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내용 그대로 원문 일부 발췌한 글입니다.
서울 올림픽때에 있었던 작은 이야기에요...


                          실업계 고교 학생들이 빛낸 개.폐회식

개회식과 폐회식의 총 출연인원은 1만 6천2백 23 명 이었다.
그 가운데 75%인 1만2천 여 명이 초.중.고.대학생이었다.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아 19개 학교에서 8천 7백 91명이 출연하였다.
개.폐회식의 그 싱싱한 활력은 출연자들의 반이나 되는 고등학생들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1987년 9월에 조직위원회는
개폐회식에 출연할 학교와 예술단체들을 확정하였다.
이 때 실업계 고교학생들을 출연시키기로 한 것은 큰 모험이었다.
그 전해 아이사 경기 대회의 개폐회식에는
인문계 고등학생들의 부모들이 더러 불평과 항의를 토로하였었다.

서울올림픽 때에는그런 불평의 소지를 없애려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선택하였던 것이다.
당시 서울시 최열곤 교육감이 실업계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들을 설득하는데 앞장서 주었다.
실업계 학생들도 졸업한 뒤의 취직에 대비하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서울 변두리에 사는 가난한 가정 출신들이 많았다.
어느 학급에서는 가장 잘 사는 집이 개인택시 운전기사 가정이었다.
영양 상태가 나쁜 학생들도 있어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들에 비교하여 체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시교위와 우리가 실업계 교장 선생님들과 맨 처음 접촉하자 이런 불평까지 튀어나왔다.
「 대학 못 가는 것만 해도 억울한데 이런 고생까지 하라는 것은 너무 하지 않습니까.」
조직위와 서울시 교육위원회 실무자들은 교장선생님들을 이렇게 설득하였다.

「 올림픽은 우리 생애에서는 다시는 못 볼 세계인의 축제이며,
우리 후손들에게 길이길이 이야기해 줄 유산입니다.
이 행사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우리가 무슨 낯으로 고개를 들고 다니겠습니까.
이런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아 올림픽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명예인 것입니다. 」

교장선생님들도 곧 우리의 명분과 진실된 설들에 동의해 주었다.
그 뒤로는 교장 선생님들이 우리보다 더욱 열심히 학생들을 설득하기에 이르렀다.
나 역시 학교별 연습 기간 중 조그마한 징표를 지참하여 19개 출연 고교를 빠짐없이 방문,

「 서울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이 왜 그토록 자랑스럽고 보람찬 일인가 」
를 역설하면서 지도교사들과 출연학생들을 격려했었다.

우리 한국인들이 신바람을 내면서 스스로 뛸 수 있도록 하려면
물질적 혜택이나 인사상의 이해관계를 전제하기 보다는
도덕성과 대의명분에 바탕을 둔 동기 부여 또는 내면적 보람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개회식의 공연에 8백 명의 학생들을 내보낸 영등포여상의 경우 이상수 교장선생은 이렇게 회고했다.
「 학생들의 열등감을 해소하는데 힘썼습니다. 우리 생애에 한 번뿐인 행사에
구경군이 아닌 출연자가 된다는 영광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그랬더니 모집 대상 8백 80명 가운데 8백 60명이 자원하였고,
이들 가운데서 8백 명을 뽑았습니다.

뽑을 때 탈락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키 작은 학생은 키를 잴 때 꼰지발을 서고,
허약 체질의 학생은 건강 진단서를 떼어 와서 「 나는 해 낼 수 있다 」고 말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