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에 대한 미 의회 조사위원회의 본격적인 조사를 앞두고 행정부가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에 제대로 대처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을 제공한 사람은 리처드 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 조정관.

레이건 행정부 때부터 테러문제를 전문으로 담당해오다 지난해 사직한 그는 최근 자신의 저서 ‘모든 적들에 맞서(Against All Enemies)’ 출간에 즈음해 TV에 출연, “부시 행정부가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을 무시했으며 9·11 테러를 무리하게 이라크와 연관지으려 하는 바람에 대테러전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것.

그의 발언이 있자 부시 행정부는 22일 전 참모들이 나서 그를 비난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섰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클라크의 주장을 ‘인기를 끌어보려는 행위’로 비난하면서 “그의 발언은 크게 무책임하고 전적으로 틀렸다”고 주장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날 CNN방송에서 자신이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에 대한 회의를 소집하자는 클라크 전 조정관의 ‘긴급 메모’를 무시했다는 주장에 대해 ‘우습다’고 일축했다. 그는 또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알 카에다 위협의 중대성에 대해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잘 이해했다”면서 “부시 대통령의 비전과 지도력 덕분에 우리나라는 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클라크 전 조정관은 이날 TV에 다시 출연해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9·11에 어설프게 대응했다”면서 “우리가 즉각 빈 라덴을 쫓아갔더라면 소탕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으나 부시는 그 대신 아랍세계를 자극하고 새 세대의 알 카에다 테러범들을 만들어냈다”고 강조했다.

클라크 전 조정관은 24일 조사위원회에서 증언할 예정이다.

〈워싱턴/정동식특파원 dosj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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