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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지기 동무가 직장을 그만 둔 때는 작년 8월이었다.
나와 15살 차이가 나는 그녀는 세탁방에서 청소과로 그리고 식당에까지 옮겨다니면서도 언제나 변하지 않는 마음을 주었다.
가이아킹덤이 57세이니 그녀는 73세가 된다.
어린시절 읽었던 책중에 재용이와 해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이 있었다.
순수문학으로 분류되는 이 소설은 피난온 해리가 피난처에서 재용이와 3개월정도를 사랑하는 내용인데 소나기의 소녀가 아팠듯이 여기서는 재용이가 아파서 죽는다.
해리는 재용이가 죽자 처음에는 견딜수 없는 아픔으로 매일매일 그의 잠든땅을 찾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루던 시간이 3일이 되고 나중에는 일주일이되고 한달이 되다가 나중에는 영영 찾지않게 되었다는 글로 소설이 끝을 맺는다.
가이아킹덤은 이 책을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17살에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직장을 나간 아줌마는 나이가 들어 무릎이 아픈관계로 하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녀가 퇴직하던 날 가이아킹덤은 많이도 울고 술도 많이 마셨다.
그녀는 한달에 한번은 전화를 해서 식사를 제안했고 나와 삼총사로 지냈던 ㅇㅇ와 같이 셋이서 만나 아쉬움을 달래곤 하였다.
한달에 한번씩 만났던 그녀가 어느때부터인가 3개월만에 오더니 오늘 6개월 만에 다녀갔다.
그리고는 이제는 다리도 아프고 아쉬움도 많이 가라앉았는지 자주 오기가 쉽지않다고 말하였다.
함깨 식사를 하고 낮술도 한잔 걸치고 우리는 극도로 적은 말만 간간이 하다가 헤어졌다.
다리를 절룩거리는 그녀를 터미널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는길에 나는 또 울고 말았다.
30대 중반에 만나서 50대 중반까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인생이 동반자로 도반으로 선배와 후배로 살아온 세월이 눈 앞을 스처 지나갔다.
그래, 이제 우리는 서서히 연극무대에서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하는 나이구나.
우리 선배들이 그러하였듯이 이제 우리가 후세들에게 자리를 물러주고 내려가야 할 날들이 오고있고나.
그녀가 직장을 떠났듯이 언젠가 나도 이곳을 떠나리라.
언젠가 후배들이 우리가 떠난 자리에 서서 우리를 추억할 때 그것이 사랑이었으면 한다.
진정 사랑하나만이 가지고 갈만 한 가치가 있다.
2017.7.15. 가이아킹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