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6일간의 참여경선인단 모집경쟁이 끝났다. 선거에 관심 없는 일반 국민들이야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냈겠지만, 야권연대 세력의 승리를 통해 MB정권 심판을 갈망하며 전체 지방선거 판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을 이들에게는 피 말리는 엿새가 아니었을까. 형식이야 경선인단 모집경쟁이었지만 사실상 선거결과를 좌우할 지지자 참여 확보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최종집계 결과 : 콜 센터 - 73,798명, 인터넷 - 19,041명, 총 92,839명)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 전초전의 승자는?
(서프라이즈 / 재능세공사 / 2010-05-11)
‘일말의 불안’에서 ‘좌불안석’으로
집계 결과는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어느 진영의 지지자가 더 많이 등록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엿새 동안의 전개상황을 쭈욱 지켜본 결과,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일말의 불안’ 수준에서 ‘좌불안석’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왜 이런 결론이 나왔는지 몇 가지 간접적이지만 곱씹어 볼만한 정황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그리고 11일 오전부터 있을 진검승부에서 모든 참여경선인단이 전화조사에 임하기 전에 꼭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하는 질문들을 던져볼까 한다.
분위기와 이슈 싸움에서 완패한 민주당
일단 민주당이 자랑했던 경기도당원 수 30만의 이점은 최종 경선인단 모집인원수 규모를 볼 때 확실히 상쇄된 게 분명해 보인다. 규모의 힘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사라진 것이다. 유시민 후보 진영은 어떨까? 야권지지층이 많이 방문하는 여러 사이트에서 엿새 동안 확인한 열기를 감안할 때, 당초 8천 참여당원을 기준점으로 볼 때, 최소 세배에서 최대 다섯 배 정도의 유입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 추정치 비교를 해봐도 당초 예상했던 모집단 수에서의 불리함은 상당 부분 줄어든 게 분명하다.
분위기와 이슈싸움에서도 양측 진영은 극과 극을 달렸다.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온라인상에서 참여경선과 관련된 거의 모든 움직임은 유시민 지지와 관련된 것들이었고, 유시민 후보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려 화제(엠엘비파크 인증사건, 공지영 작가의 트위터 상 유시민 지지의사, 웹툰 작가 정훈은 선거인단 모집용 웹툰을 제작 등)를 일으키고 활발히 소통하는 동안 김진표 후보의 직접 움직임은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을 정도였다.
민주당의 볼멘소리와 네거티브는 또 하나의 정황증거
승부를 앞에 두고 약세를 보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정세균 대표의 다급한 참여독려 음성메시지 발송 등도 그들 뜻대로 경선인단 모집이 진행되지 않았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의 ‘현장투표를 통해서만이 경기도 거주민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합의룰 위협발언이나 우상호 대변인의 ‘참여당의 반칙행위’ 운운은 이미 그들이 평상심을 잃고 당황해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반증이다. 경선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확연히 떨어지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찌질함이다. 민주당의 경선결과 승복의지까지 살짝 의심이 들 정도로 한심한 반응이다.
계속 발표되는 여론조사의 추이 역시 유리할 게 없고,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의 결속력을 더 이끌어 내는 후보가 유시민이라는 조사까지 나왔으니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참여경선에서의 여론조사 열세만회도 이 분위기라면 쉽지 않다는 걸 예감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 수도권 후보들 간의 연대 움직임에 맞설 야권후보의 그림에서도 민주당 일색으로는 판세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니 사면초가의 기분이 아닐까.
후보단일화 토론과 최종 선택의 기준
10일 오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있었던 양 후보 간의 단일화 맞짱토론은 새로운 판세변화를 일으킬만한 내용은 별로 없었다는 판단이다. 다시 확인한 게 있다면 경기도지사 선거에 임하는 두 후보의 확연히 다른 인식차다. 김진표 후보는 경기도지사 수행능력이라는 원론적인 경쟁력을 강조했고 유시민 후보는 시종일관 정책 수행능력보다는 MB정권 심판 적임자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켰다.
진인사대천명. 지금 이 상황에서 양 진영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할 문구다. 그러나 아직 할 얘기가 남았다. 특히 민주당 진영의 독려로 참여경선에 등록한 투표인단과 예비후보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여러분들 중에는 이미 누구에게 투표할지 마음을 정한 이도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 기울었지만 한 번쯤 더 고민하고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경선은 본선전에 나가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대적하여 승리할 적임자를 뽑기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임은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되돌이킬 수 없는 선택임을 감안하여 투표에 임하기 전에 다음의 질문들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문해 보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1. 김문수 후보는 누가 본선에 나오는 걸 가장 두려워할까?
이 질문은 본선에서의 토론이나 유세장면을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어떤 구도에서 김문수 후보가 식은땀을 흘리고 수세적인 모습이 될까요? 기세 싸움에서 김문수 후보를 압도할 힘이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김문수 후보와 가장 극적으로 대비되어 변별력을 느낄 수 있는 우리 쪽 후보는 누구일까요?
2. 현재의 경기도지사 선거 판세를 누가 흔들 수 있을까?
아직까지 한 번도 여론조사에서 김문수 후보를 누른 적이 없습니다. 후보단일화를 가정하고 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후보단일화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서는 극적인 승부가 필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오면 단일화가 된다고 해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누가 봐도 불리했던 후보가 이겨야 언론에서도 이슈가 되고 확실한 주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반응을 일으킬 후보는 누구이겠습니까?
광역단체장 선거 판세를 흔들 수 있어야 기초단체장과 시도위원 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익히 아시는 것처럼 기초선거로 갈수록 후보 개인의 인지도나 역량보다는 광역선거에서의 판세 흐름이 더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전통 지지층 간의 대결로는 소수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야권지지층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후보가 누군지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3. 수도권 후보 간 연대 시너지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후보는?
한나라당이 선수를 쳤습니다. 오세훈, 김문수, 안상수가 수도권 삼각벨트로 연대해서 선거를 치르겠답니다. 딴에는 머리 굴렸지만, 후보단일화 결과에 따라 확실한 자충수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미 후보로 확정된 한명숙, 송영길의 파트너로 누가 더 어울릴까요? 한나라당 일색의 ‘현역 단체장’ 연대와 민주당 일색의 ‘단체장 후보 연대’ 구도가 된다면 누가 유리할까요? 야권연대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누굴 내세워야겠습니까?
4. 전국적인 선거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는?
수도권에서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충청, 강원, 부산·경남, 제주 등도 중요합니다. 이들 지역은 다행히 야권단일화가 먼저 선행되어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스스로의 동력만으로는 강고한 지역구도를 깨거나 야권지지층의 강한 결속을 이끌어 내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구도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활력이 필요합니다.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킬만한 ‘이슈메이커’가 등장해야 합니다. 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에게 이번 지방선거 전체 승부가 달려 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현재 수준의 선거 판세가 근본적으로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특정정당이나 후보자 지지 차원으로 생각해 주지 말아 주십시오.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희망을 잉태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동력을 마련해 주십시오. 더 이상 이 무도한 정권과 한나라당이 국민들을 무시하고 폭주하지 못하도록 막아 주십시오. 여러분의 한 표 한 표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되돌린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재능세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