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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신원식 국방부 장관, 비뚤어진 역사관 가져"
▲ 황기철 전 국가보훈처장. |
ⓒ 윤성효 |
해군참모총장과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황기철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석좌교수가 신원식 국방부장관를 향해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황기철 교수는 지난 30일 오후 경남MBC <뉴스바다-뉴스테이블>과 한 인터뷰에서 육군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시도, 국방부의 홍범도함 이름 변경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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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지우기 프레임, 최대의 악수될 것"
창원진해 출신인 황 교수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 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모시고 왔다. 지난 14일 시민사회단체가 진해에서 연 '홍범도 장군은 우리가 지킨다 공동행동'에 함께 하기도 했다.
공동행동 관련한 질의에 황 교수는 "의미 있는 행사였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 및 홍범도함 이름 변경은 안 된다는 게 큰 주제였다"라며 "진해에는 홍범도함이 있는 해군기지이자 해군사관학교가 있다. 저는 2021년 대통령 특사로 홍범도 장군을 카자흐스탄에서 모시고 왔다. 제가 진해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범도 장군 80주기 추모식에서 박민식 국가보훈처 장관이 했던 '홍범도 장군의 공적과 역사적 위상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며 이는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황 교수는 "박 장관이 이런 문제를 언급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라며 "그는 이번 추모식에서 했던 이야기를 흉상 철거 문제가 불거졌을 때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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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철 교수는 '홍범도 장군 흔들기가 계속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국가보훈처는 기본적으로 유공자를 예우하고 선양하는 게 임무다. 그러나 지금 행동하는 것을 보면 진의가 의심스럽다. 박 장관의 발언은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놓은 걸 피해가 보자는 것으로 전술적인 후퇴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의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흉상 설치가 육사 생도들의 대적관을 일정 부분 흐리고 있다'는 한 발언에 대해서도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육군사관학교 교장 등의 답변을 보면서 선배로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정권 눈치도 봐야 하고,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도 드러날 거 같아 진땀을 빼는 모습 같았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대적관에 대해 "우리는 북한만 적으로 보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다른 세력,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도 적으로 봐야 한다. 어떤 국가적 위협을 가하는지에 대해서도 대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라며 "대적관을 흐리게 한다는 말 자체는 질문이 안 된다"라고 단언했다.
또 "군인이 적과 싸워서 이기려면 정직하게 이야기해야 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홍범도 장군이 대적관을 흐리게 한다면 우리 군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육군참모총장의 발언은 잘못됐다.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의 해방 전 공산당 입당은 '해방 전 인식의 문제'다. 지금의 잣대를 갖다 댈 게 아니다. 지금 말할 게 아니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독립기념관 등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황 교수는 "흉상을 이전한다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맞지 않다. 국민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다"라며 "육사에 있는 다섯 분의 흉상은 봉오동, 천상리 전투에서 승리한 분들이다. 그분들이 국군의 요람인 육사에 함께 있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답했다.
이어 "역사 지우기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놓고 하는 것은 최대의 악수이다. 나쁜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라며 "그러한 생각을 가진 세력들이 절차적 정당성도 없이, 국민적 합의도 없이, 헌법적인 가치와 정신에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면 국민들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악수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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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장관, 비뚤어진 역사관 가져"
황기철 교수는 홍범도함 명칭 변경과 관련해 "이 사안에 대한 권한은 해군참모총장에게 있다. 국방부 장관이 싫든, 좋든 해군참모총장은 해군을 책임지는 수장이다. 지켜야 하는 해군의 정체성과 전통이 있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앞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홍범도함 명칭과 관련해 "해군참모총장한테 위임하겠다"라고 했고,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현재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신 장관은 홍범도 장군에게 이념 색깔론을 덧칠한 장본인이다. 해군참모총장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해군도 그 부분에 대해 지혜롭게 잘 극복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황기철 교수는 '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는 신 장관의 4년 전 발언을 언급하며 "비뚤어진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다수인 창원시의회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반대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황 교수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창원시의회는 야당과 협의해 일을 처리했어야 한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어야 하는데 그럴 기회를 놓쳤다. 두고두고 후회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민들에게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휘말려 목숨을 잃은 고 채아무개 상병의 동료가 전역 후 공수처에 사단장을 고소한 것에 대해, 황 교수는 "전역한 병사가 지휘관을 고소하는 일은 쉽지 않다. 왜 그때 그 사고가 일어났는지, 지휘관과 간부들이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수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그래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한테 보고가 다 끝난 후 번복되는 일이 있었다. 대통령이 격노했다 하고, 안보실 차장과 국방부 차관의 경질도 있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특검을 통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강한 군대로 태어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황기철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민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국민들 바람이나 여망을 잘 담아 미래로 나아가는 정부가 되었으면 하고, 그런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이어 "국가보훈처장으로 1년 반 지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애국이라는 국민의 마음을 담아 국가안보가 더욱 튼튼해지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한다. 최근 독립영웅을 폄하하고 색깔로 덧칠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안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