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http://club.dreamwiz.com/elibrary)
1. 인물 책을 소개하게 된 까닭
아이들은 늘 웃고 재잘거립니다. 그런 학생들에게서 세상이 답답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
니다. 그럴 때는 "이 아이가 이제 성숙해지려고 그러네" 싶어서 표정을 고쳐 잡습니다. 그러나 기
분이 좋지 않은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욕구가 실현되지 않았다고 곧바로 짜증을 내버릇하는 학
생은 아무래도 편하지가 않습니다. 비판의식이란 원래 좌절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그렇습니다.
학생들은 사회에 아주 비판적입니다. 그러나 그런 세상을 만드는 권리가 작게나마 자기 손에
들려 있다고 말하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건설에 대한 전망은 없고 공격만 있는 사람은, 공허
합니다. 선생님도 그런 어른을 만난 적이 있을 겁니다. 술 마시면 세상 탓은 엄청 하는데, 술 깨
고 나면 자기가 어젯밤에 욕한 그 세상처럼 사는 사람을 보셨지요. 어른을 마구 욕하는 데서 그
치고 마는 학생은 아직 희망이 아닙니다. 이루고 싶은 것이 없는, 이루려는 힘이 없는 비판은 무
기력합니다. 세상의 잘못을 눈치채는 날카로움만으로 세상이 극복되지 않는다는 말을 학생들의
가슴에 울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은 권위가 없습니다. 많은 부정과 부패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불신이 많습니다. 이것은 청소년에게 불행입니다. 자기 위에 있는 권위를 욕하는 것은 싱싱한
기운일 수 있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자기가 무릎꿇고 가르침을 청할 수 있는 스승이 있어야 사
람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인생의 모범으로 삼을 어른을 갖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습
니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 가운데 세상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들을 모은 까닭입니다.
2. 책을 읽고 학생들과 어떻게 할까
학생들에게 인물 책을 읽혀보니, 학생들은 잘 읽습니다. 원래 남의 사는 얘기를 하면 밤이 깊
어지는 줄 모르는 법입니다. 사람 사는 얘기를 적어놓은 책이라 학생들이 보인 반응은 무척 좋
았습니다. 이런저런 책을 알려주고, 각자 자기 체질에 맞게 후회없게 책을 골라서 한 권씩 사오
라고 했습니다. 우리들은 학생들과 책을 함께 읽고는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해보았습니다.
첫째는 주인공이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살피는 것입니다. 이 사람이 겪은 어려운
일이 무엇인지 적고, 그 상황에서 이 사람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학생에게 정리해보라고 합니
다. 거기에다 학생 자신이 삶에서 겪은 최대의 위기상황을 적고, 그때 어떻게 했는지 써보자고
해도 좋습니다. 그때 자신이 한 행동을 지금 돌이켜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를 적게 할 수 있습
니다.
둘째는 주인공이 어떤 마음으로 자기 인생을 사는지, 가치관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가치관이
란 어디에 더 가치를 두고 어디에 덜 가치를 두는지에 대한 관점을 말합니다. 주인공이 인생에
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라고 하면 됩니다. 그와 함께 자기가 평소 어디
에 의미를 두고 사는지 생각해보게 해도 좋습니다. 가치관을 정리하라고 하면 아이들은 보통 어
려워합니다. 사색하는 삶이 아니었으니까요. 어려운 활동입니다.
셋째는 자기가 읽은 책을 친구에게 소개하는 글을 써보게 하는 것입니다. 책 소개글에는 자기
가 책을 읽는 느낌과 생각이 들어가야겠고, 책 내용이 설명되어야 하고, 어떤 체질의 사람에게
이 책이 어울릴지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합니다. 누가 이 책을 읽으면 딱 좋을지에 대해 교사가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쓰는 글에 긴장이 들어갑니다. 구체적으로 "우리 반의
누구에게 이 책이 가장 어울릴까"를 이유와 함께 이야기해보라고 해도 좋습니다.
넷째는 대입 자기소개서 양식에 맞춰서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라면 대입
소개서 쓰는 법을 어떻게 가르칠까 한번쯤 고민하셨을 겁니다. 그 연습 삼아 책의 주인공을 자
기소개서의 등장인물로 해서 글을 쓰게 합니다. 고3 교무실에 있는 대입 자기소개서 양식은 두
쪽짜리 문서인데, 거기에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부분을 "인생 전체"로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그
런데 자기소개서에 있는 물음에 따라 글을 쓰기가 어려운 책이 가끔 있습니다. 그럴 때를 대비
해서 상황에 따라 문제를 바꿔서 해도 좋다고 이야기해두면 매끄럽게 진행됩니다.
다섯째는 책 주인공이 만약 자신이 요즘 사는 모습을 본다면 어떤 얘기를 해줄지를 글로 써보
는 일입니다. 책 주인공이 "나"에게 "내" 삶에 대해 편지를 썼다고 하고, 그 편지를 학생이 써보게
하는 것입니다. 보기보다 까다로운 활동입니다. 책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면 글이 약간
붕어빵이 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삶을 사셨소"하면서 감탄하는 척하는 글
이지요. 결론이 너무 쉽게 보이는 또는 정해져 있는 글은 삶을 자극하지 못합니다.
여섯째는 책에 나오는 사람들 가운데 다섯 사람쯤을 골라서 얼굴과 옷차림을 그림으로 그리
고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다섯 줄 정도로 설명을 하게 하는 활동입니다. 얼굴과 옷차림을 그리
다보면 그 사람의 품성과 가치관과 생활환경이 드러나게 됩니다. 학생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자
신이 책 내용을 되새기고 있음을 느낍니다.
일곱째는 반 친구들 가운데 책 속의 인물과 비슷한 사람을 고르는 것입니다. 너무 여러 명을
시키면 학생들이 어려워해서 대충 하게 되니까 숫자를 서너 사람 정도로 하는 게 좋습니다. 이
책 내용으로 영화를 만들 때 반 친구들 가운데 누구를 배우로 쓰면 알맞을지 영화감독이 되었다
치고 한번 생각해보라고 합니다.
3. 길게 하는 책 소개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은 인물 책 목록을 만들려고 모두 일흔세 가지 책을 살폈습
니다. 먼저 우리가 알고 있는 인물 이야기 책을 뽑았고, 책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인터넷 서점 알
라딘에서 책 목록을 보충했습니다. 그리고는 두 달 동안 책을 나누어서 읽고 대화했습니다. 마
지막에, 책을 뽑으면서 우리는 갈등했습니다. 젊은 시절 한때 빛나던 사람은 흔했지만 삶을 마
감할 때까지 자기 삶을 곧게 지킨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늘 우리를 고민하게 하던, 학
생들에게 쉽게 권할 만한 쉬운 책이 적다는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중학생에게 읽힐 책이 우리
사회에는 참 없습니다. 선생님들의 따뜻하고도 차가운 평가를 기대합니다.
