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의 붉은 형체인 세월호의 길이가 146m에 달하므로 오른쪽 하단의 괴물체는 세월호 길이의 2/3 가량으로 나타났다. 이 괴물체의 일부가 물에 잠겨 있을 수도 있지만 영상에 나타난 괴물체의 총길이는 대략 100m급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괴물체는 세월호가 급변침을 한 직후인 8시 53분 35초경부터 레이더에 포착되어 세월호가 조류에 의해 북쪽으로 표류하는 상황에서 세월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다가 9시 2분 이후 레이더에서 돌연히 사라졌다.
컨테이너로 보기에 의심스러운 괴물체
<JTBC>는 저 괴물체가 세월호가 전복되면서 세월호로부터 떨어진 컨테이너 박스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설명에는 숱한 의문점이 남는다.
첫째, 검찰은 공소장에서 세월호 선수갑판 위에는 총 45개의 컨테이너가 선적되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레이더 영상에 따르면 이 괴물체는 세월호로부터 떨어져 나온 형상을 보인 것이 아니라 8시 52분 32초 경에 세월호 동남쪽 200-300m 지점에서 갑자기 포착되었다. 컨테이너가 처음에는 물 속에 잠겼다가 200-300m를 잠수한 이후에 물 위로 떠올랐다고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
둘째, VTS 레이더에서 컨테이너 박스가 길이 100m 가량의 형상으로 나타나는가?
진도 VTS 레이더의 분해능을 따져봐야 할 몫이다. <JTBC>가 공개한 레이더 영상을 보면 병풍도의 해안선이 매우 간략한 선으로 처리되어 있으며 해안선의 바위들이나 해상에 바다새들과 같이 크지 않은 물체들은 레이더 상에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진도 VTS에 설치된 레이더가 초정밀레이더가 아니란 점을 보여준다. 진도 VTS가 레이더를 운용하는 목적은 선박 관제이다. 선박 관제용 레이더는 최소 10m 가량의 물체만 식별해도 운항선박ml 위치를 식별하는 데에는 아무 무리가 없다. 특히 진도 VTS는 관제권역에 5개의 레이더를 운용하고 있는데 사고수역에는 이 가운데 3개 레이더의 관제영역이 겹친다. 하나의 정밀레이더를 운용하는 방식보다 여러 개의 레이더를 함께 운용해 사각을 없애는 방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IMO(국제 해사 기구)에서 권고사항은 시간당 25㎜의 강우량 하에서 20m의 2척의 철선을 동일방위각에서 6해리(11.1km)의 거리에서 30m의 간격의 거리를 분해 가능하면 된다고 한다. 또한 해경이 실시한 “연안VTS 확대・구축 타당성에 관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포르투갈 연안VTS에 사용되는 레이더의 탐지능력은 수면 상 2.5m 높이에서 45노트로 움직이고 있는 반사면적 20㎡크기의 움직이는 물표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레이더 반사면적이 20㎡가 되려면 컨테이너 박스는 분해능 한계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하물며 컨테이너가 지름 100m 가량의 막대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러 개가 함께 묶였을 가능성도 희박
셋째, 여러 개의 컨테이너들이 다발로 묶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검찰은 애당초 세월호의 화물고박이 부실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제대로 묶지도 않은 45개의 컨테이너는 바다에 떨어지면 하나로 뭉쳐 있는 것이 아니라 흩어질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상부갑판의 컨테이너들이 단단히 결박된 상태로 동시에 바다에 가라앉았다가 동시에 떠올랐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길이 6m 가량의 컨테이너들이 100m 가량으로 추정되는 레이더 형상을 만들어내려면 적어도 10여개 이상의 컨테이너들이 일렬로 정렬해야 한다. 쉽게 말해 십 수개의 컨테이너들이 동시에 바다에 빠졌다가 이들이 200-300m를 물 속으로 잠겨 내려와서 이후에 동시에 떠올랐으며 이들이 일렬로 정렬된 상태를 유지하다가 다시 동시에 물 속으로 가라앉았다고 하지 않는 이상 괴물체를 컨테이너로 단정짓기에는 수많은 의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두라에이스의 문혜식 선장은 두라에이스의 레이더 영상에서 나타난 세월호 주변의 점들을 보고 예인선인 줄 알았다가 이후에 그것이 컨테이너였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곧 컨테이너 박스들이 레이더 영상에서 선이 아니라 세월호 주변에 여러 개의 점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말하며 그 점들이 세월호가 가깝게 붙어 있었다는 것이 된다. 사고 직후 해경이나 119가 공개한 영상을 보더라도 세월호에서 떨어진 화물 컨테이너들은 세월호와 밀착해서 인근에 떠 있었다. 그런데 레이더 상에서 나타난 괴물체는 표류과정에서 흩어지지도 않았으며 세월호로부터 200-300m 거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였다.
