 말하자면 사회 과목이다. 선생님의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별로였다. 바로 송건호 선생님이다. 모교 선배가 선생님이 된 것이다. 선배이자 스승이시다.
나는 반장과 문예반장, 럭비선수였던 덕분에 주목받는 학생이었다. 날이 갈수록 난 선생님을 주목했다. 세상 비평 얘기를 많이 했다. 그때가 어느 때인가. 이승만 독재가 살벌하던 시대였다. 선생님은 늘 독재와 언론을 비판했다. 서울신문과 동아일보를 비교하셨다. 물론 지금의 동아일보가 아니었다.
(사진 출처 - 청암언론문화재단 홈페이지) |
■ 민주언론과 송건호
선생님의 언론사 생활의 시작이 조선일보라니 아이러니다. 파란만장한 선생님의 언론인 생활. 동아일보 광고 중단과 해직기자 사태 후 동아를 떠났다. 그 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이라는 맹랑한 사건으로 옥살이를 하셨고 그때의 고문 후유증으로 돌아가실 때 까지 고통을 겪으셨다.
이 나라 민주언론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한겨레신문를 창간했다. 낡은 윤전기에서 쏟아지는 신문을 들고 계시던 선생님의 처연한 모습을 잊지 못한다.
내 자식의 결혼주례도 맡아 주셨다. 병은 호전되지 않고 언젠가 선생님을 뵙고 인사를 드리니 못 알아보시고 누구시냐고 존대로 물으셨다. 억장이 무너졌다. 그날 집에 돌아와 오랫동안 울었다. 언론을 지킬 기둥이 무너졌다.
왜 이렇게 선생님 얘기를 하는가. 선생님과 인연을 함께 했던 많은 언론인과 제자. 그리고 지금 그나마 민주언론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한겨레신문-한겨레도 많이 변했지만-조·중·동과 기레기들을 생각하면 선생님이 더욱 그립다. 요즘 JTBC도 말이 많다. 손석희 앵커가 사장이다.
자유당 시절에도 언론은 썩었다. 그래도 순진하게 썩었다. 지금은 악랄하고 치사하고 더럽게 썩었다. 구역질이 난다.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왜곡·음해·모략·편파, 제목만 보는데도 견디기가 힘들다. 그렇게 만들어 내기도 힘들다. 가히 천재적이다. 정치 평론이라고 하는 인간들의 입에서 하수도를 흐르는 구정물 소리가 나온다. 그 소리를 자신들은 못 듣는가. 잘 들을 것이다. 스스로 구역질을 느낄수록 변태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죄인이다. 나라를 병들게 하는 세균들이다.
세균을 퍼트리는 자들을 만나 묻는다. 너희들은 전혀 느낌이 없느냐. 대답이 없다. 왜 모르랴. 스스로 좋은 머리를 자랑하며 언론에 몸을 담았다. 그러던 자들이 출세에 눈이 멀어 세균을 뿌린다. 박정희·전두환 시절 가죽만 언론으로 두르고 감투를 쓴 인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불의를 등에 업고 호의호식했고 지금도 그것을 잊지 못한다.
■ 무엇이 개혁을 가로막는가
개혁은 혁명보다도 힘이 든다고 한다. 공수처법, 언론개혁 등은 난공불락의 성곽과 같다. 왜 이런가. 기득권 때문이다. 검찰이라는 황금방석을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다. 어떤 방석인가. 현직에 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퇴직 후에는 전관예우다. 고위 검찰 간부가 퇴직 후에도 얼마나 멋들어진 황금의 탑 속에서 사는지 잘 알 것이다. 더 설명한 말이 있는가.
언론을 보자. 어느 지방 건설사 사장의 말이다. 시장 한 번 만나려면 하늘의 별 따긴데 언론사 하나 만들어 사장 명함 내미니까 언제든지 오케이. 손바닥 만한 지방도시에 언론사가 12개다. 사원들의 월급은 무엇으로 주는가. 대답이 필요한가. 설마 알아서 뜯어 먹으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애써 믿는다.
그들 스스로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늑대에게 양이 되라는 것과 같다. 법으로 바꿔야 한다. 죽어라 싫다는 검찰과 언론을 국민의 힘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들은 불편한 것이 많겠지만 바뀌어야 한다. 그 대신 얻는 게 있다. 국민의 신뢰다. 국민의 존경이다. 인간이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귀한 것이 어디 있는가.
■ 조선일보 사과에는 독이 들어 있다
과거에는 언론에 보도되면 ‘무슨 소리야 신문에 났는데’였다. 기정사실이 된다. 지금은 어떤가. ‘응 신문에 났어?’. 거짓이나 음해·과장·불공정으로 규정한다. 내가 판단하는 경우다. 특히 정치 관련 기사는 더욱 심하다. 기레기 언론의 신뢰는 오물통에서 빠져나오질 못한다고 믿는다. 화가 나는가. 그럼 반성하고 시정해라.
청와대 윤도환 국민소통수석은 MBC 기자 출신이다. 그가 한 말이 가슴을 때린다. “‘단독’이라는 이름의 조선일보 오보는 독이든 사과”라고 했다. 기분이 어떤가. 아니라면 고소라도 해야 할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
기레기 기사를 보고 나무라면 한다는 소리가 뭔지 아는가.
‘선생님. 뭘 그런 걸 일일이 신경 쓰세요. 그냥 편하게 사세요.’
자신들이 쓴 기사가 어떻다는 것을 잘 안다는 의미다.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은 ‘민언련(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철저히 모니터한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반드시 죗값을 치를 것이다.
아무리 걸레 같은 기사를 쓰는 기레기라 할지라도 송건호 선생과 리영희 선생은 알 것이다. 이들의 이름을 기억한다면 지금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잘 알 것이다. 빨리 정론의 기자로 돌아와야 한다.
■ 악마도 진실 앞에는 무릎을 꿇는다
권력이란 무섭다. 검찰 권력과 언론 권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어깨를 편다. 그러나 한계가 있다. 국민의 힘 앞에 죄 지은 대통령은 감옥에 있다. 진실이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정경심 표창장 한 장 때문에 9명의 검사가 재판에 출동했다. 어떤가 보기가 좋던가.
대통령도 검찰총장 윤석열도, 이재용도, 황교안도 국민을 피해가지 못한다. 검찰 권력과 언론 권력이 아무리 아등바등 발버둥 쳐도 결국은 불의한 권력은 놓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나라는 혼돈의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문득 떠오르는 꿈같은 생각. 윤석열이 검찰개혁에 앞장을 서고 조·중·동 기레기가 언론개혁의 선봉에 선다면 세상은 얼마나 달라질까. 오뉴월 삼복중에 개꿈 같은 희망을 가져보다가 나이를 먹어 치매에 걸렸나 한숨이 나온다. 그러나 그렇게만 된다면 무엇이 두려우랴. 더 살아봤자 몇 년이다.
반개혁 세력들은 자만하지 말라. 금방 온다. 무릎을 꿇을 시간이 눈앞에 와 있다. 똑똑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권력을 쥐었다고 자만하는 자들은 그 권력이 바로 독이든 사과임을 알 것이고 그것을 자신이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병든 검찰권력. 썩은 언론이 얼마나 버틸 것인가. 임은정 검사가 송건호 언론상을 수상했다. 현직 검사의 송건호 언론상 수상은 더 없이 기쁜 소식이다. 임 검사가 투쟁을 약속했다. 싸워야 한다. 정의로운 검사가 되어야 한다. 임은정 검사 파이팅. 나 죽으면 꽃 한 송이 놓아주시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