{황소의 혼을 사로잡은 이중섭}, 최석태, 아이세움, 2001. 중1부터.
1999년 이중섭 특별전이 현대갤러리에서 열렸다. 그 날 내 마음에 꼭 든 작품은 이중섭이 가
족을 그리워하며 부친 편지였다. 그 작품 속에서 천재 화가 이중섭이 아니라, 고단한 삶 속에서
도 따뜻한 가족애를 버리지 않은 소박한 가장이 있었다.
바뀐 중학교 1학년 2학기 교과서 첫 단원이 [화가 이중섭]이다. 수업 준비를 했다. 이참에 이
중섭의 전기도 읽어봐야겠다고 욕심을 부린다.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권해줄 만한 책도 찾아
본다. 저학년을 대상으로 만든 이중섭 전기는 대체로 일화 중심이어서 그를 깊게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중섭의 삶을 꼼꼼하게 살피며,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이중섭의 작품을 이해하도록 돕는 그런 책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러다 이 책을 발견했다. 글쓴
이도 동화작가가 아니라, 미술 전공자였다.
이 책은 기획이 섬세하다. 분청사기 기법을 살렸다는 [봄의 어린이]를 소개하면서 분청사기
기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방식. 그런데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빼곡하게 들
어선 설명이 책 읽는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옮겨놓는 수준을
넘어, 미술 전공자로서 이중섭의 작품을 재해석한다. 이 책을 읽고 더 본격적으로 이중섭의 삶
과 예술을 느껴보고 싶으면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문학과지성사)이나 {이중섭 평전}(돌베개)
을 읽으면 된다. 이 두 책은 중학생에겐 어렵고 고등학생이 읽으면 좋을 수준이다.
자, 그럼 이렇게 읽은 책을 아이들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교과서에 살을 붙여가며 이중섭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 사이사이에 이중섭의 작품을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넘는 화가가 그림에 담고 싶어한 것은 무엇일까 묻는다.
가족과 다시 만나는 꿈, 우리 민족의 도약을 갈망하는 소의 꿈,
상처를 치유해 주고 행복을 보장해 줄 것 같은 천도복숭아의 꿈,
소문처럼 정신병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그린 [자화상]처럼 자신을 증명하고 싶은 꿈,
나는 그의 슬프고 간절한 꿈 이야기를 한다.
그러던 중 이중섭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이들이 떠들기 시작한다.
조용히 시키는데 종이 치고, 나는 무엇을 더 가르쳐야 하는지 혼란스러워진다.
교직 10년째,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꿈꾸고 있냐고 묻는다. 그런데 그 질문은 부메랑이 되
어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나는 아이들 속에서 무엇을 꿈꾸는가? 끝없이 자문하는 일, 내가
이곳에 서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윤혜 (백운중학교 국어교사 mingima@dreamwiz.com)
{검은 대륙의 옥수수추장}, 김순권, 한송, 1997. 중3부터.
주희야, 네가 캐나다에서 보낸 메일 잘 받아보았다. 급하게 떠나느라 도서실에도 들르지 못했
다는 네 글을 보면서 그래도 잊지 않고 연락 주어 고맙다는 생각을 했지.
이제 학과성적만이 중요한 이곳의 교육제도를 벗어났으니 마음껏 책을 볼 수 있겠구나. 사실
늘 도서실 언저리를 맴돌면서도 시간이 없다며 선뜻 책을 빌려가지 못하는 너를 보면서 안타까
운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단다.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참을 고생하겠구나. 하지만 한국인
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공부하고 돌아와서 우리나라의 동량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
램이다. 그런 너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한 권 있다. 『검은 대륙의 옥수수추장』이 그것이란다.
주희야, "옥수수박사" 라고 불리는 김순권 박사를 알고 있니? 본인의 표현대로 내세울 것이라
고는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평생을 한길만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란다.
남보다 나을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난 젊은이가 옥수수 박사가 되어 아프리카 대륙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사랑의 전도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져 있는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슴 뭉클한 장
면이 참으로 많이 있더라.
박사는 상업고등학교 입학시험, 농협협동조합 입사시험, 대학원시험에서 낙방을 인생에 있어
서의 세 차례 큰 좌절로 표현하고 있지.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고난과
좌절이 있더구나. 그런데 그것을 힘들다고 여기지 않고 도전의식으로 이겨 나간 그의 일생이 아
름다웠다. 낯선 땅에서 새 삶을 꾸리는 네가 꼭 읽었으면 싶다.
미국을 비롯해 외국에서 제시하는 월등히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고국에 돌아와 신품종 개발
을 위해 애쓰는 그는 정말 세계에 우뚝 선 한국인이란다.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녘동포를
위해 이십여 차례나 북한을 방문하여 슈퍼옥수수 종자 개발과 우량옥수수 종자 보급을 하고 있
다. 그가 가꾸고 있는 옥수수가 통일의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단다. "옥수수 육종 분
야에는 내가 세계 제일"이라고 하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그를 통해 한국인의 긍지를 가슴 가
득 느끼기 바란다. 그럼 건강 조심하거라.
서경은 (중앙여고 사서교사 snose@hitel.net)
{광해군}, 한명기, 역사비평사, 2000. 중3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한 역사적 인물에 대해 단순 이분법적 기준으로 평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승자와 패자의 관계로만 평가된 김유신과 연개소문이나 의자왕의 관계나 왕건과 견훤의 관계,
의인(義人)과 악인(惡人)의 관계로 평가되는 이순신과 원균의 관계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역
사는 한 인물에 대해 선악의 도덕적 기준에 따른 이분법적 평가를 용납하지 않는다. 역사는 끊
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가운데 하나의 가설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가설로 진보하는 것
이기 때문이다.
광해군은 "폐모살제(廢母殺弟)의 "폭군"이자 "패륜아"로 평가되는가 하면, 17세기 명.청의 교
체라는 격변의 시기에 탁월한 외교정책을 펼친 지혜로운 군주로 상반되게 평가되었다. 이러한
대조적인 평가에 대해 이 책의 저자는 인조반정의 주체들에 의한 의도적인 "광해군 죽이기"와
일제의 식민사관에 바탕을 둔 "정치적 노림수"라고 분석하고 광해군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을 시
도한다.
저자의 "광해군"에 대한 조망과 해석에 공감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충실한 역사 자
료를 바탕으로 한 객관적, 실증적 접근이다. 저자는 한.중.일의 역사적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광해군을 후궁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렵게 왕위에 올라 전란 이후 사고(史庫)의 정리와
서적 간행, 왕궁의 중건, 대동법 실시를 통한 왕권의 강화와 당쟁 억제의 노력, 국방의 정비와 실
리적 외교정책 실시를 위해 노력했던 임금으로 해석하고 있다. 동시에 그가 없애려 했던 당쟁에
오히려 휩쓸리면서 어머니와 형제를 역모로 몰아 죽이는 가운데 겪는 고뇌와 폐위된 후 인간적
인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책은 카(E. H. Carr)의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역사 철학의 기본정신에 충실
하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변 열강들의 보이지 않는 패권다툼 속
에 우리가 나갈 길을, 17세기 초 전란 후의 혼란과 명.청 교체라는 격변의 국제 상황에서 광해군
이 보여준 자강책(自强策)과 유연한 외교적 행적 속에서 찾고자 한다.
