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최첨단 군사전략시설이 매물로 나온 사연
2. 쓰지 않는 ‘탱고’ 관리비 떠안게 된 한국
3. 연합사령부를 미국군기지에 두려는 속셈
4. 세상에는 허수아비 사령관도 있다
5.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없는 이유
1. 최첨단 군사전략시설이 매물로 나온 사연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10년 3월 21일 <코리아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2007년부터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한국 국방부에게 ‘탱고’를 사거나, 빌려 쓰라고 요구해왔는데, 2010년 3월 한미합동전쟁연습 중에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이었던 월터 샤프가 한국군 당국자들에게 ‘탱고’를 사라고 또 다시 요구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탱고(TANGO)는 유네스코가 2009년에 세계무형문화재로 지정한 라틴아메리카의 사교춤이 아니라, 전구공중해상지상작전(Theater Air Naval Ground Operations)의 영어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그러므로 탱고지휘소(Command Post TANGO)라는 말은 육해공군작전을 지휘하는 전쟁지휘소를 뜻한다.
미국은 1970년대에 경기도 성남시 인근에 있는 해발고 618m의 청계산에 굴을 뚫어 지하전쟁지휘소를 만들었다. 총건설비는 50억 달러다. 전술핵공격에 견딜 수 있게 건설되었다는 이 지하전쟁지휘소를 탱고지휘소라고 부른다.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는 총면적이 33,000㎡로 너무 넓어서, 근무자들이 전동차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에는 군사지휘관들이 대형 화면을 통해 화상회의를 하며 육해공군작전을 통제하는, ‘전쟁실(war room)’이라고 부르는 작전통제상황실이 있는데, 거기에 ‘스킾(SCIP: Security Cooperation Information Portal)’이라고 부르는 최첨단 정보통신시설이 설치되었다. 이 정보통신시설은 정찰위성, U-2 고고도유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고고도무인정찰기가 보내오는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영상정보망, 미국 국방부와 인도양-태평양사령부에 직보하고 그들로부터 명령을 받는 연락망, 한국군 합참본부와 주일미국군사령부에 각각 연결된 통신망, 중앙정보국과 국방정보국에 각각 연결된 정보망을 통합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은 그런 군사전략시설을 팔거나 빌려주겠다고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물론 최첨단 정보통신장치들은 떼어내고, 팔거나 빌려주겠다는 뜻인데, 어째든 이것은 주한미국군이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를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전쟁지휘소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니, 이건 또 무슨 이상한 소린가?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5년 8월 17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의원 탐 카튼이 경기도 성남시 부근에 있는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를 시찰하는 장면이다. 미국이 1970년대에 청계산에 굴을 뚫어 건설한 이 최첨단 군사전략시설은 북침전쟁지휘거점들 가운데 하나다. 전술핵공격에 견딜 수 있게 건설되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궁륭식 천장이 매우 높고, 전동버스가 돌아다닐 정도로 내부면적이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크고 넓은 군사전략시설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디젤발전기로는 감당하지 못하므로 전략잠수함에 들어가는 소형 원자로가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은 2007년부터 한국에게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를 사들이거나 빌려쓰라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하전쟁지휘소를 두 개소나 운영하는 한국은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여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를 매입하거나 임차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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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타임스> 2010년 3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게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를 팔거나 빌려주겠다고 매물로 내놓은 때는 미국이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돌려주기로 결정한 2007년이라고 한다. 미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주는 것과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를 매물로 내놓은 것은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갖는 것일까? 미국군 소식지 <스타즈 앤 스트라입스> 2010년 4월 13일 보도기사가 그 의문을 풀어준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이었던 월터 샤프는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주는 상황변화에 대처하여 미국코리아사령부(U.S. Korea Command, KORCOM)를 2010년 안에 창설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고 한다. (미국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도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주한미국군사령부는 미국코리아사령부로 전환되지 않았다.)
월터 샤프가 위와 같이 발언한 때로부터 3년이 지난 2013년 7월 25일 미국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즈에서 미국코리아사령부 작전본부 착공식을 진행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작전본부(Operation Center)는 지하전쟁지휘소를 뜻하므로, 그날 평택 미국군기지에서는 미국코리아사령부 지하전쟁지휘소 착공식이 진행된 것이다. 이런 사정을 보면, 미국이 왜 청계산 전쟁지휘소를 매물로 내놓았는지 알 수 있다. 미국은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를 한국에게 팔아넘기고, 새로 건설될 평택 지하전쟁지휘소를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를 사야 할 필요도 없고, 빌려야 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서울 한강 남쪽 관악산 지하에는 B-1이라고 부르는 지하전쟁지휘소가 있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지하에도 B-2라고 부르는 지하전쟁지휘소가 있기 때문이다. 지하전쟁지휘소를 두 개소나 운영하는 한국이 미국에게 많은 돈을 주고 지하전쟁지휘소를 사들이거나 빌려 쓸 필요는 전혀 없다.
