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자기가 살던 집을 떠나 볼 일이다.
자신의 삶을 마치고 떠나간 후의 그 빈자리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암자에 돌아오니 둘레에 온통 진달래꽃이 만발하였다.
군불을 지펴놓고 닫겼던 창문을 활짝 열어, 먼지를 털고 닦아냈다.
이끼낀 우물을 치고 마당에 비질도 했다.
표정과 생기를 잃었던 집이 부스스 소생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살아야 집도 함께 숨을 쉬면서 그 구실을 하는 모양이다.
- 법정스님 수상집 <텅빈 충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