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황교안, 상식을 아는가
상식과 정치
(WWW.SURPRISE.OR.KR / 이기명 / 2019-03-11)
■ 현충원, 봉하마을, 황교안
한국 정치에서 아주 낯익은 모습이 있다. 당 대표나 장관이 되면 꼭 들르는 곳이 있다. 현충원이다. 당연하다. 나라를 위해서 이 한 몸 다 바친 선열들에게 임들이 가신 길을 따라가겠다는 비장한 각오의 표현이다.
베트남에서 청룡부대 중대장으로 참전했다가 부상을 입고 전역한 해사 출신 친구가 있다. 현충일이면 현충원에 간다. 자신의 무전병이 바로 앞에서 쓰러졌다. 그가 아니었으면 자신이 전사했을 것이라고 늘 말했다. 이제 모두 현충원에 잠들어 있다.
친구들 가운데 절대로 현충원에 안 가는 친구가 있다. 병역을 기피했던 친구다. 전쟁 중에 미국으로 날랐다. 부모덕이다. 또 다른 친구도 있다. 신체검사 불합격이다. 두드러기를 앓아서 신체검사에서 면제됐다. 두드러기로 군대 안 간 사람이 3명이라고 하던가. 그 친구 별명이 ‘두드러기’다.
친구들 사이에서 그는 언제나 쬔 병아리다. 보기에 안쓰럽다. 두드러기도 대단치 않았던 거 같은데 그냥 군대 가지 쯧쯧. 지금은 후회할지 모르지만 가버린 세월을 어쩌겠는가. 결론은 그렇다. 할 일은 제대로 다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
(사진 출처 - 자유한국당)
|
■ 좌파 박멸의 기수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속담이 있다. 속담이란 조상들이 오랜 경험을 축적해 만들어 낸 지혜의 결정체다. 속담 많이 아는 친구와는 말싸움 피해야 한다. 한 방에 간다.
귀신은 속여도 하늘은 못 속인다고 한다. 어려운가. 어려울 거 하나도 없다. 거짓말 안 하면 된다. 하늘이 세상을 한눈에 환히 내려다보는데 어디다 거짓말을 한단 말인가. 하늘은 국민이다. 그러니까 국민 속일 생각을 말라는 것이다. 한데 어리석은 인간은 감히 하늘을 속이려고 한다. 국민을 속이려고 하는 것이다. 가능한가. 가능하다. 바보 천치의 머릿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도대체 누가 국민을 속이려고 하는가. 다들 알 것이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이다. 최선의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외면한다면 왜 정치가 필요한가. 제멋대로 살면 된다.
한국 정치인의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가. 그들에게 물어보면 웃을 것이다. 정치에 신뢰라는 것도 있었던가. 그렇다. 한국 정치의 신뢰는 아득한 옛날부터 정치인의 머릿속에서만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못된 버릇은 잊지 않고 고이고이 간직하고 살고 있다.
국회 마당에 의원들을 일렬로 쭉 세워놓고 국민더러 별 볼 일 없는 의원은 골라내라고 하면 어떨까. 골라내서 뭘 한단 말인가. 버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몇 명이나 남을까.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걱정이다. 그래도 너무 비관 말라. 절대로 국회 문은 닫지 않을 테니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국민을 위해 일하면 국민(하늘)은 절대로 그들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 남대문시장과 황교안
황교안은 좌파척결을 자신의 최대 정치목표로 공언했다. 그렇다고 하니 그렇게 믿어야 하겠지만 황교안이 좌파라는 국민을 모두 척결해 버리고 나면 남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황교안은 누구와 정치를 할지는 모르나 어려울 것이다.
TV를 보니까 황교안이 남대문시장에 갔다. 쥐나 개나 감투 쓰면 모두 거치는 과정이지만 황교안도 시장에 갔다. 일본말 잘하는 여자 국회의원과 5·18 망언으로 징계대상이 된 여성의원 등 국민에게 사랑(?)받는 인물들이 수행했다. 떡값 계산까지 대신 하려고 열심이었다.
시장 상인들과 악수하고 시장 음식을 서슴없이 입에 넣고 그야말로 서민지도자의 모습이다. 문득 서울역에 관용차 타고 들어가 폼 잡던 모습이 떠오른다. 사람은 열 번 변한다고 했는데 그도 변한 것으로 생각하면 속이 편할까. 변해야지. 사람은 변해야 한다. 제대로 변해야 한다. 신영복 선생이 붓글씨로 ‘처음처럼’이라고 소주 상표 이름을 썼다고 그 소주는 마시지 않는 공인이라면 더불어 정치하기는 힘이 들 것이다.
|
▲법원의 보석 허가 전후의 달라진 이명박 전 대통령 모습을 포착한 YTN 돌발영상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
■ O도 아니고 X도 아닌 삼각형
5·18 광주학살은 제주 4·3 학살과 함께 한국 학살역사의 정점이다. 5·18 망언을 토해냈던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 극 우익 보수의 맹장들은 어제도 오늘도 당당하다.