2. 쓰지 않는 ‘탱고’ 관리비 떠안게 된 한국
<동아일보> 2011년 4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평택 미국군기지에 건설되는 미국코리아사령부 방호시설을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의 기준에 맞춰 대폭 강화할 것을 한국에게 요구하였고, 그에 따라 한국은 미국코리아사령부 방호시설을 건설해주기 위한 약 5억 달러의 건설비를 떠안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방호시설은 지하전쟁지휘소를 뜻하고, 국방위협감소국의 기준은 전술핵공격에 견딜 수 있는 핵방호력기준을 뜻한다. 그러므로 한국은 주한미국군이 사용할 평택 지하전쟁지휘소를 전술핵공격에 견딜 수 있는 견고한 핵방호시설로 건설해주는 비용 5억 달러를 전액 부담하게 된 것이다.
<경향신문> 2008년 11월 1일 보도에 따르면, 평택 지하전쟁지휘소는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지하 3층으로 설계되었는데, 1,000여 명이 들어가서 한 달 이상 밖에 나오지 않고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 보도기사에서 한국군 관계자는 핵전쟁을 전제로 하는 평택 지하전쟁지휘소 같은 군사시설은 유럽이나 중동에는 없다고 하였다.
<연합뉴스> 2019년 3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관리를 한국에게 떠맡기고, 관리비 전액을 부담하라고 요구하였다고 한다. 한국 국방부는 그 요구를 도저히 받아줄 수 없어 난색을 표했으나, 미국은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관리비를 한국에게 떠넘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청계산 밑으로 커다란 수맥이 지나가는 줄 모르고, 그 산을 뚫어 지하전쟁지휘소를 건설해놓았기 때문에 그 지휘소 곳곳에서는 지하수가 줄줄 새고 습기가 심해 해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내부를 보수해야 하고, 방수설비와 방습설비를 1년 내내 가동해야 한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3년 7월 18일 평택 미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경내에서 진행된 '미국코리아사령부 작전쎈터' 착공식 장면이다. 미국의 계획은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주는 것과 더불어 주한미국군사령부를 미국코리아사령부로 전환하고, 평택 미국군기지에 그 사령부를 설치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주겠다고 말하지만, 한국이 돌려받는 것은 명목상 전작권이다. 실질적인 전작권은 여전히 미국코리아사령관이 행사하게 될 것이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작전쎈터라는 말은 지하전쟁지휘소라는 뜻이므로, 그날 미국은 평택 지하전쟁지휘소 착공식을 진행한 것이다. 지금도 건설 중인 평택 지하전쟁지휘소는 총면적이 34,838 평방미터이며, 850명이 근무하는 최첨단 군사전략시설이다. 그런데 미국은 이 최첨단 군사전략시설 건설비를 한국에게 떠넘겼고, 앞으로 쓰지 않게 될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관리비도 한국에게 떠넘겼다. 미국이 막대한 자금을 뜯어가도 항변 한 마디 하지 못하고 상납해야 하는 것이 오늘 한국이 처해있는 대미예속관계의 현주소다. 자주성을 갖지 못하면, 평화와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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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관리를 한국에게 떠넘기는 까닭은, 미국의 연간 군사예산에 들어있는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관리비를 지출하지 못할 사정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사정은 2019년 3월 18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다급하게 추진하는 메히꼬국경장벽을 건설하기 위한 예산 36억 달러를 연방의회의 반대로 마련하지 못하게 되자, 미국 국방부에게 국방예산의 일부를 전용하여 메히꼬국경장벽을 반드시 건설하라고 명령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는 연방의회에 제출한 건설사업목록에서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관리비로 배정된 2019년도 예산 1,750만 달러를 메히꼬국경장벽건설에 전용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이제야 미국의 흉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미국은 평택 지하전쟁지휘소 건설비 전액 5억 달러를 한국에게 떠넘기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연간관리비 1,750만 달러를 메히꼬국경장벽건설비로 돌려쓰고, 그 대신 한국에게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관리비 1,750만 달러를 해마다 부담시키려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갈취범의 고약한 심보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주성이 없는 한국은 그처럼 억울한 일을 당해도 누구에게 하소연도 하지 못한 채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에게 막대한 자금을 상납해야 하니, 이것이야말로 굴종의 비극이 아니면 무엇인가!
