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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모욕하고 잘못을 비난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은 그들과 완전히 인연을 끊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며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우선하는 일은 없다. 또한 그들과 완전히 절연하는 것은 도착자에게도 좋은 선물이다. 그럴 경우 새로운 희생양을 찾아 나서거나 혹은 자신에 대해 성찰해볼 것이기 때문이다.

장 샤를르 부슈 『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 바다출판사, 2017, 144-145.

10.2. 일반적인 대응 방법

자기애성 성격장애뿐 아니라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모두 인간관계를 자신의 이해관계로만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지려면, 이러이러하게 행동하는 게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특히, 뭐가 옳고 그르고를 따지며 자기애성 성격장애자에게 비판을 가해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은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게 된다.

논쟁을 벌일 때 분노, 슬픔, 답답함 등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괴로워하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냉정과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과 대비하여 우월감을 느끼며 상대를 패배자로 규정한다. 그 때문에 감정에 휩쓸리게 되면 피식거리며 비웃는 나르시시스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인이 감정적으로 행동할 경우,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합리화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방의 부족함을 탓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은 제외된다. 비교하고 경쟁, 도발, 괴롭혀서라도 자신의 자존감을 높이려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들과의 트러블을 피하려면 접촉 시간 자체를 되도록 줄여서 처음부터 그럴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를 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접촉(No Contact)으로, 완전히 연을 끊는 것이다. 유선이든 인터넷이든 직접적인 만남이든 어떤 접촉도 하지 않는 것으로, 이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자의 정서적 학대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함은 물론, 알콜 중독자가 금주를 하듯 피해자 본인의 정서적 중독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가족 관계의 경우, 이러한 방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부모자식간이든 부부간이든 가능하다면 연을 끊는 것을 최우선으로 권고한다.

만일 도저히 무접촉이 불가능하다면, 다음으로 고려할 방법은 '회색 돌 되기(Gray Rock Method)'이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는 언제나 관심을 받기를 원하고, 지배하려 들기 때문에 끊임없이 정서적으로 도발하고 괴롭히려 든다.

'회색 돌 되기'는 이러한 도발을 슬쩍 회피하고, 무미건조하게 날씨 이야기 같은 피상적인 대화만을 이어가는 방법이다.

이로써 서로간의 갈등과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가 지루해서 제풀에 떨어져나가게 하는 것.

문제는 조금이라도 엇나갈 경우, 자신을 무시한다는 인상을 주어, 자기애적 격노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또한 이를 시행 하는 사람도 끊임 없이 도발을 들으면서도 모른 척해야 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작용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이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은 최대한 제한된 시간만 접촉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무접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때의 부차적/한시적인 방편이다. 행복회로에 가득 차 자기애성 성격장애자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섣부른 생각을 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에 속아 넘아가 지배되거나 괴롭힘 당하게 된다.

10.3. 가족 간 대응 방법

내 주변에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가 있다면 단순히 연을 끊어 버리면 되지만 성격장애 환자가 내 이웃, 직장 동료, 또는 학교 친구라면 골치가 매우 아픈 문제가 될 수 있으며, 특히 내 가족 중에 성격장애 환자가 있는 것은 최악이다. 내 가족 중에 누군가가 나르시시스트라는 의심이 드는 순간 하루빨리 행동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많은 자기애성 성격 장애 환자의 가족이나 배우자는 사랑을 끊임 없이 주면 언젠가는 변하겠지 하면서 최선을 다하는데, 단순히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를 변화시킬 수 없으며, 그렇다고 억지로 병원에 끌고 가서 치료를 시킬 수도 없다.


따라서 계속 같이 생활해야 한다면,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어디까지 거부할지의 명확한 경계를 정해서 학대 또는 괴롭힘 당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일부러 갈등을 유도하라는 것이 아니라 담담한 어조로 이러이러해서 나는 이러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생각이 없다고 표명해야 한다.

물론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는 크게 분노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같이 흥분하여 싸우지 말고, 냉정함을 유지해야 한다.

만일 지나치게 화를 낸다 싶으면 일단 자리를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이러한 경계 짓기를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가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이 계속된다면, 관계를 끊어야 한다.

이때 상당수의 환자들은 가족이나 배우자가 떠나겠다고 최후 통첩을 하면 자신이 변하겠다고 단언하며 돌아올 것을 종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궁지에 몰려 하는 약속은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며, 다음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만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기애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문제가 있다는 병식과 이를 고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는 이상 절대로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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