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미국을 무시한다
기사입력시간 : 2019/03/16 [11:19:00]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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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뒤에, 그 책임이 미국에 있음이 확인되었다.
북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15일 평양에서 외신 언론들을 초대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 최선희 부상은 “이번에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던져버렸”고 “미국이 우리와 아주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게 됐다”며 앞으로 미국과 협상을 할 것인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에 달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선희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좋다고 밝히며, 북미대화를 파탄 내고자 하는 세력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 이후 과연 북미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전 세계는 다시 평양으로 눈이 쏠리고 있다.
최선희 부상의 기자회견을 통해 북의 입장이 대화는 일단 유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이 미국에 취할 태도는 무엇인가?
북은 앞으로 미국을 무시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북이 미국을 무시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는 첫째 이유는 북의 대외분야에서 미국이 후순위라는 것이다.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다시 살펴보자.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외 분야 평가를 하면서 ‘첫 번째로 중국과 쿠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사회주의 나라들 사이의 전략적인 의사소통과 친선협조 관계를 강화하는 데 있어서 특기할 사변, 두 번째로 북과 세계 여러 나라 사이에 당, 국가, 정부 급의 내왕과 교류가 활발히 진행된 것, 세 번째로 역사적인 북미정상상봉과 회담은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망에 있어서는 “자주, 평화, 친선의 이념에 따라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단결과 협조를 계속 강화하며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는 모든 나라들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년사를 보면 북의 대외정책 분야에서 미국의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북은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사회주의 단결, 우호적인 나라들과의 관계,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로 순서로 대외 정책을 펼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야 북의 핵무력 완성 이후 가장 급하게 문제를 풀어야 할 나라가 되었지만 북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미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속에서도 ‘우리식 사회주의’를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국가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경제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년까지 이 속도는 더욱 더 빨라진 것으로 전망된다.
하기에 북은 미국과의 관계가 새로운 관계가 수립된다고 하더라도 북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북이 미국과 대화를 하는 것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으로 한반도와 전 세계에 미치는 평화, 안정을 가져오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신년사에서도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부분과 올해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가 안 됐지만 ‘북미 관계를 두 나라 국민의 이익에 맞게 발전시키며 한반도와 지역,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는 의미 있는 계기’라고 평가한 것에 짐작해볼 수 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베트남 방문도 북미정상회담보다는 베트남 공식친선방문이 더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날짜가 확정되기 전에 이미 로이터 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에 대한 소식을 보도했다. 이는 북과 베트남의 합의가 북미 양국보다 먼저 있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북의 매체 중의 하나인 <우리민족끼리>는 3월 14일 기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활동으로 “우리 공화국의 국제적 권위는 비상히 높아지고 우리나라와 여러 사회주의 나라들 사이에 맺어진 전통적인 친선관계는 나날이 강화, 발전되고 있다”고 보도를 통해 북의 대외정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북이 미국을 무시하는 전략을 펼 것이라는 두 번째 이유는 1차적으로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의 평화국면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한미 당국이 함께 진행했던 대규모 ‘키리졸브-독수리 군사훈련’과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이 중지되었다.
물론 명칭이 ‘19-1’과 ‘19-2’로 바뀌었고, 규모가 축소되어 진행되는 형태는 띠기는 했다. 하지만 수십 년간 진행되어 왔던 대규모 군사훈련이 중단되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리고 미국이 먼저 북을 공격할 수는 없다. 북미 양국 다 핵을 가진 전략국가이므로 미국이 북에게 전쟁을 먼저 도발했을 때 그 결과는 미국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북은 지금 만들어진 한반도를 비롯한 평화국면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남북관계와 북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 국가들의 단결을 높이 실현하는 행보를 펼치게 될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북이 혹여나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중압감으로 북과 다시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이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4일(현지 시각), 유엔 안보리 이사국 성원들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설명을 하고, 북이 다른 길을 선택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한 것 역시 미국의 현 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즉 북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아도, 이미 미국은 ‘새로운 길’이라는 중압감에 눌리고 있다. 급한 쪽은 미국이다.
그래서 북은 당분간 미국이 어떤 행보를 해도 신경 쓰지 않고 ‘무시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