3. 연합사령부를 미국군기지에 두려는 속셈
2019년 6월 3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60분 동안 회담하였다. 그 회담에서 미래한미연합사령부 창설에 관한 중대한 결정이 내려졌는데, 그 결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정경두-섀너핸 회담의 결정에 따르면,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국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두기로 했다는 것이다. 현재 평택 미국군기지에는 주한미국군사령부, 미8군사령부, 미육군2사단 본부가 있고, 미국코리아사령부 지하전쟁지휘소가 건설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둔다는 결정은 무슨 뜻인가?
2017년 10월 28일 서울 국방부에서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 49차 회의에서 당시 한국 국방장관이었던 송영무와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는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에 두자고 구두로 합의하였고, 2017년 12월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이었던 빈센트 브룩스는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에 두기로 명시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였다.
그런데 2018년 11월 8일 로벗 에이브럼스 육군대장이 주한미국군사령관으로 부임한 이후 상황이 급변하였다. 그는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가 아니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였다.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 미국 국방부는 전임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서명한 양해각서를 일방적으로 폐기하였을 뿐 아니라, 2019년 6월 3일 정경두-섀너핸 회담에서 기존 구두합의를 번복하면서,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겠다는 자기들의 주장을 내리먹였다.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에 두는가 아니면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는가 하는 것은 미래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부를 어떻게 구성하는가 하는 문제에 직결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만약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에 두면, 한국군 합참의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을 겸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정경두-섀너핸 회담에서 결정된 대로,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면, 한국군 합참의장이 합참본부를 떠나 평택 미국군기지로 들어갈 수 없으므로, 당연히 한국군 합참의장이 아닌 한국군 육군대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기존 합의를 뒤엎고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려는 미국의 속셈은 한국군 합참의장이 아닌 한국군 육군대장을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하려는 데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9년 6월 3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국 국방부를 처음으로 방문한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을 위한 환영식 장면이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을 국방부 청사로 안내하면서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2017년 10월 28일 한국 국방부에서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 49차 회의에서는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에 두자고 구두로 합의하였고, 같은 해 12월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에 둔다고 명시한 양해각서에 서명하였다. 그러나 2019년 6월 3일에 진행된 정경두-섀너핸 회담에서 미국은 위와 같은 구두합의를 무효화했고, 양해각서도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미국은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가 아니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고, 한국은 그 주장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자주성이 없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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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1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안보협의회 50차 회의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을 겸직하고, 미국군 대장이 미래한미연합부사령관을 맡는 지휘부 구성방안을 검토하기로 하였는데, 2018년 11월 8일에 주한미국군사령관으로 부임한 로벗 에이브럼스 육군대장은 그 방안을 폐기했다. 그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아닌 한국군 육군대장을 미래한미연합사령관으로 임명하고, 미국코리아사령관(현재는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미래한미연합부사령관을 겸직하는 자기 주장을 내리먹인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대미예속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한국군 합참의장이 아니더라도 한국군 육군대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되면, 그가 한미연합군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미예속관계는 그처럼 단순한 게 아니다.
한국 국방부가 바라는 대로,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한국 국방부 경내에 두고, 한국군 합참의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을 겸직한다고 해도, 그에게 주어질 한미연합군 전작권은 명목상 권한이 될 판인데, 정경두-섀너핸 회담에서 결정한 대로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고, 한국군 합참의장이 아닌 한국군 육군대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되게 되었으므로, 한미연합군 전작권은 미국코리아사령관(미래한미연합부사령관)이 사실상 장악하게 될 것이고, 한국군 합참의장은 군령권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 전작권은 현재도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한미연합사령관 모자를 쓰고 행사하고, 한국군 합참의장은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하는데, 앞으로 미래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어도 한국군 합참의장은 여전히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자주성이 없는 한국은 그런 굴욕을 당해도 누구에게 하소연도 하지 못한 채 살아야 하니, 이것이야말로 예속의 비극이 아니면 무엇인가!
