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장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 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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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록새록 단상] ‘정상회담 구걸’ 북측 성명에 대한 정부 반응에서 주목할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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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6/03 [00:21] 최종편집: ⓒ 자주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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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은 “국제아동절”이다. 중국에서는 이 날을 굉장히 중시하여 원쟈바오 총리가 어린이들과 함께 농구를 하는 등 여러 가지 행사가 많았다. 모처럼 동심에 젖어들었다가 반도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들에 끔쩍끔쩍 놀랐다. 남북이 5월에 베이징에서 비밀접촉을 했다, 남이 3차례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이러저러한 말들이 오갔다… 작년 5월부터 쏟아내던 말들만 들어서는 눈길도 마주치지 않을 것 같던 남과 북이 가만히 접촉했다?! 게다가 북의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털어놓은 말들은 또 얼마나 기막힌가. 더욱 놀라운 일은 남의 반응이다.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유감이나 표시하다니.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으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감탄이 나왔다. 참 대단하다고! 흔히 조선(북한)을 유일초대국 미국과 맞짱을 뜨는 세계 하나 뿐인 나라라고 말한다. 그런데 조선의 주장을 과감하게 무시하는 유일무이한 나라는 한국이 아닌가? 이런 건 초초강경이라고 표현해야 되나? 하기야 현 정부 집권 이후 반도의 북쪽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남쪽이 제나름으로 해석하곤 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에서 무슨 엄숙한 주장을 내놓으면, 남에서는 이북 정부의 말이 아니라고 토를 달았다. 《노동신문》에서 무슨 강경한 글을 발표하면, 남에서는 그 신문이 조선노동당 당보일 뿐이지 최고층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넘겨버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아산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금강산관광객의 안전에 대해 담보를 하니, 남에서는 일개 민간업자와의 약속이므로 소용이 없다고 밀어버렸다. 이제 와서 조선의 헌법에 규정된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대변인 대답형식으로 비밀접촉정형들을 폭로하니, 남에서는 아예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단다. 그러면 남의 집권층은 도대체 누구의 말, 어느 단체, 어느 기관의 주장이래야 무게가 있다고 여기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야 좀 적은가? 지난 해 “천안함”사건이 북의 소행이라는 합동조사결과(?)가 나와 반북분위기 고조가 이뤄질 때, 일부 한국 대사관들에서 교민들에게 “북한 식당”에 가지 말라고 알렸다 한다. 갓 소문이 퍼질 때에는 외교통상부에서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더니, 뒷날 네티즌들이 대사관의 메일을 연 컴퓨터화면을 복사해 사이트들에 올리자, 외교통상부에서는 그건 대사관에서 알아서 한 일이라고 발뺌을 했다. 그러면 한국의 외교는 대사들이 제멋대로 알아서 해도 되는 법이고, 외교통상부 장관은 아랫사람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도 모른다는 말이 아닌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년 2월이던가? 해병대가 과녁에 북 차기 지도자의 사진을 붙여놓고 사격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군 당국은 해병대 군인들의 적개심을 운운하면서 자발적인 행위로 묘사했다. 5월 말 여기 저기 사격장들에서 북의 과거, 현재, 미래 지도자들의 사진을 붙여놓고 사격훈련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사진까지 곁들였다. 군 당국은 합성이 아니냐고 질의하더니, 사실로 확인되자 군 교범이 바뀐 건 아니고 무슨무슨 사람들(예비군이라고 묘사했던가)이 자발적으로 그런 모양이라고 풀이했다. 가장 엄격한 수직지휘체계가 이뤄진 게 군대일진대 한국의 군대는 그처럼 자유도가 높단 말인가? 어떻게 명령과 복종질서가 유지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외교통상부나 국방부는 아래에 밀어버리기 수법으로 제법 재미들을 보았는데, 베이징비밀접촉의 책임은 청와대가 누구에게 밀지 궁금하다. 통일부가 ‘진의왜곡이다’,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쓴데 대해, 어느 네티즌은 “사실무근”이라고 하지 않는 걸 보면 북의 주장이 사실인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북에서 따옴표를 쳐서 발표한 《제발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자, 《제발 좀 양보하여달라.》, 《최소한 두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도 표시해달라. 말레이시아에서 다시 만나 이 문제를 결속하자. 그리고 〈정상회담〉개최를 빨리 추진시키자.》는 남측 대표의 발언이 토 하나하나까지 다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주장은 나왔던 모양이다. 돈봉투도 정말 등장했었을 싶고… 북에서 발표한 남측 대표의 말들을 보면 흥정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2009년 10월에 필자는 연재 [새록새록 단상] 156편 “장사꾼 vs 싸움꾼”에서 청와대 현 주인의 장사꾼 기질과 조선 최고지도자의 싸움꾼기질을 지적했었다. 《자, 남의 말을 덮어놓고 믿지 않는 장사꾼과 남의 마음을 믿는 싸움꾼이 맞짱을 뜬다. 누가 이길까? 역사가 공정한 평가를 내리리라.》 그 글의 마지막 문단이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니 괜히 감회가 새로워진다. 《자주민보》의 독자분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2011년 6월 1일, [새록새록 단상]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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