넷째, 전복된 세월호는 조류의 영향으로 서서히 북상하였는데 괴물체는 세월호보다도 더 느리게 북상하였다. 상식적으로 레이더에 나타난 괴물체가 정말로 컨테이너 박스였다면 컨테이너 박스도 조류에 의해 표류해야 된다. 크지 않은 컨테이너 박스라면 길이 146m에 무게가 6825톤인 세월호보다 더 빨리 떠내려가야 이치에 맞다. 그런데 괴물체는 북상하는 속도가 세월호보다도 더 느렸다. 해상 위를 표류하는 컨테이너라고 하기엔 표류속도가 너무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괴물체가 잠수함일 수 있다는 주장
8시 50분 35초에 세월호 남동쪽 300m 지점에서 갑자기 나타난 괴물체는 무엇인가? <뉴스타파>는 6월 26일 9시에 이에 익명의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며 그 괴물체가 잠수함 또는 스텔스 기능을 가진 소형 군함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이 전문가가 잠수함이나 군함 등 군용선박일 가능성을 제기한 배경에는 3등 항해사가 충돌위험을 언급하며 전방과 레이더를 주시하였다고 밝혔다는 진술내용에 상당히 주목하는 것이다. AIS를 통해 상대선박에게 소속과 목적지를 물어보면 될 터인데 3등 항해사는 왜 레이더만 주시하고 있었는가.
게다가 스텔스 군함이라면 레이더 상에는 보이지 않아도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두라에이스의 문혜식 선장은 사고당일 기상상태는 매우 양호하였으며 가시거리가 약 5.5km에 달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일 괴물체가 스텔스용 소형 군함이었다면 없던 형체가 갑자기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지는 현상이 설명되기 어렵다.
그래서 괴물체가 잠수함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다만 길이가 약 100m에 달하는 잠수함은 아직 대한민국 해군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해군이 보유한 손원일급 잠수함은 전장이 65m이며 장보고급 잠수함은 전장이 55.9m에 불과하다.
구태여 찾아본다면 2013년 3월 3일에 독수리 훈련 참여차 부산항에 입항했던 콜럼버스 잠수함을 들 수 있다. 시울프급인 이 핵잠수함은 길이 353피트로 107m에 달한다.
물론 콜럼버스 잠수함이 VTS 레이더상에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정보는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길이가 100m인 잠수함은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북한까지를 살펴도 알려진 기종이 없다. 다만 일본 해상자위대의 소류급 잠수함은 84m이며 오야시오급 잠수함이 81m, 하루시오급 잠수함이 77m이다. 북한의 잠수함은 로미오급 잠수함이 77m, 상어급 잠수함이 34m이다.
8시 50분에 나타난 괴물체의 정체는 무엇인가. 물론 레이더에 나타난 영상만을 가지고 성급히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러 가지 추정이 횡행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해서 레이더에 나타난 괴물체의 정체를 시급히 밝혀내야 한다. 진도 VTS 레이더에 나타난 괴물체, 세월호의 진상을 규명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