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강은 차원 이동을 하면서도 내공에 부담이 없을 정도이고 묘령 또한 정령왕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상태라 이동이나 대륙간에 있어서의 심령 상 대화도 가능 할 정도가 되어 있는 수준이라 언제든 미국의 금노와 의사 소통이 가능했다.
그 동안에 백노를 통하여 묘령의 분신이라는 여자의 이름도 알게 되었는데 본명이 "이혜령(李慧寧)"으로 현재 나이는 20세이며 초등학교 시절 부터 취미로 시작한 골프가 아버지로 부터 재능을 인정 받아 중학교 시절에는 중등부 우승도 하였으나 고등학교 때 부터는 같은 또래에 시작 했던 다른 골프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 하면서 자신의 골프 성적 순위가 급격히 떨어지자 아버지의 관심도 멀어지고 본인도 많이 힘들어 했었다.
고등학교 때, 최악의 성적이 나오자 급기야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대학을 붙은 것은 중학교 시절 그 당시의 기준으로는 지금 처럼 많은 수의 실력자들이 없었기 때문에 통과가 가능 했던 시절이라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정식 회원 프로는 아니지만 준회원 대우의 세미프로 자격증을 따 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미프로 자격증으로 인해, 그래도 꽤나 명문으로 알려진 K대학교에서 수시모집 가산점을 받게 되어 골프경영학과에 들어 갈 수 있었지만 이 또한 아버지의 힘이 작용 했을 것이라는 것이 이혜령의 생각이었다.
아버지 이지훈(李智勳)은 선대로 부터 물려 받은 재벌 그룹을 맡아 현재 대한민국 재계 서열 20위 정도에 위치한 성몽(成夢)그룹의 총수이다.
그의 부인은 고은미(高銀美)로, 젊은 시절 매우 빼어 난 미모에 이화여대를 나온 재원이라 소문이 나서 이지훈의 열렬한 구애 끝에 결혼을 하여 행복한 시절을 보냈으나 중년의 나이에 갑자기 근육병이라고 많이 알려진 "근이영양증"에 걸려 이혜령의 고등학교 시기 때 부터 앓게 되었다.
불치병으로 알려진 것도 문제였지만 근육병의 종류에는 유전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데, 불행하게도 유전이 되는 병증인 것으로 확인이 되자 그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어서 가족 모두에게 커다란 고통에 잠기도록 하였다.
그때 부터 이혜령에게 한살 터울의 남동생인 이혜철(李慧澈)은 물론이고 아버지 이지훈 까지 패닉 상태에 빠진 상태였으니, 가장 예민하고 연약한 입장에 있는 이혜령은 자신이 언제라도 어머니와 같은 병을 앓게 될 수도 있으며 또 누군가와 결혼을 해도 정상적이지 않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고민 때문에 골프 실력은 물론이요 삶의 의욕 까지 떨어져 자살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딸의 자살 시도 소식에 다행히 정신을 차린 아버지 이지훈은 자신이라도 굳건하게 버티고 있어야 가정이나 그룹이 완전히 풍비박산(風飛雹散) 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으로 돌아 서면서 그나마 가정이 약간의 안정을 찾게 되기도 했다.
아들 이혜철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막연하게 버티고 있지만 이혜령은 미래가 암울하다는 그 자체만으로 삶의 고통이 극에 달하여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삶에서 벗어 날 궁리만 하고 있었다.
선우강은 처음에 근육병이 무엇인지 잘 모르다가 객실에 마련 되어 있는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을 하여 자세하게 알아 보았는데 그 병에 대해서 알게 된 것 보다 현대의 의학이 이렇게 발전 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백과사전의 내용으로 알게 된 지식 보다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자 더욱 놀라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근육병 뿐이 아니라 다른 의학적 지식도, 자신이 있던 명나라의 의원들이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연구와 기술과 장비로 각종 난치병들을 치료하고 있음에도 그것에 비하여 또 이렇게나 많은 새로운 질병들이 생겨 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또 한번 놀라게 되었다.
줄기세포라는 것을 이용해 거의 생명을 새롭게 창조 하려고 하는 듯한 움직임이 의학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정도임을 발견 하고는 과학 기술이라는 것을 결코 무시할 수 없겠다는 점을 확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선우강은 근육병의 여러가지 형태로 분류 된 것들이 자신의 대륙에서 삼음절맥, 오음절맥, 칠음절맥, 구음절맥 등의 이름으로 불리면서 난치병 중의 난치병으로 알고 있는 것이지만 자신은 묘수신의의 아들로 이미 이것에 대한 처방을 알고 있었고 능히 고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혜령의 어머니 고은미를 치료 할 수 있다고 해서 무작정 찾아 가 "내가 고칠 수 있소"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만약 그렇게 한다고 해도 치료를 쉽게 허락 할 일도 아닐 것이라 생각 했으며 자신 또한 그렇게 무시를 당하면서 까지 경우 없는 치료를 할 생각은 없었다.