즉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통해 모색하고, 나아가 미래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는 것이다.
요즘 TV 드라마에서 "사극(史劇)"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들도 제법 많이 시청하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TV에서 다루는 사극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실증적 해석과 현재적 의미
탐색이 아니라, 역사의식이 결여된 채 권력욕과 치정(痴情)에 얽힌 흥미 본위로 진행된다는 점
이다. 이러한 가운데 한명기 선생의 {광해군}은 학생들에게 안목을 넓혀 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나 특히, 역사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를
펼쳐보고 싶은 야심찬 학생들에게 필독을 권한다.
김효석 (숭문중 국어교사, chekttas@dreamwiz.com)
{성산 장기려}, 이기환 엮고 지음, 한걸음, 2000. 중3부터.
중학교 시절, 나는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문예출판사)라는 슈바이쳐 전기를 읽었다. 랑바레
네였던가? 아프리카의 오지에서 흑인과 함께 하는 삶에 감동하였고, 그는 오래도록 내게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닥터 노먼 베쑨}(실천문학사)의 서문에서 그를 베쑨과 비교하여 평가
절하하는 글을 읽고 당혹스러웠다. 시대적인 좌표 위에서 볼 때, 그는 내가 알던 슈바이쳐와 조
금 다른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그는 중학시절 마음에 품었던 흰 수염의 성자(聖者)
일 뿐이다.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할 때, {성산 장기려}를 소개하는 기쁨이 크다.
이 책은 선량한 품성을 실천하며 살고자 하는 아이에게 권하면 알맞을 책이다. 삶이 훌륭해서
좋은 책, 더군다나 중학교 아이들도 푹 빠져 읽을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쓰여져 있어서 중학
교 선생으로 권하기에 적당하다. 특히 의사가 되겠다고 눈을 반짝 빛내는 아이들에게 주면서 "
재능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생각해보라고 하면 좋을 책이다. 의사가 되고자 할 때 생각하는
헌신, 나눔의 첫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지금처럼 병원 문턱이 높지 않을 것이다.
1911년에 태어나 1995년에 돌아가실 때까지 권위 있는 외과의로서, 독실한 종교인으로서, 북
한에 아내를 두고 온 뼈아픈 이산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보다도 가난하고 힘없는 행려병자
들의 친구로서 살다 가신 장기려 선생님은 이 땅에 의료보험을 처음으로 시도하셨으며, 한국전
쟁의 와중에도 부산 피난지에서 천막복음병원을 세워서 무료로 환자를 진료하신 참의사였다.
처음에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것이 흠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을 즈음에 생각이 바뀌었다.
크리스쳔의 봉사, 섬김의 정신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 삶을 통해서 종교인이 가져야 할 첫 마음
을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니, 믿음이 강한 학생들에게 본받을 인물로 소개해도 좋을 것
이다.
{성산 장기려}를 읽다가 만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두밀리 자연학교를 운영하시
는 채규철 선생님의 이야기가 가슴을 쳤다. 최근에 나온 {사명을 다하기까지는 죽지 않는다}(내
일을여는책)에서 "진짜" 삶을 살고 계신 분을 만나서 반가웠으니, 맑은 가을날 서늘한 삶을 사신
두 분의 책과 꼭 만나기를 바란다.
서미선 (서울사대부설여중 국어교사 lechat84@hanmail.net)
{생명을 풀무질하는 농부 - 원경선의 나누는 삶 이야기}, 류재현, 한길사. 고1부터.
희망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사람들이 꿈을 잃어버리고 산다는 것의 반증
이기도 하다. 꿈이란 단어에는 희망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그래서 나는 꿈이라는 단어를 좋
아하고 또 자주 되묻곤 한다.
첫 수업은 항상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내가 키워가고 있는 꿈을 아이들에게
들려준 뒤, 아이들이 제각기 수줍은듯 내놓는 꿈에 대해서 귀를 기울인다. 정보화 시대의 반영
인듯 컴퓨터 관련 업종의 꿈을 가진 아이들이 많다. 또 보통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들인 의사
와 검사도 꽤 되고, 그저 막연하게 회사원이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런데 참 독특한 아이
가 있었다. 그 아이의 꿈은 농부였다. 자기는 농부가 좋단다. 농부가 되어 흙을 만지고 그 속에
서 생명을 키워가는 삶이 좋다고 한다. 도시적 공간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그런 아이다. 그 아
이를 생각하면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원경선, 낡은 작업복 차림의 허옇게 센 머리를 흩날리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기도하며 일하는
사람. "내 평생의 직업은 오로지 전도하는 농부올시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초등
학교도 간신히 마친 시골 농부인 그가 걸어온 삶은 시대를 예견하고 인류가 만들어갈 "희망"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한 인간이 무언가 앞서 예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진정한 힘을 갖게 되는 데
는 결코 다섯 수레의 책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직 신념과 의지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농부의
삶을 다룬 책으로 함께 읽을 만한 책은 장영근이 쓴 {농민의 마음 하늘의 마음}(창작과비평사)
이 있다.
꿈이 소박한 아이, 신앙을 가진 아이, 자신의 어려운 환경만을 탓하는 아이에게 이 책을 권하
고 싶다. 소금과 빛이 되어 아이들의 삶을 밝혀줄 것이다.
이성희 (인천 부광고 한문교사 fool70@hanmail.net)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김미선 옮김, 실천문학사, 2000. 고1부터.
청소년 시기야말로 이유없는 반항의 시대입니다.
몸과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청소년들에게 "레드 메이드"된 현실은 족쇄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의 반항은 값진 것입니다.
주는 대로 받아먹으려 하지 않고 그 이유를 깐깐하게 따지고, 가르쳐 주는 대로 따르려 하기보다는 자기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 하니까요. 하지만 그 반항의 목적과 방향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미 그 길을 다 거쳐온 선배 입장에서 나름대로 애정을 가지고 훈수를 두는데도, 논리적 이유 없이 반항만 일삼는다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법입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의 모습일 텐데, 이런 친구들에게 저는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천식을 앓았던 의사출신의 게릴라 체 게바라는 반항하는 이유와 그 목적하는 바가
분명했습니다. 이즈음 철학에서 말하는 타자, 그러니까 억압받는 자, 소외당하는 자, 사회적인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세력과 맞서 싸웠던 겁니다. 기실 청소년들의 반항은 극히 개인적인 목적
을 위해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의 개성을 억압하는 그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지요. 당
연히 이 반항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성숙한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그런 일탈적인
행위보다 더 의미있는 것이 무엇인지 금세 알 수 있을 겁니다.
