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남성은 극단 선택…‘울산 전청조’ 40대女 구속

입력 2023. 11. 12.
부유층 행세로 7명에 30억 편취…여럿 만나 ‘돌려막기’
가로챈 돈 모두 생활비·사치품 탕진…사기 혐의로 구속
울산에서 6년여간 남성 7명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다 구속된 40대 여성(왼쪽).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최근 재벌 3세를 사칭하며 사기를 친 혐의로 전청조씨가 구속된 가운데,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직업을 속이고 남성 여러 명과 교제하면서 3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1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울산 울주경찰서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서 만난 남성 7명을 속여 약 30억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40대 여성 A씨를 최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무직인 A씨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소개팅 앱에서 예술가, 갤러리 관장 등 부유층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남성 7명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사업자금 등의 명목으로 약 30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새로 만난 남성에게서 받은 돈으로 앞서 만나던 피해자들의 돈을 갚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왔고, 같은 시기 5명의 남성과 동시에 교제하기도 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그는 남성들을 속이기 위해 여러 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친정엄마, 친구 등을 사칭하는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피해금액은 1인당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가장 많은 11억원의 피해를 본 50대 남성 B씨는 극단적 선택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A씨와 재혼을 계획하며 다니던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수억원의 퇴직금을 건넸으나 A씨는 돈과 함께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실제 A씨는 “사채업자에게 잡혀있다” “4억을 달라고 한다” 등 거짓말과 함께 예비장모 행세까지 하며 “딸을 줄 수 없다” “퇴직금 3억원을 입금하면 월 최소 1000만원을 맞춰주겠다”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 부모까지 속여서 돈을 받아 챙겼다. A씨는 B씨, B씨 부모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B씨에게 5억여원의 유산을 남겼는데, 장례식 비용을 지불해야 돈을 상속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변호사 전화를 받았다. B씨 부모는 이를 믿고 A씨에게 수억원을 보냈지만, 통화를 한 변호사도 A씨가 심부름센터에서 고용한 가짜였다.

B씨는 A씨와 교제를 시작한 지 2년2개월 만인 지난 6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씨는 이렇게 가로챈 돈을 생활비와 사치품 구입 등에 모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새롭게 물색한 피해 남성과 동거 중이던 인천 집에서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거액을 받은 A씨가 갑자기 연락되지 않자 수상하게 여긴 다른 남성들이 신고한 것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과거에도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소개팅 앱과 SNS를 이용한 사기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온라인에서 만난 이성이 금전을 요구하면 우선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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