다른 한편,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을 맡게 될 한국군 육군대장도 사령관 모자를 쓰고 있지만 명목상 사령관일 뿐이고, 한국군 합참의장처럼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예견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4. 세상에는 허수아비 사령관도 있다
(1) 주한미국군사령부는 평택 지하전쟁지휘소가 완공되면, 청계산 지하전쟁지휘소 관리를 한국 국방부에게 떠넘기고, 평택 지하전쟁지휘소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지금 건설 중인 평택 지하전쟁지휘소의 설계와 시공은 한국 건설업체가 아니라 미국 건설업체가 맡았다. 평택 지하전쟁지휘소를 극비보안시설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국방부가 신뢰하는 미국 건설업체에게 설계와 시공을 맡긴 것이다.
평택 지하전쟁지휘소의 소유자는 미래한미연합사령부가 아니라 미국 국방부이고, 그 지휘소를 관리, 운영하는 책임자는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이 아니라 미국코리아사령관이다.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될 한국군 육군대장은 미래한미연합사령부 청사에는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지만, 그 청사 바로 옆에, 지하통로 연결된 지하전쟁지휘소에는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 극비보안시설은 미래한미연합사령부 시설이 아니라, 미국 국방부 시설이기 때문이다. 육해공군작을 지휘통제하는 모든 군사정보가 평택 지하전쟁지휘소에서 처리되는데,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이 그곳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하면, 군사정보접근권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한미연합사령관 모자를 쓰고 평택 미국군기지에 들어갈 한국군 육군대장이 군사정보접근권을 갖지 못하면,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싶어도 수립하지 못한다. 사령관이 군령권(전작권)을 행사하려면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권한을 가져야 하고, 작전계획을 수립하려면 군사정보접근권을 가져야 하는데, 군사정보접근권이 없는 사령관이 무슨 수로 작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겠는가.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권한은 미래한미연합부사령관 모자를 쓴 미국코리아사령관(현재는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장악할 것이고,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실무는 미래한미연합사령부 참모장, 기획참모, 작전참모가 맡을 것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2019년 6월 3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국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다. 이 회담에서 미국은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고, 한국군 합참의장이 아닌 한국군 육군대장을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하려는 자기 주장을 내리먹였다. 미래한미연합사령부가 미국의 주장대로 창설되면, 미국이 전작권을 한국에 돌려준다고 해도 한국군 합참의장은 전작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고, 미래한미연합사령관 모자를 쓰고 미국군기지에 들어간 한국군 육군대장도 전작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평택 미국군기지에 두려는 미국 국방부의 속셈은 한국군 전작권을 형식적으로 돌려주고, 실제로는 자기들이 전작권을 장악, 행사하려는 것이다. 앞으로 창설될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미국코리아사령부 산하기구로 만들려는 것이 미국의 음흉한 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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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미래한미연합사령부 참모장은 한국군과 미국군 중에서 어느 쪽이 맡게 되고, 기획참모와 작전참모는 또 어느 쪽에서 맡게 되는가? 2017년 10월 28일 서울 국방부에서 한미안보협의회 49차 회의가 진행되었는데,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는 그 회의에 제출된 미래한미연합사령부 창설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한국군 중장과 미국군 중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부 참모장을 공동으로 맡는 방안이 그 창설안에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매티스는 공동참모장이 아니라 미국군이 단독으로 참모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창설안을 승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매티스가 미국군이 미래한미연합사령부 참모장을 단독으로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까닭은 군사정보접근권과 작전계획수립권을 모두 미국군이 장악하려는 속셈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안보협의회에서 주장하면, 실권이 없는 한국 국방장관은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주장을 따르는 수밖에 없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미래한미연합사령부에서 가장 핵심적인 군직들인 참모장, 기획참모, 작전참모를 모두 장악한 미국군 지휘관들은 미래한미연합사령부에서 실권 없는 군직에 임명될 한국군 지휘관들에게 보조업무나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된 한국군 육군대장은 미국군 참모장, 미국군 기획참모, 미국군 작전참모가 작성하여 제출한 서류를 읽어보고 결재나 하는 무권한상태에 빠질 것이 너무 뻔하다.