체 게바라가 단지 반항과 저항의 상징이라면 이 책을 권하는 이유가 빈약해질 것입니다.
체 게바라가 여전히 인류의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은, 그이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일관되게
펼쳐나갔기 때문입니다. "앎"과 "함"의 일치라는 점에서 체 게바라를 넘어설 사람은 흔치 않습니
다. 혁명을 통해 얻어낸 권좌를 내던지고 밀림으로 들어가 게릴라전을 펼친 이력이 이 점을 웅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을 권한다는 게 마음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 미국의 뉴욕에서 일어
난 테러사건 때문입니다. 일반론적 입장에서 보면, 폭력은 마땅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국가 차원에서 벌어진 폭력은 정당화되고, 이에 대한 보복수단으로서의 테러만 비난받아서는 안
됩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볼 때, 체 게바라의 무력항쟁은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 것일까요. 청
소년들과 함께 이 문제를 놓고 깊이있는 토론을 벌여보는 것도 뜻깊은 일일 것입니다.
본받아야 할 큰 인물로서보다는 여전히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는 인물로서
체 게바라를 읽으면 좋겠습니다.
이권우 (도서평론가 lkw1015@hanmail.net)
{헬렌 켈러}, 도로시 허먼, 이수영 옮김, 미다스북, 2001. 고2부터.
헬렌 켈러에 대해 알고 싶어진 것은 몇 해 전부터다. 아마도 가르치는 보람을 길어 올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교육 현실 때문이리라.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들이 스친 것이다. 헬렌 켈러
의 삶은 방황하는 우리 10대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 설리번 선생님은 나 같이 모자
란 교사에게 강력한 귀감이 되지 않을까. 그들을 읽으면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땅한 책을 찾을 수 없었다. 기껏해야 아주 짤막하게 다룬 조각글이거나 아니면 동화
수준의 글들만 있을 뿐 헬렌 켈러와 설리번이 겪었을 삶의 이모저모를 풍부하게 다룬 책은 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접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몇 년 전부터 간절히 찾아 왔던 바로
그 책이었다. 655쪽의 분량에 헬렌 켈러와 애니 설리번,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거나 스쳐간 무수
한 인물들을 그 시대의 분위기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헬렌 켈러를 비롯
한 당대 사람들의 삶과 시대상을 손에 잡을 듯하다.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책갈피를 넘길 때마다 연필로 줄을 치거나 몇 개의 단어를 끄적거
리게 만드는 탁월한 문장에 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깊은 시선이 다양한
자료 수집으로 얻어진 풍부한 사실성과 함께 매우 암시적이고 실증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 결과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른바 정상이라는 것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를 만나게 된다.
이 책을 학생들에게 소개할 때는 간단히 퀴즈들을 마련하여 흥미를 유도하면 효과적이다. 예:
다음 중 사실에 해당하는 것들에 모두 표시하라! 1) 헬렌 켈러는 성년이 된 후 간절히 결혼하기
를 원했으나 어머니인 켈러 여사는 늘 이를 반대했다. 2) 애니 설리번은 반(半)시각장애자였다.
3) 전화기를 발명한 벨은 헬렌 켈러를 늘 이해해 주는 사람이었다. 4) 헬렌 켈러는 사회주의자였
다. 모두 다 사실이라는 게 답이다.
고2나 고3 정도의 수준에서 읽으면 좋겠으며, 다만 650여 쪽이 넘는 책이니만큼 몇 명이 분량
을 나누어 읽고 정리하게 만드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해당 시대의 여러 배경 지식들을 간단히
요약하게 하여 시대와 인물, 환경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게 해 주는 것도
좋겠다. 또한 단순히 장애인을 동정하는 차원에서 글읽기가 멈추지 않도록 조언을 해 주어야 하
며, 오토 다케의 책 {오체불만족}(창해)과 같은 책들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그러한 차이의 의미
는 무엇인지 토의와 토론을 경험하게 지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허병두 (숭문고 국어교사, wisefree@dreamwiz.com)
{프리다 칼로 & 디에고 리베라}, 르 클레지오 지음, 신성림 옮김, 다빈치, 2001. 고2부터.
한 여자가 온몸이 칼로 찢긴 채 침대 위에 쓰러져 있다. 그 옆에는 어느 한 남자가 웃음을 띈
얼굴로 칼을 들고 서 있다. 여자는 몹시 지쳐 있는 듯이 보인다. 그녀는 프리다 칼로이고 남자는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이다.
내가 이 책에서 본 그림 중에서 가장 가슴이 뜨끔했던 그림이다. 이들은 멕시코 출신의 화가
로 미술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준 인물들이다. 위의 그림은 디에고 리베라에 대
한 프리다 칼로의 사랑을 반어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그들의 사랑은 각별했다. 20살의 차이
를 극복한 사랑이었으며, 프리다 칼로 입장에서 보면 자기 동생과 바람을 핀 남자에 대한 헌신
적이고 불행한 사랑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프리다 칼로가 주옥같은 그림을 그려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녀가 몸이
아프고 "나"를 상실했을 때, 디에고 리베라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그녀는 자
신을 주로 그렸다. 그것은 아픈 몸이고 여자로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몸이라는 절망적임에 대한
반항이었다. 자신의 부끄러운 부분을 그리고 또 그리면서 진정한 자신을 만들어 나갔다. 그 과
정은 수많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자신을 높은 빌딩에서 떨어뜨려 피를 흘리게도 했고 사랑하는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아꼈던
머리카락을 잘라 버리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것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디에고 리베라에 대한
사랑을 더 강조하고 그가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그는 일기장에 "디에고 나의 아기, 디에고 나의
전부, 디에고=나..."라는 구절을 한가득 쓰고 또 쓰면서 그의 사랑을 찾아 헤맸다. 프리다 칼로에
게 사랑은 예술을 더욱 예술답게 하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되었다.
"몇 살 짜리가 읽으면 좋을까요?" 라고 묻는다면 "아무나 읽으세요" 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선을 긋자면 나 자신을 알아갈 때쯤, 그 과정이 매우 혼란스러워
힘들 때쯤 읽으라고 말하고 싶다. 내 경우로 봐선 고등학교 시절 나를 찾는데 힘이 된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삶을 훔쳐볼 수 있다. 자신을 잃어
버린 사람, 그래서 마음속에 나를 그리고 싶은 사람은 언제든지 펼쳐봐라
윤석정 (광동종고 3학년 학생, cakanai@hanmail.net)
4. 짧게 소개하는 책
인생의 모범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모범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인생에 대해 생각할 계기를 주는 책들을 널리 모아보려고 했습니다.
{네 꿈을 펼쳐라}, 차범근, 진선출판사. 중1부터.
