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번에 군 기강 문란에 대한 대책으로 국방부가 내놓은 처방에 대해 근본적으로 찬성하면서, 더욱 자세하고 체계있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이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지만, 찬반 양론의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 보이며,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더욱 합리적이고 실제적으로 만들수 있느냐라고 봅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해야 빨리 정착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에 군대를 갖다 온 사람입니다. 거기서 비인간적인 대우도 받았고, 얼차려, 구타, 혹독한 훈련, 부당한지시, 그리고 왕같은 대우등도 받아 보았습니다.

이등병 때는 고참들에게 '군기의 상징' 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모범적인 생할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중간 위치가 되니 각종 요구나 압력이 쏟아졌습니다. 졸병들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얼차려를 받았습니다. 군대는 혼자 잘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고참이 되니 '왕생활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했습니다. 항상 나를 따라다니는 시종이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군대나 사회조직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전 신병때는 노예생활을 했으나 고참때는 왕생활을 했다고 했습니다. 아마 군대 갖다온 대부분이 동감을 하실 겁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즉 일의 분배가 불균등하다는 것입니다. 고참들은 일을 하지 않고 졸병들만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모두에게 공평한 일거리가 주어집니다. 그러나 위계질서라 하여 고참들은 명령권을 남용하여 자신이 할 일을 졸병에게 시킵니다. 순차적으로 내려갑니다. 병장-상병-일병-이병. 마지막 이병은 막대한 일을 하게 되죠. 바로 여기서 부당한지시나 구타, 얼처려등이 생겨나게 됩니다.

병장이 할 일이나 심부름을 밑에 시키고, 맘에 들지 않으면 집합을 시켜서 구타나 얼차려를 주는 것입니다. 모두 사적인 일이나 감정들일 뿐입니다. 훈련때문에 받게 되는 것은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고참의 사적인 일에 대한 구타나 얼차려는 받는 자에겐 분개심을 가지게 만듭니다. 만약 대들면 반쯤 죽도록 맞습니다. 동기들이 몰려와 몰매를 하죠.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졸병들의 행태는 성격에 따라 다양합니다. 다혈질은 하극상을 벌입니다. 밤에 칼들고 고참을 조용히 위협합니다. 치사한 자는 물질적으로 아부합니다. 적극적인 자는 간신이 됩니다. 고지식한 자는 더욱 열심히 일합니다. 내성적이거나 소극적인 자는 자살을 택하게 됩니다.

즉 내무반에서의 구타나 얼차려는 공적인 일이 아닌 사적인 일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불합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하니 하급자가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을 제어하려니 폭력을 휘두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조폭들과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응당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강과 규율, 업무등은 고참이 제일 부족합니다. 군기 흐리는 부류가 열외 고참들이죠. 그들은 소대장 말도 듣지 않습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릅니다. 제대시엔 탄약, 대검, 각종 옷가지들도 가지고 나옵니다. 제 친구가 그랬으니까요...

합리적인 일의 분배가 이런식으로 왜곡이 됩니다. 국가방위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개인의 사역병 노릇을 한다는 것이죠. 때문에 정부에서 병들간의 심부름이나 지시를 엄격히 금지한 것은 이 모든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당연한 조치를 내렸다고 보아야 겠죠.

그런데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사태의 본질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역병 노릇 못한다고 군기가 빠졌고 군대가 안돌아 간다고 하는 것입니다. 고참이 시키는 것은 무슨일이든 하는 것이 군기가 섰다고 하는 겁니다. 속된 말로 '까라면 까지 말이 많아...' 이것이 한국군대의 군기입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입니다.

2차대전시 독일군대는 매우 군기가 강했습니다. 그 비결은 상급자들의 솔선수범이었습니다. 장교들은 항상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였고, 부하들은 그런 장교들을 존경하며 따랐습니다. 구타나 얼차려로 이룬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때문에 일심동체가 되어 일사분란하게 전투에 임했고, 역시 전투시에도 장교들이 제일 먼저 돌격을 하는 솔선을 보였습니다. 진정한 군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것은 사회조직에도 그대로 적용이 됩니다. 한국이 군사문화가 발전하여 군대식 조직체계가 직장조직에도 그대로 이식이 되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모두 알 것입니다.
상사라는 자는 하급자를 신병 다루듯 합니다. 그리고 초기에는 군대식으로 군기를 잡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시켜먹기가 좋기 때문이죠. 물론 부당한 지시를 하게 될 때를 대비한 것입니다. 정당한 지시에는 아무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부당한 지시에 저항이나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커피를 타오라' 이것은 분명 사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예이죠. 저의 경우는 직장생활시에 상사의 범칙금을 내러 서울 지방법원까지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상사는 군대조직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죠. 아니 그 때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때문에 거부하는 것은 찍히는 지름길이고,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어떤 식의 불이익을 받게 마련이었습니다.

현재의 공무원 조직도 마찬가집니다. 조폭식 조직이라는 것이 모두 그렇습니다. 합리적인 일의 분배가 아닌 상급자들은 일을 거의 밑에 사람들에게 시키고 자신들은 그냥 시간이나 때우고 전화나 하며 빈둥거립니다. 큰 조직일수록 더욱 심합니다. 이것이 고쳐지지 않고는 국가 경쟁력도 가질 수 없습니다.

모두 그 발단이 군대식 문화에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군대조직의 관념자체가 변해야 사회조직, 국가 경쟁력도 가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더욱 강하게 개선을 하여야 합니다. 진작에 이런 개선책이 나와야 했으나, 지금이라도 열심히 하여 빨리 정착을 시켜야 하겠습니다.

더욱 많은 다른 예들도 있으나, 이미 글이 너무 길어서 이만 펜을 놓아야 겠습니다.