(2) 조미군사대결은 사회주의핵무력과 제국주의핵무력의 대결이다. 만약 조미전쟁이 일어나면, 선제전술핵타격과 보복전술핵타격이 오가는 인류역사상 최초의 핵교전이 벌어질 것이다. 조선핵무기연구소가 사회주의핵무력을 완성한 때에 맞춰 조선인민군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으로부터 핵전쟁교리를 받았고, 전군을 사회주의핵무력을 중심으로 개편하였다. 다른 한편,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핵전략자산을 중심에 둔 작전계획을 수립해놓고,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제국주의북침전쟁을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될 한국군 육군대장은 핵탄두를 만져보지도 못했고, 재래식 무력을 지휘한 경험밖에 없다. 그런 한국군 육군대장이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인 항모타격단과 장거리전략폭격기 편대를 지휘하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될 한국군 육군대장이 한미연합군 전작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미래한미연합사령관 모자를 쓴 한국군 육군대장이 한미연합군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꿔다놓은 보리자루처럼 소외당할 때, 미래한미연합부사령관 모자를 쓴 미국코리아사령관은 평택 지하전쟁지휘소에서 자기 측근들인 참모장, 기획참모, 작전참모를 데리고 한미연합군 작전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작성한 작전계획서에 결재서명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정황은 미국코리아사령관이 미래한미연합부사령관 모자를 쓰고 한미연합군에 대한 실질적인 전작권을 행사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지금 미국 국방부는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미국코리아사령부 산하기구로 만들려는 계략을 행동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2019년 4월 15일 서울 중구에 있는 프레스쎈터 국제회의장에서 진행된 '평화의 시대, 냉전의 유물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는 1차 국제선언 발표 기자회견' 장면이다. 한국의 진보단체대표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에게 미국이 불법적으로 만든 유엔사를 해체하고, 남북협력을 방해하지 말라고 촉구하였다. 이미 오래 전에 유엔총회는 미국이 6.25전쟁에 파병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조작한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조선도 미국이 불법적으로 조작해놓은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라고 거듭 요구하였건만, 오만방자한 미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미국이 유엔사령부를 계속 틀어쥐고 있는 까닭은, 조선에 대한 무력침공의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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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제껏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을 겸직해오는 것처럼, 앞으로 미국코리아사령관도 유엔사령관을 겸직할 것이다. 유엔사령관 임명권은 유엔안보리가 아닌 미국 국방부에 있으므로,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된 한국군 육군대장이 유엔사령관을 겸직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이미 오래 전에 유엔총회는 미국이 6.25전쟁에 파병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조작한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하였건만, 오만방자한 미국은 그런 결의에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또한 조선은 미국이 불법적으로 조작해놓은 유엔사령부를 해체하라고 거듭 요구하였지만, 오만방자한 미국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이처럼 미국이 유엔사령부를 계속 틀어쥐고 있는 까닭은, 그것이 다국적 증원군에게 유엔기를 내주고 그들을 한반도 전선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고, 조선에 대한 무력침공의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25전쟁 시기 한반도 전선에 파병된 친미추종국 군대들은 미국군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유엔군보충대에서 미국의 전쟁교리에 의거하여 단기전투훈련을 받은 뒤에 미국군 사단에 대대단위로 배속되었는데, 만약 조미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그런 사태가 또 다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에 미국코리아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쓰고 한반도 전선에 파병된, 일본자위대, 영국군, 오스트레일리아군, 캐나다군, 뉴질랜드군 등을 미국군이 지휘하는 유엔군에 편입시킬 것이다.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경우에도, 유엔사령부를 일본으로 이전하면 전시에 친미추종국 군대들을 유엔군의 이름으로 한반도 전선에 끌어들일 수 있다. 미국이 유엔총회의 결의를 무시하고, 조선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유엔사령부를 끈질기게 붙들고 있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전시에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은 유엔사령관의 지휘를 받게 되리라는 점이 명백하다. 미래한미연합사령관은 평시에도 전시에도 실권이 없는 허수아비 사령관이다.
5. 3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없는 이유
2019년 3월부터 매달 한국군 합참의장과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주관하는 특별상설군사위원회(SPMC)가 월례회의를 계속 소집하고 있다. 그 회의에서는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받기 위해 한국군의 작전능력을 평가하는데, 오는 8월에는 한국군 합참의장이 사령관을 맡고,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부사령관을 맡는 임시지휘체계로 전쟁지휘소연습을 진행하여 한국군의 작전능력을 평가하기로 했다.