자기 관리를 잘해서 사람들에게 존중받는 축구선수 차범근의 이야기다. 운동을 자기 전망으
로 삼은 학생들이 어느 학교에나 있는데, 그 학생들은 보통 학교에서 별로 인간다운 대우를 받
지 못한다. 그런 학생들은 이 책에서 따뜻한 운동선배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아주 쉽다.
{삽 한자루 달랑 들고}, 장진영, 내일을여는책. 중1부터.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는 화가의 이야기다. 재빨리 떼돈을 번 사람은 추켜세우는 사회 분위기
에 너무 잘 적응하는 학생에게 권해주고 싶다.
돈을 많이 벌려는 까닭이 무엇인가? 돈 자체가 목적인가? 행복하려고 그러는가?
이런 책이 학생에게는 철학책이다.
{네 멋대로 해라}, 김효진, 한겨레신문사. 중2부터.
학교를 자퇴하고 꿋꿋하게 사는 여자아이의 이야기다. 학생들은 이 책에서 학교의 억압성을
읽고 공감하지만, 교사는 아무 생각없이 학교를 그만두면 인생이 황폐해지니까 확실한 계획과
각오 없이는 학교 그만두지 말라는 글쓴이의 말에 주목한다. 이 책에 대한 학생들 반응은 열광
그 자체다. 학생들이 보고 싶은 부분만 보지 않도록, 교사가 같이 얘기해주면 좋다.
{전태일 평전}, 조영래, 돌베개. 중2부터.
가난하고 얼마 배우지도 못한 젊은 노동자가 한 시대를 뒤흔든 이야기다. 늘 환경 탓을 하면
서 자기 삶이 무기력한 줄은 모르는 "권태로운" 사람이나, 제 몸을 편하게 하는 일말고는 고민이
없는 "이기적인" 학생이나, 기가 죽어서 용기가 필요한 "안타까운" 아이가 읽으면 자극이 된다.
인물 책의 고전으로, 쉽게 편하게 읽히며 감동 깊다.
{신창원, 907일의 고백}, 엄상익, 중앙M&B. 중3부터.
우리 학교 고3 교실에서 반 전체를 돈 책이다. 책만 보면 잠 자는 녀석들도 이 책을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담당 변호사가 쓴 책이라 천박하지 않다. 신창원의 가치관에 대해 학생들
은 "도전"과 "양심"이라고 대답했다. 이 책을 권하는 것이 위험하게 느껴지시는가?
{저는 열네 살 선영이에요}, 김기선, 삶이보이는창. 고1부터.
서울교대 2학년생이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학생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의 삶에 들어 있는 진정성이 우리를 가슴 아리게 한다. 삶이 무기
력하고 도무지 사는 게 무감각한 사람이 읽으면, 죽음을 물리치고 삶에 의욕을 갖게 한다.
{무죄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이석태 외, 문학과지성사. 고2부터.
삶에 진지하고 양심에 충실한 한 법률가의 이야기다. 머리가 아주 좋고 공부도 잘하지만, 가
치관에 대한 사색이 부족한 아이가 읽으면 좋을 책이다.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법률가가 되어 출
세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제 잇속만 차리고 사는 것은 아니다. 잘된 사람 가운데 자신의 이기
심을 넘어 공동체의 아픔을 위해 헌신한 영혼이 있다.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 김명곤, 손석희 외, 아침이슬. 중3부터.
여러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 가슴속에 간직하는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어른들이 시키
는 대로 하는 모범생 아이들이 읽으면 꽤 충격을 받는다. 곧이곧대로 사는 모습이 답답하게 보
이는 학생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일이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이래서, 나는 농사를 선택했다 - 젊은 귀농자 12인의 삶 이야기}, 임경수, 양문. 중3부터.
도시의 삶을 떠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 이야기다. 속도와 효율을 최우선으로 따지는 경쟁사회
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학생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은, 학생들도 경쟁에 시달리는 삶을 피곤해
하기 때문이다. 쉽고 편안하고 무난해서, 약간만 차분한 학생이라면 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스타비평 1-3}, 변희재 외 지음, 인물과사상사. 고1부터.
김희선, 핑클, 에쵸티, 한석규와 같이 보통 "스타"라고 하는 "연예계에 뜬 인물"에 대해 짧게 쓴
문화비평을 모은 책이다. 보통 별생각없이 보는 연예인들에 대해 설명해놓은 책이라, 학생들이
아주 신기해한다. 그러나 달짝지근한 내용을 맞보려는 학생은 이 책에 실망하기도 한다. 성숙도
가 높은 학생일수록 이 책에 좋은 반응을 보인다.
{다시 희망을 묻는다}, 안철흥 외, 아침이슬. 고3부터.
역사학자 강만길, 승려 도법, 농부 윤구병, 맹렬여성 고은광순, 시인 박노해, 또 그밖에 누구누
구, 우리 사회에서 실천지성이라고 불릴 만한 열한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 나눈 내용이다. 깊이
있는 사고에 목마른 학생이 있다면 딱 어울린다. 어려운 개념을 딱딱하게 늘어놓는 죽은 철학서
가 아니라 삶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살아있는 사상서다.
{학문의 길 인생의 길}, 역사문제연구소 엮음, 역사비평사. 고3부터.
각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학자들과 만나서 대화한 내용이다. 드물게 학자의 세계를 제대로 엿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학문에 진지하게 꿈이 있거나, 교수가 되고 싶은 열망이 있는 학생이
학문하는 이의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묵직한 책이다.
송승훈 (경기 광동종고 국어교사 gurumbae@nownuri.net)
5. 그밖에 더 읽을 만한 책
소개하는 글은 없지만, 책 제목을 알리고 싶은 책을 모았습니다.
<강한 의지로 사회와 맞선 사람들>
{가짐 없는 큰 자유 - 빈민의 벗, 제정구}, 제정구를생각하는모임, 학고재. 고1부터.
{내가 만난 김남주}, 황석영 외, 이룸. 고1부터.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창작과비평사. 고2부터.
{옥중 19년}, 서승, 역사비평사. 고2부터.
{새는 앉는 곳마다 깃을 남긴다}, 김동기, 아침이슬. 고2부터.
{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 심지연, 소나무. 고3부터.
{스콧 니어링 자서전}, 스콧 니어링, 실천문학사. 고3부터.
<자기의 전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
{ET할아버지와 두밀리 자연학교}, 마가을, 채규철. 중2부터.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 데즈카 오사무, 누림. 중3부터.
{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한겨레신문사. 고1부터.
{제인 구달 - 침팬지와 함께 한 나의 인생}, 제인 구달, 사이언스북스. 고1부터.
{조선 사람 허준}, 신동원, 한겨레신문사. 고2부터.
{희망의 이유}, 제인 구달, 궁리. 고3부터.
<사회를 밝게 하려는 종교인의 삶>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 최일도, 동아일보사. 중3부터.
{그이는 나무를 심었다 - 지학순 주교},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엮음, 공동선. 고1부터.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마틴 루터 킹}, 클레이본 카슨, 바다출판사. 고2부터.