모든 일에는 선후가 있는 것이며 적당한 단계를 거치지 않으면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하여도 나중에는 오히려 자신에게 화를 자초하는 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 묘수신의의 경험으로 부터 여러 번 말씀을 들어 왔고 또 사실이 그렇다는 것을 선우강 또한 어렸을 때 부터 많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환자를 치료 할 때도 치료 전과 치료 후가 극명하게 나뉘는 경우가 있는데 치료 전에는 모든 것이든 다 해줄 것 처럼 말하다가 치료가 끝나서 병이 완쾌가 되면 태도가 싹 바뀌며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었더니 보따리를 내 놓으라는 식으로 치료 비방을 탐내거나 영약을 탐내거나 아니면 신체를 구속하여 평생 자신들의 의원 노릇만 하기를 바라는 자들이 수 없이 많았다.
선우강은 근육병을 앓고 있는 이혜령의 어머니 곁으로 백노를 보내 투명화 마법 상태에서 그녀가 잠들었을 때 원기가 더 이상 상하지 않도록 생기(生氣)를 불어 넣어 주도록 했는데 근육병은 기경팔맥이 막혀서 생기는 것으로 기경팔맥이라 함은 임맥, 독맥, 충맥, 대맥, 양교맥, 음교맥, 양유맥, 음유맥 이렇게 8가지이다.
기경팔맥과 다른 분류인 십이경맥은 손(手)과 연결 된 삼음삼양(三陰三陽)의 6경맥과, 발(足)과 연결 된 삼음삼양(三陰三陽)의 6경맥을 합쳐서 12가지의 경맥을 의미 하는데 기경팔맥과 십이경맥 내에서도 각각 음양으로 나누어서 구분 했지만 그 보다 더 큰 전체적인 차원에서 보면 십이경맥은 외적 지향의 활동성과 관련 있는 경맥으로 양(陽)에 속하고, 기경팔맥은 충맥이 기해혈인 단전으로 부터 시작하고 임맥과 독맥이 이러한 단전 수련의 내공(內功)을 쌓는 것이기 때문에 내적인 몸의 잘 드러나지 않는 관계들에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음(陰)에 속한 것이다.
따라서 기경팔맥이 잘못 되었을 때 생겨나는 병을 음절맥(陰絶脈)이라 하고 그중 기경팔맥 전체가 끊어진 것을 구음절맥이라 하는데 근육병 또한 삼음절맥, 오음절맥, 칠음절맥과 같이 여러 가지 근육병적 증세가 다양하다.
기경팔맥이 막혔으면 팔음절맥이라 해야 하지만 이 부분은 일반인들의 이해가 충분하지 못하여 생기는 오해일 뿐 틀린 명칭은 아닌 것이, 황제내경에서 말하기를 십이경맥은 강하(江河) 즉 강과 하천과 같고 기경팔맥은 호택(湖澤) 즉 막혀 있는 호수와 같다고 설명 되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독자적으로 작용하는 맥을 기(奇)하다고 하여 기경팔맥이라 했지만 호수가 처음 부터 호수였던 것이 아니듯이 아무리 독자적인 작용을 한다 하여도 물이 들어오는 곳이 있어야 호수가 되는 것 처럼 기경팔맥이 제대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기(氣)가 들어 오는 곳이 있어야 한다.
또한 기라는 것이 어느 장기가 되었든 맥이 되었든 그곳에서만 머물러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나마 온 몸에 모두 연결이 되어 있어야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으로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이다" 라는 일반적 대화만 보아도 기가 막혀서는 제 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기가 들어 온 상태에서의 기경팔맥은 다시 손과 발을 포함한 모든 움직임을 원활하게 해 주는 십이경락과 연관이 될 수 밖에 없는데 그것 조차 막히게 될 경우 팔맥에 하나의 맥이 더 막혔다 하여 구음절맥이 되는 것이다.
모든 맥(脈)이라고 하는 것은 기가 다니는 통로를 의미하며 아무리 독자적인 작용을 한다 하여 그것을 기경팔맥이라 이름 붙였다 하여도 그 통로 자체는 기가 소통하는 장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서 결국은 꽉 막힌 호수가 되지 못하고 어디가 되었든 통하게 되는 곳이 있어 다른 경맥들과 유기적인 작용을 할 수 밖에 없다.
백노가 이혜령의 어머니 고은미의 상태를 살펴 본 결과 발병이 된지 아직 2년도 채 되지 않아서 병의 증세가 서서히 진행되는 근육병의 특성상 곧 죽을 정도의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선우강으로서는 백노를 통해 생기(生氣)를 보충해 주기만 하면 정상적인 활동은 어려워도 다른 위급한 합병증을 얻어 크게 사태가 위험하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였다.
(연재 중인 소설 내용 중에서 중요한 대목이라 생각 되어 올립니다.)
출처: http://www.joara.com/nobless/bookPartList.html?bookCode=9161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