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미국에 대한 세계인의 여론은 더욱 싸늘하게 식어져 전쟁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치유되기는커녕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회교도 국민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중동의 석유와 세계지배를 위한 것이며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대한 자살테러는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Pew) 리서치센터는 지난 2월19일부터 3월3일 사이 미국과 프랑스, 독일, 영국, 러시아, 터키 등 9개국에서 각각 5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이라크전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불만과 반대여론이 훨씬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조사결과 이라크전쟁에 대해 미국민만이 60%의 지지를 밝혀 과반수가 넘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등 반전 3국의 경우 자국 정부의 이라크전 반대 결정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각각 88%와 86%, 83%에 달했다. 미국을 제외한 전 국가의 대부분 응답자들이 부시 대통령에 대한 반감을 표시했다.

미국내 지지율 60%도 이라크전 종전이 선언된 지난해 5월보다는 14%포인트가 떨어진 것이며, 미국의 가장 강력한 지지국인 영국에서의 지지율도 43%로 지난해 5월 61%보다 18%포인트가 하락했다. 이는 미국이 수행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세계로부터 더욱 고립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이라크전의 동기에 대해서도 테러를 감소시키기 위한 진정한 노력이라고 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뿐이었으며, 나머지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특히 터키와 요르단, 모로코, 파키스탄 등 미국의 우방이자 이슬람 국가들은 대다수가 중동 석유와 세계 지배가 전쟁의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요르단의 73%, 모로코의 66%, 파키스탄의 46%, 터키의 33%는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 및 서방국가들에 대한 자살테러 공격이 정당하다고 대답했다. 또 이들 회교도 국가들은 미국이 체포에 열을 올리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해서도 절반이상이 호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프랑스 응답자의 90%와 영국·독일·러시아 응답자의 과반수는 유럽연합(EU)이 미국만큼 강해져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하며, 전체 유럽인의 4분의 3은 유럽이 대미 관계에서 더 독자적인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에 관여한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이라크전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간의 균열로 지난 수십년동안 이들 국가를 지배했던 협력 정신이 경쟁의 정신으로 대체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커 이를 되돌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정동식특파원 dosjeong@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4년 03월 17일 19:17:58
  http://www.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