<그밖에>
{절망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 돌이 되어 죽어가는 시인}, 박진식, 시대의창. 중2부터.
{시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이행자, 지성사. 고1부터.
{아픔을 먹고 자라는 나무}, 고재종 외, 푸른나무. 고1부터.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 보리. 고2부터.
[광고]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
독서교육에 대한 책을 펴냈습니다 -
책이름 : {선생님들이 직접 겪고 쓴 "독서교육 길라잡이"}, 푸른숲, 2001.10.1. 13,000원.
책/따/세가 그간 학교현장에서 실천한 책읽기 교육을 책으로 옮겼습니다.
독서교육에 대해 서점에 나온 책은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외국의 독해이론을 정리해놓거나, 여러 독서활동 사례를 화려하게 나열해놓는 책이었지요.
책/따/세가 만든 책은 현장에서 독서교육을 실천하면서 겪은, 성공과 실패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는 현란한 이론은 없고, 눈부신 학생 사례도 없습니다.
하지만 실적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교육이라는 진정성이 있습니다.
소박하게 애쓴 이야기와 지금 이루어지는 독서교육에 대한 섬세한 반성이 담겨 있습니다.
큰 장점은 특별난 사람만 함께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열정을 가진 선생님들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여러 단점이 있는 책이지만,
이때까지 나온 독서교육 관련 책 가운데 현장성이 가장 풍부하다는 점만은 분명합니다.
한 권 사 주시죠. 하하.
- 책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1부> 아이들이 걸어온 길, 교사가 가야 할 길
1. 무엇을 어떻게 읽혔나 1-1. 중고생을 둘러싼 독서 교육 풍경들 / 1-2. 독서교육의 대안은?
2. 무엇을 어떻게 읽힐까 2-1. 욕망이 제왕인 시대, 우리 학생들이 즐겨 읽는 책은?
2-2. 선생님이 알아야 할 학생 베스트셀러 대응 / 2-3. 고전 위주의 목록은 백전백패!
2-4. 책을 고를 때 생각할 점들 / 2-5. 학생들을 독서 교육의 주체로 세우기 위하여
2-6. 권장도서 목록의 한 사례 활동 사례 : 어떻게 해야 학생이 스스로 좋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을까
<2부> 맛을 느끼게 하자, 수업 시간을 활용한 책 읽기
1. 나의 체질에 맞는 독서 교육은? / 2. 학생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힐까?
3. 선생님, 읽기는 읽었는데요 : 독후감 쓰기 지도 방법 / 4. 독후감을 훌쩍 뛰어넘는 활동
활동 사례 : 책 읽기와 삶 읽기. 내가 사서 읽고 권한 이 한 권의 책
<3부> 지식이 쑥∼쑥, 도서관에서 책 읽기
1. 학교 도서관 중심의 독서 교육 프로그램 / 2. 도서반을 움직이며 책 읽기
3. 우리 학교 도서관 이렇게 만들었어요 활동 사례 : 도서반 학생과 함께 하는 독서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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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등학생들이 수업 시간의 과제로 책의 저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내가 이 책에서 건진 가장 소중한 한 마디는 머리말에 있었다.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도 바로 그와 같은 '존중'이지 싶다.
그래서 나는 사랑보다도 존중이 더 근본적이고 위대한 가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많은 경우 자기식으로 상대를 해석하는 폭력이 개입되기도 하지만, 존중에는 상대를 향한 진정한 배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논술 연수 때, 길이 참 넓은 창원에서 선생님과 만난 송승훈입니다.
경기도 남양주 광릉숲에 있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같이 책 읽고 글쓰고 지낸다고 했지요.
제가 학생들과 같이 공부한 독서교육 자료를 보내드립니다.
이 자료는 제가 참여한 전국국어교사모임 선생님들과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모임에서 함께 공부한 여러 선생님들에게서 많이 배우고 얻어들어서 만든 것입니다.
열두 해 동안 학생들과 함께한 내용이라 자료가 많습니다.
시간 나실 때 하나둘 편하게 보시면 가끔 재미난 글도 있을 겁니다.
글 주소 위에 다람쥐를 놓고 오른쪽 단추를 눌러 나오는 <새창으로 열기>로 자료를 보세요.
그러면 글이 화면에 잘리지 않아 잘 보입니다.
독서교육에 대해 쓴 글
학교도서관에서 꿈꾸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33904127
중등학교 독서교육은 최근에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20793697
인터넷 시대에 책읽기 교육을 하는 의미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3429127
자기 체질에 맞는 계획이어야 하고 싶어진다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0769604
어떻게 해야 책읽기 교육이 성공할까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0770914
아침독서운동에 대한 시행착오 보고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29748086
독후감 가르치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1545504
-> 학생들이 쓴 독후감 모음(새내기 교사 시절 1997-1998)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5459205
-> 독후감, 서평 편집틀, 간단한 안내유인물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4698634
-> 수행평가 기준 문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2304008
-> 학생이 독후감 쓰기에 대해 하는 이야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9789903
책 광고하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1544400
소설 주제가 만들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859087
시집 갖고 몇 가지 활동하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612687
책을 보는 눈썰미를 기르는 수업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0721334
고등학교 독서 교과에서 단행본으로 하는 독서 활동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0769041
학교중심의 자율적 독서교육과정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8186417
학교 교육계획서에 들어간 독서-논술 교육 내용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41940197
사서가 없는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것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7818899
속독에 대해 http://blog.naver.com/wintertree91/3170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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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교육에서 흔히 생기는 문제 상황을 정리한 글
: 차례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1557247
학생과 관련해서 생기는 문제 상황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1557333
도서 선정에서 생기는 문제 상황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1557392
지도 방법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1557460
학교 독서교육 계획에서 생기는 문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1557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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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문제집, 수능 대비(대담)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1720741
-> 수능 언어 영역 공부와 책읽기 (학생들에게 쓴 글)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8503742
왜 책읽기를 가르치는가 http://blog.naver.com/wintertree91/6246195
학생들에게 권하는 책
고등학생을 위한 송승훈의 권장도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67690618
-> 책 선정에 대한 생각 http://blog.naver.com/wintertree91/6716998
-> 독서 수업 때 학생들에게 읽힌 책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537058
중학생을 위한 서미선 선생의 권장도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2171651
-> 이민수 선생의 중학생을 위한 성장소설 목록 (첨부화일에 있음)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40297754
-> 서미선 선생의 중학생에게 책 권하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2170839
-> 학생 개인에게 책 권하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2171432
나라말향기 선생님들이 만든 상황별 권장도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12782472
-> 부모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을 위한 권장도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12815209
-> 친구-교사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을 위한 권장도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12815400
