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일 중앙일보는 일본의 와다 하루끼 교수의 신간 <와다 하루끼의 북한 현대사>를 소개하면서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며 1994년 7월 직후 식량난으로 200~300만 명이 죽었다고 보도했다. 기사 문맥 상
책에서 200만~300만 명이라고 한 것인지 기자가 그렇게 쓴 것인지는 불명확하지만 사실상 틀린 것으로 판명된 200만~300만 아사설이 아직도
버젓이 기사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2010년 11월 22일
통계청은 <1993년~2055년 북한 인구 추계>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는 통계청이 지난 1993년 및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에서
실시한 인구일제조사 결과(UN 게시 자료)를 이용하여 북한 인구를 추계한 것이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의 1993년 총인구는 약
2110만 명이고 2010년 총인구는 약 2419만 명으로 약 300만 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심을 끈 사안인 1996~2000년 <고난의 행군> 시기 인구
감소에 대해서 통계청은 1996~2000년 사이의 초과 사망을 33만6천 명으로 추산했다. 초과 사망은 정상적인 사망자 수준을 초과하여 나타난
사망규모를 의미한다. <고난의 행군> 시기 직·간접적으로 목숨을 잃은 북한 주민이 5년 동안 약 33만 명, 1년에 약 6만 명이라는
것이다. 북한도 <고난의 행군> 시기에 아사자가 있었다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인구 감소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가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노출된 경우, 기력이 떨어져
안전사고가 늘어난 경우 등은 물론 식량과 돈을 구하기 위해 중국 등으로 불법 월경한 경우도 포함된다. 관련 단체들은 중국 등에 거주하는 탈북자
수를 5만~1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창익 인구총조사과장은 통계청의 발표와
관련해 2010년 11월 2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추계한 만큼 이번에 발표한 숫자가 실제와 가장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 기관인 통계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은 이런 발표
결과를 보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여전히 <300만 아사설>을 보도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6월 7일 중앙일보의 보도뿐만 아니라 2014년 5월
21일 동아일보, 5월 15일 조선일보, 3월 18일 서울신문에도 잘못된 내용이 보도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보도는 신중해야한다. 이는 언론으로서의 가져야할 기본자세이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라도 그러하다. 명확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아니면 말고”식의 추측성 보도가 범람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여전히 틀린 내용을 확산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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