망언 이후 3인방이 입을 맞춘 듯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한다. 유공자 명단을 왜 그리 보고 싶어 하는가. 가슴에 새겨두고 추모하려는 것인가. 정 궁금하면 광주 5·18 기념공원을 찾아가서 확인하길 권한다.
중앙일보 강민석 논설위원은 2019년 2월 18일 그의 논설 ‘강민석의 시선’에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앞부분 생략) 공원 내 지하 추모 공간 한쪽 벽에는 4,296명의 이름이 새겨진 명패가 있다. 2005년까지의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사망자와 행방불명자, 부상자 명단으로, 그들이 보고 싶은 명단과 거의 같을 것이 분명하다.
1996년 8월 서울지방법원 형사합의 30부는 피고인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반란수괴죄, 내란죄 등은 물론 ‘내란목적살인죄’를 인정해 사형을 선고했다. 이듬해 3월 대법원은 유죄를 확정했다. 그의 수많은 죄목 가운데 핵심이 바로 내란목적살인죄다.
형법은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한 행위’로 정의한다. 그곳에 가면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쿠데타 세력에 의해 피를 흘린 시민 이름이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공수부대의 총탄과 대검에 숨져간 임신 8개월의 임산부, 물놀이 하던 초등학생, 헌혈하던 여고생 이름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왜 5·18이 광주만의 아픔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넘어 그 시대를 같이 지나온 또 다른 많은 이들에게 슬픔이면서 분노인지, 부끄러움이면서 아직 마음에 남은 부채인지 그 명단을 보면 망언 3인방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양심이 ‘코마 상태’에 빠져있지만 않는다면….
황교안이 이 논설을 읽었는지 여부는 모른다. 안 읽었으면 꼭 읽기를 바란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쏟아 낸 망언의 실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망언에도 옳고 그름이 없이 어정쩡 세모꼴의 판단을 내릴 것인가. 선택은 그 자신이 하고 국민은 판단한다. 정의냐. 불의냐.
■ 상식이 양심이다
지금 미세먼지는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다. 아침 출근길에 보면 한국이 마스크 공화국처럼 보인다.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한데 원인은 밝혀졌다. 황교안 대표에 의해서다.
“미세번지는 ‘문세먼지’다.”
어렵게 생각지 말라. 미세먼지는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왈가왈부하면 시원찮은 인간이 된다.
늘 하는 말이 있다. 상식이란 보통사람들의 보편적 가치판단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만 판단하면 칭찬은 듣지 못해도 최소한 바보 소리는 듣지 않는다. 5·18 망언은 간단히 해결된다. 사람 같지 않은 소리를 했으니 그렇게 대우하면 된다. 국회의원이 가당키나 한 소리냐.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집에 가서 애나 보면 된다. 애도 잘 봐야 한다. 하도 시원치 않으니까 말이다.
의원직 상실형을 항소심에서 선고받은 황영철 의원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됐다. 수백조 원의 정부 예산을 심사를 총괄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그렇게 사람이 없는가. 이것도 상식이다.
정치인들이 지도자란 반열에 올랐을 때는 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들도 인간이니까 매사를 현명하게만 처리할 수는 없다. 때로는 실수도 하고 치명적인 과오를 저지를 수도 있다. 그 예를 일일이 들 수는 없지만, 그들 자신이나 국민들은 알고 있다. 반성해야 한다. 공개적으로 사과는 못 한다 해도 가슴속으로 참회해야 한다. 참회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그게 사람이다.
이명박이 적부심에서 풀려났다. YTN 돌발영상에서 비틀거리며 걷던 걸음걸이가 적부심에서 풀려날 때는 쌩쌩하다. 기분이 좋아서겠지. 전두환이 재판을 받으러 광주에 간다고 한다. 기분이 어떨까.
박근혜를 사면하라고 태극기와 성조기가 펄럭인다. 황교안·나경원의 기분은 어떤가. 법률가들이 아닌가. 황교안 머릿속에서 박근혜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이를 어쩐다. 당시 국무총리는 누군가. 대통령 권한대행은 누군가.
“탄핵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탄핵이 타당한지 동의할 수 없다”
황교안의 말이다. 귀신에 씐 것 같다. 뭐가 진짜냐. 분명히 해라. 태극기, 성조기 흔들며 광화문에 나서는 게 어떤가. 또 뭉개기 시작인가.
‘패스트트랙’과 관련해서 한국당은 의원직 사퇴도 불사한다고 했다. 판사 출신의 나경원이 한 말이니 반드시 의원직을 사퇴하리라고 철석같이 믿지만, 아침, 저녁 말이 다르다. 국민은 뭘 믿어야 하느냐.
정치인들의 비상식 몰상식은 일일이 지적할 수조차 없다. 쓰기도 힘이 든다. 짜증이 난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부탁 좀 하자. 하늘인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부탁이다.
제발 상식인 좀 돼라.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