->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을 위한 권장도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12816076
->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읽으면 좋은 책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12816371
학교도서관에 있으면 좋은 만화책들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39880540
성장소설 학습장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2135914
책따세 방학 권장도서 만드는 과정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6269179
빈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청소년 권장도서 (책따세) http://blog.naver.com/wintertree91/9639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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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직접 만든 권장도서
책 또하나의 스승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9243517
세상 제대로 살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9387725
가능성은 책 안에 있다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0403721
뒷북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0402841
문학동네 구경하세요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9443448
학생들이 시집을 읽고 쓴 글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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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2451666
시와 관련해서 자기 삶 쓰기 글 모음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6145656
이원혁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66516314
최아름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66513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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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도시비평 책을 읽고 자기 마을 비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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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는 이곳(유영재)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1010490
학생들이 책 관련 인물과 만나서 한 인터뷰
어디든 갈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한 첫걸음 http://blog.naver.com/wintertree91/7157386
문제는 왜 노동인가 http://blog.naver.com/wintertree91/6862882
새벽을 여는 사람들 http://blog.naver.com/wintertree91/7192166
우리가 성에 대해 너무나 몰랐던 일들 http://blog.naver.com/wintertree91/7157090
인권운동가를 찾아서 http://blog.naver.com/wintertree91/7157193
빨간 바이러스 http://blog.naver.com/wintertree91/7578299
알몸 박정희 http://blog.naver.com/wintertree91/7578131
구석진 곳에도 내일은 있다 http://blog.naver.com/wintertree91/6862836
여성 인권을 소중히 http://blog.naver.com/wintertree91/6899907
숙희 아줌마와 말하자 통하자 http://blog.naver.com/wintertree91/7191763
꼴등 이일훈 일등 건축가 되다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40736860
독서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
천송희 : http://blog.naver.com/wintertree91/9031792
박혜원 : http://blog.naver.com/wintertree91/8927208
정수양 : http://blog.naver.com/wintertree91/8783611
::: 졸업한 제자들이 쓴 글
법대에 간 제자 이야기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0319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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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활동에 대한 설명이 이 글에 되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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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되찾는 책 http://blog.naver.com/wintertree91/10013022669
::
제가 한동안 편집일을 맡아 한 <함께여는 국어교육>을 펴내는 전국국어교사모임을 소개합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http://www.naramal.or.kr/ 국어선생님이시라면, 유료회원에 꼭 가입해주십시오.
국어선생님들이 이런 교사모임에 많이들 가입해야 교사의 목소리가 국어교육 정책에 제대로 반영됩니다.
세상이 잘못되었어, 우리교육이 문제야 하는 말은 누구나 합니다.
세상탓을 하면서, 동시에 자기자신을 희망씨앗으로 보고
자신의 가능성을 싹틔우고, 자신을 소중하게 가꾸어간 한 사람이 오늘 세상을 떠났습니다.
- 개학 전날, 광릉숲에서, 깜깜한 밤에 풀벌레 소리에 싸여
송승훈 올림
덧붙임 : 그때 함께 연수에 참여한 중학교 선생님들께는 메일주소가 없어서 자료를 못 보내드렸습니다.
혹시 연락이 닿으시는 분이 있으시면, 중학교 선생님들 메일주소를 저에게 보내달라고 말을 전해주세요.
해마다 한번씩 제가 정년퇴임할 때까지 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
<2011년 3월 3일>
꽃샘추위가 정신을 바짝 들게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예전에 연수에서 만난 광릉숲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 송승훈입니다.
독서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해마다 봄에 책 목록을 보내드린다고 선생님 메일 주소를 얻어갔지요.
새학기 둘째날에 책 목록을 보내드립니다.
일찍 보내고자 했는데 작업이 오래 걸려서 학기가 시작하고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고등학생용 학급문고 목록] -> http://wintertree91.blog.me/10104320853 : 제가 만든 자료입니다.
[중학생용 권장도서 목록] -> http://wintertree91.blog.me/10104255852 : 이민수 선생께서 만든 자료입니다.
[학교 독서교육 안내] -> http://wintertree91.blog.me/10104310982
여러 해 동안 독서교육을 하면서 정규수업시간에 책을 읽어야 독서교육이 제대로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 내용을 아래에 적습니다.
:::::::::::::::::>
정규수업시간에 책을 읽기를 권해드립니다. 일주일에 한 반에 3시간 수업을 들어간다면,
2시간에 교과 진도를 밀도 있게 나가고 1시간은 책을 읽는 겁니다.
한주에 한반에 들어가는 수업이 2시간이라면, 수업 때마다 10~15분씩 책읽기는 하면 됩니다.
그 과목과 관련된 책을 교사가 15권 정도 알려주고서, 학생이 골라서 각자 책을 1~2권씩 사 가지고 와서 읽는 방법입니다.
현재 한국의 교육여건에서 책을 읽으려면, 정규수업시간에 직접 책을 읽는 방법이 가장 좋습니다.
실제 해보면, 얻는 것이 많습니다.
(1) 교사가 15권 정도 책을 정하기
정규수업시간에 책을 읽히려면, 교사가 먼저 15권 정도 교과 관련 책을 정해서 알려주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알아서 가져오라고 하면 잘 안 되기도 합니다.
감당하지 못하는 어려운 책을 들고 오거나 재미만 있는 책을 가져오기에 그렇습니다.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고등학생용 책 5권 + 중학생용 책 5권 + 대학생용 책 5권,
이렇게 해서 모두 15권을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학생들 수준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위로 대학생용을 권하고
아래로 중학생용 책을 같이 권해야 학생들이 각각 성취감을 느낍니다.
(2) 교사가 책을 사서 보여주기
교사가 책을 사 가져와서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고르게 하면 제일 좋습니다.
책을 손으로 만져보고 몇 장 넘겨도 보면서 고르면 책을 정말 사고 싶어집니다.
학생들에게 교사가 “나는 15권을 샀다. 너희는 한두 권만 사라.
나도 읽을 테니 너희도 같이 책 읽자.”고 이야기하면 학생들도 ‘진짜 독서를 하려는가 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말로 책 읽는 의미를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교사가 책을 열 권쯤 사와서 보여주면 짧게 말해도 효과는 훨씬 높습니다.
(3) 정규수업시간에 그냥 읽기
독서기록장이거나 하는 장부는 한달에 한번 이상 안 쓰는 게 낫습니다.
한 시간씩 읽을 때마다 기록하게 하면 학생들이 지칩니다.
한달 동안은 그냥 진득하게 읽고, 그 뒤에 글 쓰고 활동을 하는 게 좋습니다.
교사는 오로지 책 준비 안 해온 학생들을 챙기고,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수업시간마다 교사가 말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놓고 편안해지는 일이 필요합니다.
(4) 정규수업시간에 한 책읽기를 수행평가에 넣기
활동지를 만들어서 쓰게 할 수 있고, 서평을 쓰게 해도 좋습니다.