그러나 위에 서술한 대로,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받더라도 한국군이 한미연합군에 편입되었기 때문에 한국군 합참의장은 전작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미국코리아사령관이 한미연합부사령관 모자를 쓰고 전작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유엔사령부가 존속하는 한, 유엔군 전작권도 미국코리아사령관이 장악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한국군 전작권은 한미연합군 전작권과 유엔군 전작권에 이중으로 종속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이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준다고 해서 한국군 합참의장이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군 육군대장이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된다고 해서 전작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작권을 돌려받는 문제 또는 한국군 육군대장을 미래한미연합사령관에 임명하는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군사주권을 운운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매체들의 예상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에 한국군 전작권을 돌려주면서 주한미국군사령부를 미국코리아사령부로 전환하고,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미일동맹군을 비상히 증강시켜 미일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최대화하고 있는 지금,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그에 반비례하여 최소화하고 있는데도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국군을 철수할 생각은 하지 않고,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미래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는 것과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최소화되는 것은 서로 무관하지 않다. 한미동맹의 전략적 가치가 최소화되면, 미국 국방부가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장악하는 것도 무의미해질 것이다.
그런데도 미국 국방부는 왜 미래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려는 것일까? 그들의 욕망은 주한미국군 철수를 반대하는 입장과 결부된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 철수를 반대하는 까닭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는 경우 미국군 대장, 중장, 소장을 비롯한 고위군직들이 사라지고 많은 군사지휘관들이 현역에서 은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철군문제는 퇴직문제이므로, 군직을 지키려는 자들이 철군을 반대하는 것이다.
그런 미국 국방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몇 차례 제기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미국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그리고 군출신 백악관 고위관리들이 이구동성으로 반대하는 바람에 철군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직을 지키려는 철군반대파의 저지와 만류를 물리치고 철군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결정을 내리느냐 혹은 내리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한 가지 요인은 조미핵협상이 진전되어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것이다. 동서고금의 역사적 경험들은 평화협정 체결이 철군을 불가피하게 동반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조미핵협상이 진전되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철군결정을 내릴 수 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우두머리로 하는 백악관의 철군반대파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을 결렬시킨 까닭은, 조미핵협상이 진전되어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철군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철군반대파가 하노이 조미정상회담이 결렬시키는 바람에 조미핵협상이 진전되어 평화협정을 체결할 전망이 당분간 불투명해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결정을 이끌어낼 다른 한 가지 요인이 아직 남아있다. 그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철군압박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철군압박을 가중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에 몰아넣으면, 그는 어쩔 수 없이 철군결정을 내려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철군압박은 미국과의 핵협상을 중단하고, 핵탄두 증산과 미사일발사훈련을 재개하는 것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지금 조선은 미국과의 핵협상을 중단하였고, 녕변핵시설을 계속 가동하여 무기급 핵물질을 증산하고 있으며, 지난 5월 초 미사일발사훈련을 재개하였다. 그런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제3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의사를 거듭 표명하는데도, 조선은 응답하지 않는다. 더욱 안달이 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까에서 진행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울을 방문하려고 한다. <세계일보> 2019년 6월 7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친 6월 29일 오후에 서울을 방문하려고 하는데, 청와대는 1박2일 일정을 원하고, 백악관은 무박1일 일정을 선호한다고 한다. <사진 6>
▲ <사진 6> 이 사진은 2019년 4월 11일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장면이다. 이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착상태에 빠진 조미협상과 남북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남북미 3자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제기하였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 방안에 찬성의사를 표하였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6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일본 오사까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곧바로 판문점으로 가서, 남북미 3자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제의하기 위해 북측에 여러 차례 연락하였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된 까닭은,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고 조선식 비핵화 방안을 놓고 협상하는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조선은 그 어떤 형태의 회담도 재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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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목적이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와 정상회담을 하려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중에 잠깐 시간을 내어 정상회담을 하면 된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아닌 어떤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무슨 목적인가?
2019년 4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청와대에서 진행된 보좌관 회의에서 지난 4월 1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남북미 3자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교착상태에 빠진 조미협상과 남북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남북미 3자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개최하는 방안을 제기하였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 방안에 찬성의사를 표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마치고 함께 판문점으로 가서, 남북미 3자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은 미국이 계산법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아예 못을 박아놓았다. 미국의 계산법을 바꾸라는 것은 외교적인 표현인데, 조선에게 일방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는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하고, 조선식 비핵화 방안을 놓고 다시 협상하자는 뜻이다. 조선식 비핵화 방안 속에 평화협정체결방안과 철군방안이 들어있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므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비핵화 방안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기만 하면, 조미협상과 남북협상은 곧바로 재개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미국의 계산법을 철회하지 않았으므로, 조선은 남북미 3자정상회담 개최제의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식 계산법을 말끔히 철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 바로 그것이 교착상태에 빠진 조미협상과 남북협상을 재개하는 길이다. 교착을 넘어서는 길은 오직 그 길 하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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