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김연아 은메달 감상평
네이버 필명: 유전(mindbank)
현재 살아있는 여자 피겨스케이트의 대가라고 하면 누구나 카타리나 비트와 미쉘 콴을 들 것이다. 이 둘은 김연아의 은메달 소식에 현장 생방송 도중 분노를 나타냈다.
그런데 오늘 남자 피겨 스케이트의 대가 중 한명인 딕 버튼 또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카타리나 비트에 이어 남자 피겨의 전설 딕 버튼 역시 김연아에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경기가 끝난 후 딕 버튼은 자신의 SNS에 "연아 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내가 이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네가 더 나은 스케이터가 될 수 있길 믿었기 때문이다. 넌 오늘 존재가 다른 스케이터였다. 축하한다"는 글을 남겼다. 딕 버튼은 1948년과 1952년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위 기사 출처: http://www.newspim.com/view.jsp?newsId=20140221000495)
그렇다면, 이러한 대가들이 보는 김연아의 수준은 과연 어떻게 올림픽 심판들과 달랐을까? 또 소트니코바가 더 잘했다고 평을 하는 이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이렇게 나뉘어 평들을 할까?
소트니코바는 자신이 뛴 그 어느 경기보다 더 올림픽 무대에서 최대한의 실력을 내어 잘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라 판단한다.
하지만 그녀의 경기는 그저 스케이트 잘 타는 기술을 얼마나 더 뽑낼 수 있었는가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경기에 지나지 않았다. 또 그러한 기술이라면 3위를 차지한 코스트너에 비해서 더 잘한 것으로도 생각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기사 내용에 동의한다.
< USA투데이의 크리스틴 브레넌 기자는 이날 점수 집계는 판정 시비가 잦았던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 이후 최악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소트니코바는 코스트너에도 앞설 수 없다. 웃기는 결과"라고 비꼬았다.>
소트니코바가 김연아 보다 한개의 점프를 더 수행하여 점수를 더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도 동의할 수 없다. 소트니코바는 분명 한개의 점프에서 착지 때 두 발을 딛는 실수를 했다. 이것은 차라리 그러한 점프를 처음부터 넣지 않은 것만 못한 것이다. 점프를 많이해야 점수를 더 줄 수 있다는 논리라면 경기 내내 점프만 하는 프로그램을 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실수에 대해서는 안타깝더라도 실수에 대한 패널티를 충분히 받아야 한다. 그래야 더 완벽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어렵게 짜고 그것을 완벽히 연기해 낼 수 없다면 그런 프로그램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작은 실수라고 하여도 프로그램 그대로 완벽한 연기를 해낸 수행자와는 구별이 될 수 있도록 확실한 차별적 패널티를 받는 것이 옳다. 그래야 모두가 프로그램을 충실히 마련하고 또 무결점 연기를 하고자 애쓸 것이다.
소트니코바와 코스트너의 연기를 비교해 보자. 먼저 코스트너는 긴 장신과 육중한 체형에서 나오는 진중하면서도 힘 있는 연기를 보였다. 소트니코바는 무슨 테마의 곡인지 모르지만 다소 시끄럽게 들렸던 기타음(?)과 드럼 소리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몸 동작과 경기 내내 산만한 연기를 보였다. 착지를 실패하여 두발을 딛는 순간에는 자신도 민망했는지 멋쩍게 웃는 표정도 보였다. 실수라고는 하지만 잠시 딴짓을 한 것이다. 그리고 자국민이 대부분인 러시아 관중들에게만 경기 내내 집중하면서 환호를 이끌어내고자 무척이나 애를 썼다. 그 때문에 더욱 그녀와 음악은 완전히 따로 놀았다.
사실 기술적인 부분은 이미 쇼트 프로그램에서 정해진 수행 기술들을 선보여야 하고 그에 따라 점수를 받는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다는 것은 그러한 기술적 과제에 있어서도 충분히 점수를 받을 정도의 수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김연아는 1위를 했다.
쇼트 프로그램이 조금 더 기술적 과제 수행 능력을 보는 것이 옳다면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조금 더 자유스럽고 예술적인 부분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음악을 어떠한 것으로 선택할 것인가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그 음악과 다른 연기를 할 것이라면 음악과 함께 할 이유가 있을까?
김연아의 프리 프로그램에서의 음악 "아디오스 노니노"는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모하며 만든 곡이다. 그녀의 스핀이 다른 연기자들에 비하여 너무 느리게 보였다면 그것은 김연아가 의도한 것이다. 추모곡에 너무 빠른 스핀을 돌고자 애를 쓴다면 이것은 너무 방정맞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김연아의 다른 시합 다른 음악에서의 스핀과 스텝들은 충분히 빠르고 활동적이며 경쾌하기도 한 모습을 과거 올림픽이나 다른 선수권 대회에서 이미 충분히 보여 주었다.
김연아는 경기를 하는 내내 아디오스 노니노의 선율에 완전히 젖어 있었다. 심지어는 손동작 하나 발동작 하나 그리고 디테일한 표정 연기 까지 철저하게 음악에 맞춰 자신의 내면적 감정을 연동시키며 그것을 외부로 발산했다.
너무 높이 뛰어오르지 않으려 노력했고, 높이 뛰지 않으면 착지에서 여유를 보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완전한 여유가 있었으며 그만큼 더 자유롭게 보였다.
카타리나 비트나 미쉘 콴이 24살 정도의 나이에 과연 어제 보여 준 김연아 정도의 연기를 할 수 있었을까?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 그저 짐작만 한다. 그리고 김연아 정도의 클래스를 연기할 나이 때는 이미 아마추어를 벗어나서 아이스 댄싱 팀에나 가서야 그것을 깨달았을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어떤 수준에 있어서 차원이 다른 클래스에 도달해 있다면 대중들은 그것을 알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미 정상에 올라 섰던 경험이 있는 대가들은 그것을 알아 본다. 그리고 김연아와 소트니코바의 차이는 완전히 다른 클래스의 레벨 차이가 있다. 소트니코바가 앞으로 십년을 더 한다 하여도 지금의 김연아 수준에 도달할지 의문이고 그래서 대가들은 그토록 분노를 표시했다. 심판들은 몰랐을까? 그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더욱 더러운 기분이 든다.
앞으로 세계선수권 대회 1위나 올림픽 금메달 수상 정도의 경력이 없으면 심판을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그들에게는 명예가 있기 때문에 함부로 그러한 명예를 팔지 않으리라 판단한다.
(이 글이 김연아와 러시아에 전달될 수 있도록 많은 펌글 바람)
유전
- 2014.02.22
- 14:51:05
- (*.53.255.209)
유전 2014/02/22 14:39
제법실상 연기법이 계속 작용을 하는군요.
워싱턴포스트 기사의 인용보도가 적나라하게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내가 본문에서 쓴 글을 그대로 따라서 쓴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유전 2014/02/22 12:31
지금 네이버 가장 많이 본 뉴스 란에 뉴욕타임즈 김연아 관련기사가 나왔군요. 본문 글과 비슷한 논조의 기사라서 업데이트 합니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40222_0012741462&cID=10104&pID=1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