단순하게 하려면, 책의 한쪽한쪽마다 모르는 낱말을 하나씩 찾아서
책에다 직접 적어넣으라고 한 다음에 성실한 정도로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책을 열 등분으로 나누어서, 한 등분마다 책 내용 다섯 줄에
자기 생각 세 줄씩 책에다 직접 쓰라고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5) 4명씩 모임을 이루어 같은 책을 사서 읽게 하기
학생들 4명씩 모임을 이루어서 같은 책을 읽게 해도 좋습니다.
서로 상의해가며 읽으면,
책을 읽다가 모르는 게 나올 때 친구들끼리 알려줄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학생들끼리 애써도 잘 모르겠는 내용만 교사에게 물어보면 수업에 깊이가 생깁니다.
담임교사가 학급문고로 운영할 때는 책을 학생들이 다 다르게 사게 하는 게 낫고,
정규수업시간에 책을 읽게 할 때는 학생들 4명씩 모임을 이루어주는 게 좋습니다.
자기가 산 책을 다 읽은 학생은 다른 친구와 책을 바꾸어서 봅니다.
광릉숲에서 송승훈 올림
학교_독서기획_방법_교과부 독서교육 매뉴얼.hwp
출처 : http://blog.daum.net/simmoi/15972047
베릭
어떻게 해야 책읽기 교육이 성공할까?
송승훈 경기 광동고 국어교사 http://blog.naver.com/wintertree91
1. 성공의 첫째 길 : 학생들에게 왜 책인가를 납득시키기
의외로 학생들은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꽤 된다. 더구나 한국 고등학교 교육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는 실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학생들이 이런 줄 모르고, 그 앞에서 ‘책읽기는 중요하니까 책읽기 교육을 하겠다’ 이렇게 말하면 잘 따라오지 않는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은 책이 익숙하지 않아서 재미없다고 피할 테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머릿속으로 얼른 손익계산표를 짜본 뒤 당장 입시에 필요하지 않겠구나 싶어서 지나칠 것이다. 선생님들 생각은 보통 ‘좋은 것인데 여건이 안 따라서 잘 못 읽는 것’에 가깝고, 학생들 생각은 ‘힘들고 필요 없는데 왜 그걸 읽어’에 가깝다.
그래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학생들이 납득하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도 좋은 정보를 넘치도록 얻고 비디오를 보고도 여러 생각할 거리를 많이 보는데, 왜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
모니터를 통해 인터넷 사이트로 보는 글은, 보통 세 쪽을 넘지 않는다. 길면 사람이 지루함을 느껴서 마우스를 딸깍거려 다른 쪽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 영상으로 표현하기에 자극이 많은 내용에 치우치듯이, 인터넷은 빨리 읽히고 읽다가 멈추는 일이 없도록 신경 쓴다. 따라서 인터넷 체제는 정보를 빠르게 얻고 나누기에는 좋지만, 깊이 있게 체계 있게 무엇을 축적하기는 어렵다. 인터넷은 한마디로 얇고 넓게 알기에 좋은 매체다. 그곳에서는 정보의 소비자가 되기는 쉽지만, 정보의 생산자가 되기는 어렵다. 생산자가 되려면 길고 체계 있게 정리해놓은 종이책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에게 책읽기가 실제 현실에서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전해주어야 한다. 나는 수능에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이 대답과 관련해서 어려웠다고 떠들썩한 지난해 2002년 입시 수능문제를 잘 살펴보라. 많은 대한민국 학생이 물먹은, 그리고 마침내 교육부장관까지 물러나게 한 그 시험문제는, 가만히 살피면, 글을 한 줄 한 줄 제대로 읽어낼 수 있으면 풀리는 문제가 많다. 객관식 문제풀이에 필요한 능력은, “유형학습 + 언어능력”이다. 그러면 학생 가운데 상위 30% 학생들을 대상으로 따져보자. 이들은 수능 전에 언어 문제집을 서너 권씩 푸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이 30% 상위 학생들 언어 점수가 110점에서 80점까지 30점 가량 차이가 났다. 똑같이 문제집을 푸는데 왜 점수 차이가 날까?
유형학습을 충분히 한 학생들 사이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근본적인 언어 능력이다. 흔히 하는 표현으로 ‘기본 실력’이라고 하는 그것이다. 유형학습에 지나치게 몰두한 대한민국 수험생들은, 수능 출제진이 유형을 바꾸자, 온통 휘청거렸다. 책을 즐겨 읽고 이런저런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그때 언어 점수가 떨어지지 않았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있었다. 나는 유형학습이 의미 없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유형학습과 기본 언어 능력을 기르는 학습이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학습 효율이 높아진다는 무난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문제집을 내던지자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학생들에게 얘기한다. 너희가 공부한다고 하면, 열 시간에서 아홉 시간은 문제집을 풀 텐데, 절반은 그대로 하던 거 하고, 절반만 바꾸어봐라. 다섯 시간을 문제집을 계속 하던 대로 풀고, 네 시간 정도는 책을 보고 한겨레신문을 보거나 <100분 토론>을 보거나 <피디리포트>를 보거나 <피디수첩>을 보거나 <책과의 만남>을 듣거나 그렇게 해라. 그렇게 대상을 이해하는 공부를 하는 게, 수능 객관식 문제풀이 공부에도 더 효율적이다. ‘당위’는 현실적으로 제시되어야 대중에게 힘을 얻는다. 큰 이념을 개인적 조건과 연결 지어야, 사람이 움직이게 된다. (고등학교 상황이 이런데, 중학교에서 입시회사 문제집을 가져다놓고 지나치게 문제풀이 연습을 하는 일은 정말 비효율적인 교육이다. 똑같은 학습시간에 비슷한 노력을 들여서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뜻에서 그렇다.)
그밖에 학생들과 충돌하는 문제가 있는데, 갈등이 아주 없기보다는 어느 정도 갈등을 겪는 상태가 좋을 수도 있다. 교사가 다 지식내용을 죽처럼 쑤어서 떠먹여주는 암죽식 교육에 익숙해져서 지적으로 무기력해진 학생들은 무엇인가를 제힘으로 읽고 생각해서 글로 쓰는 활동을 몹시 힘들어한다. 새로운 방식에 길이 들 때까지 뻑뻑한데, 이런 학생들과는 맞추지 않는 게 더 낫다. ‘생각하는 씨알이어야 한다.’는 함석헌 선생 말씀처럼 ‘생각하는 교육이어야 산다.’ 교사가 학생에게 받는 평가는 헤어질 때 평가가 진짜다. 함께하는 과정에서는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있는 게 당연하다. 때로 갈등을 겪지 않고는 가르칠 수 없는 내용이 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활동을 하면서, 활동을 마치고서,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남는다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배웠다는 생각이 있으면, 학생들은 동참한다. 그러나 그러지 않으면 거부한다. 재미있게만 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따라올 것이라 여기면 크게 속상할 때가 있다.
* 이 글은 전국 국어교사모임 계간지 <함께 여는 국어교육> 2002년 가을호에 실린 글을 부분 발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